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개인사업과 사회사업을 동시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 3. 09:12

개인사업과 사회사업을 동시에
 
 
새해 삼일 째, 백권당의 아침이다. 하얀 여백을 대하고 있다. 인생을 유행화 같다고 한다. 옛날, 길거리에서 보던 그림동화 같은 것을 말한다. 오늘 하루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작심삼일이라고 한다. 한번 결심한 것이 삼일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만 잘 넘긴다면 육일 갈 것이다. 다음에는 십이일, 그 다음에는 이십사일 갈 것이다. 배가 되는 것이다. 결국 목표로 하는 것들은 일년 갈 것이다.
 
올해 해야 할 것이 있다. 일종의 개인사업계획이라 볼 수 있다. 매일 글 한편 쓰기, 매일 한시간 좌선하기, 매일 경전과 논서읽기, 매일 빠알리어 공부하기, 이렇게 사대사업을 하고자 한다.
 
개인사업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사업도 해야 한다. 그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을 말한다. 이런 것도 어쩌면 사회적 실천에 해당되는 것인지 모른다.
 
재가불교단체에서는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개인적 실천에 대한 것이다. 개인적 수행을 함으로써 자신을 향상시키고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재가불교단체에서 일을 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2005년 처음으로 재가불교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오로지 집과 직장만 왕래하는 삶을 살았다.
 
직장생활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서 먹고 사는 것과 같다. 근무 시간에는 개인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일하는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이렇게 본다면 직장에서의 시간은 내시간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직장생활 할 때는 오로지 직장에 충실했다. 다른 것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나가서 저녁에 늦게 들어 오는 나날이었다. 주말도 없이, 휴가도 없이 일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을 향상시킬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그만 두었을 때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났을 때 찬바람 부는 광야에 던져진 것 같았다. 홀로서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사업자가 되었다. 자영업자가 된 것이다. 원맨컴퍼니의 일인사장이 되었다. 홀로 선 것이다. 야생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는 굶주린 치타가 되었다.
 
자영업자는 도시의 들개와도 같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떠돌이 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유가 있었다. 어디에도 억매이지 않았다. 일하는 노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때 시간부자가 되었다.
 
시간부자가 되었을 때 글을 썼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갔다. 오전은 거의 글쓰기로 보냈다. 그런 습관이 남아 있어서 요즘도 오전은 글쓰기로 보낸다.
 
글은 쓰고 싶어서 쓴 것이 아니다. 시간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쓴 것이다. 그런데 쓰다 보니 여러모로 유익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글을 씀으로 인하여 자신이 향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주 조금씩 향상 되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글은 하나도 똑 같은 것이 없다. 어제의 글과 오늘의 글은 다르다. 이렇게 다르다 보니 새로운 것이다. 글을 쓰면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글쓰기 한지 구년 되었을 때 재가불교활동을 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되었다. 개인적 수행과 사회적 실천이라는 두 가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일만 하면 반쪽짜리 인생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일도 하면서 사회에 대한 봉사를 하면 온전한 일이 된다. 재가불교활동을 한 것은 사회적 실천을 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사회적 실천은 반드시 봉사단체에서 봉사활동하는 것만이 아님을 말한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이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된다면 사회적 실천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나에게는 생업이 있다. 개인사업자로 살면서부터 하고 있는 일이다. 그것은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업이다.
 
인쇄회로기판설계업은 일종의 기능이다. 인쇄회로기판용 캐드 프로그램을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도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하나는 자신을 향상시키는 개인사업이고, 또 하나는 생계를 위한 개인사업이다. 전자는 글쓰기, 명상하기, 경전읽기, 빠알리공부하기가 이에 해당된다. 후자는 생계를 위한 인쇄회로기판 설계업이다.
 
두 가지 삶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 수행과 사회적 실천이다. 이 두 가지를 다 하는 사람도 있고, 한 가지만 하는 사람도 있고, 두 가지를 모두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개인적 수행과 사회적 실천을 함께하는 삶이다. 그런데 사회적 실천이라 하여 반드시 사회봉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면 그것도 사회적 실천으로 본다. 일을 함으로 인하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삶이 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개인적 수행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생업에 대한 것이다. 수행을 해서 자신을 향상시키고, 사업을 해서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사업과 사회사업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2024-01-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