진흙속의연꽃

세금계산서철은 한해 삶의 결실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2. 28. 18:30

세금계산서철은 한해 삶의 결실
 
 
매월 말일이 가까워지면 월말정리를 해야 한다. 주거래 고객업체에서는 매월 마감내역서를 요구한다. 월말정리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혼자 모든 것을 다 처리한다. 세금계산서도 혼자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실수할 때도 있다. 오늘도 그랬다. 마감내역서에 매출 명세표 한 건을 넣지 않은 것이다. 업체 담당이 알려 주어서 알게 되었다.
 
실수는 종종 있다. 일 처리 할 때도 실수가 따른다. 숫자를 확인하지 못해서 추가로 발주할 때도 있다. 어제 그랬다. 이런 경우 손실이 된다. 값비싼 대가를 치루는 것이다.
 
도면을 확인 하지 못해서 실수할 때도 있다. 그제 그랬다. 패턴 하나를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우도 다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스란히 손실로 발생된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하게 된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노력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실수가 따른다. 만약 월급생활자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해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나이 어린 담당자들과 일하고 있다. 상대가 되는 사람들은 한세대 아래 사람들이다. 아들 뻘, 딸 뻘 되는 사람들이다. 젊은 직원이라도 있으면 그들을 상대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을 데려 놓을 처지가 못 된다.
 
업체와 거래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이 든 채 하지 않는 것이다. 오십대까지는 의식하지 못했으나 육십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이 자꾸 실수하면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계산서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지적 받는다면 창피한 일이다. 숫자를 잘못 읽어서 실수하고, 도면을 확인하지 않아서 실수 하는 등 실수가 쌓이면 정신상태를 의심받게 된다. 나이 들어서 기억력에 문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오늘 주거래업체 월말정리를 했다. 12월 거래명세표를 발행하고 최종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완료 된다. 일년이 열두 달이므로 열두 번 했다. 매월 말이 되면 월례 행사가 된다.
 
그 동안 발행한 세금계산서철을 열어 보았다. 꽤 두툼하다. 올해가 시작 되었을 때 얼마나 일감이 있을지 염려 했었다. 그러나 일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성과는 있었다. 이런 것도 삶의 결실일 것이다.
 

 
삶의 결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글을 쓰는 것도 삶의 결실이고 명상을 하는 것도 삶의 결실이다. 책을 만드는 것도 삶의 결실이다. 그러나 생계와 관련된 삶의 결실은 명세표와 계산서철로 나타난다.
 
계산서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매출계산서와 매입계산서를 말한다. 매출과 매입이 발생할 때마다 프린트해서 철해 두었다. 수많은 거래가 있었지만 남는 것은 종이로 출력된 서류만 남았다.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계산서철 뿐이다. 이를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 2008년부터 모아 두었다. 책장 한켠에 진열되어 있다. 이제 한 해가 지나갔으므로 2023년 계산서철을 진열해 둔다.
 
책장 한칸에는 계산서철로 가득하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년동안의 기록물이다. 매출과 매입이 있기 때문에 32권이 된다. 여기에 주거래업체 발주서철까지 합하면 35권이 된다.
 

 
모으는 버릇이 있다. 마치 우표수집가처럼, 골동품 모으는 사람처럼 모은다. 그것은 삶의 흔적을 모으는 것이다.
 
업무용 다이어리는 책장 두 칸에 가득하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모은 다이어리는 백권이 넘는다. 입사는 1985년에 했지만 1987년부터 모아야 할 필요를 느껴서 직장에 옮길 때나 이사 갈 때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 왔다. 이런 것도 삶의 결실일 것이다.
 

 
개인사업을 하면서부터 계산서철을 보관해 왔다. 개인사업은 2005년부터 했지만 계산서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성되었다. 이후 매입과 매입 세금계산서는 모두 출력해서 모아 두고 있다. 이런 것도 삶의 결실일 것이다.
 
삶의 결실은 다이어리를 모으고 계산서철을 보관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글 쓴 것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6년 이후 블로그에 글 쓴 것에 대하여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116권 만들었다.
 
책은 두 질 종이책으로 만든다. 사무실과 집에 보관할 용도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111권까지 출력되었다. 이를 책장에 진열해 놓으니 책장이 책으로 가득하다. 이것도 삶의 결실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20년 했다. 개인사업은 18년째이다. 직장생활과 개인사업 38년에서 남은 것은 기록물뿐이다. 돈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어졌다. 남는 것은 삶의 흔적뿐이다. 오늘 올해 한해 삶의 흔적을 계산서 칸에 꼽아 두었다. 한해가 지나갔음을 실감한다.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현재와 같은 삶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특별한 것이 없다. 이제까지 살아 왔던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 살다보면 또 일년이 지나갈 것이다. 그에 따라 계산서철도 늘어날 것이다.
 
내년에는 한살 더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젊은 사람들하고 상대하기 때문에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자꾸 실수하다 보면 의심받게 될 것이다. 나이 먹은 사람이 자꾸 실수한다고 싫어할지 모른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이 일이 아니면 해먹고 살 것이 없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만 나와도 해야 한다. 이제 일터는 더 이상 일만 하는 공간은 아니다. 글을 쓰면 서재가 되고 좌선을 하면 수행처가 된다. 그러고 보니 점차 글 쓰고 명상하고 공부하는 장소가 되는 것 같다.
 
직장 다닐 때는 직장을 수없이 옮겼다. 직장생활 20년에 무려 13번 옮겼다. 그러나 2005년 이후 개인사업을 하면서부터는 옮길 이유가 없어졌다. 그 결과 현재의 사무실에서 2007년 이후 내리 16년 동안 있게 되었다.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다. 하나는 생업의 삶이고, 또 하나는 자기계발을 위한 삶이다. 개인사업자가 되면서 두 가지 삶이 가능해졌다. 사업을 해서 이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고 동시에 자기계발에 매진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내년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2023-12-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