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리어 공부

빠알리어 공부하면 기운이 펄펄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 8. 16:46

빠알리어 공부하면 기운이 펄펄
 
 
유튜브는 가깝고 공부는 멀다. 유튜브는 그저 보기만 하면 된다. 공부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놀기는 쉽고 애써 공부하기는 힘든 것이다.
 
빠알리어 문법공부가 갈수록 태산이다. 교재에서 20과까지 보았다. 총 32과에서 3분의 2가량 본 것이다. 방금 여성명사 격변화까지 끝냈다.
 

 
어떤 언어이든지 배우기가 쉽지 않다.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한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마치 목숨걸고 바라밀행을 하듯이 죽기살기로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각과가 끝나면 연습문제가 있다. 빠알리로 되어 있는 구문을 우리말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도가 나갈수록 구문이 길어진다. 그리고 갖가지 문법적 규칙이 붙는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과거분사’에 대한 것이다.
 

 
현재 사용중인 교재는 ‘빠알리 프라이머’이다. 이는 스리랑카에서 발간된 것을 백도수 선생이 편역한 것이다. 초심자가 이해하기 쉽게 편집되어 있다. 그럼에도 진도가 나갈수록 오리무중이 되는 것 같다.
 

 
현재분사의 격변화는 변화무쌍하다. 일정한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들어 맞는 것도 아니다. 수동의미의 현재분사가 있는가 하면 능동의미의 현재분사도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동사과거형이다. 단어를 대부분 모르기 때문에 사전을 찾아 보아야 하는데 어떤 것은 헤매는 경우가 있다. 이는 동사원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빠알리문법을 잘 알 수 있을까? 그것은 이 하나 방법밖에 없다. 예습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연습문제를 풀어 보아야 한다.
 
진도가 나갈수록 연습문제는 길어진다. 모르는 단어투성이다. 이런 경우 동사를 먼저 찾으라고 했다. 그 다음에 주어와 목적어를 찾는다. 나머지는 격변화에 대한 것이다.
 
연습문제를 한번 풀고 나면 연필글씨로 가득하다. 단어 뜻과 동사원형, 격변화 등을 기록해 두기 때문이다.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첵크해 둔다. 수업시간에 확인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수업시간은 복습시간이 된다.
 
교재 19과 연습문제 10번에 “vaitāya dussena chādite āsane samao nisīditvā sannipatitāya parisāya dhamma desesi”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을 보면 가슴이 탁 막히는 것 같다. 모르는 단어투성이기 때문이다.
 
생소한 단어가 발견되면 빠알리사전을 찾아 보아야 한다. 다행히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놓은 것이 있어서 검색창에 알파벳만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빠알리어 문법공부를 시작한지 이제 20일 되었다. 수업은 2023년 12월 20일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3회 수업이 있었다. 총 12회 수업이므로 앞으로 9회 남았다.
 
빠알리 문법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이번에는 꼭 빠알리문법을 익히고자 했다. 그래서 십바라밀에서 결정바라밀을 예로 들어서 목숨걸고 하기로 했다. 죽기살기로 공부하고자 한 것이다.
 
빠알리 문법공부를 시작한 이래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공부하고 있다. 교재를 예습하는 것이다. 수업에서 진도는 5과까지 나갔다. 오늘까지 예습은 20과까지 했다. 15과를 초과하여 예습한 것이다.
 
매일 예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진도가 나갈수록 점점 공부하는 시간은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연습문제를 풀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구문이 갈수록 길어져서 하나의 문제를 푸는데 일이십분 걸린다. 다 풀다보면 두 세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빠알리어를 공부하는 것은 부처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빠알리어로 말한 것이다. 이런 빠알리어는 부처님 당시에 민중어였다.
 
빠알리어를 접하면 가슴이 뛴다. 부처님이 이 언어로 말씀 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감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요 경은 외웠다. 그 중에 하나가 라따나숫따(寶石經, Sn2.1)이다.
 
빠알리어 문법공부를 하면서 보석경 게송을 풀이하고 있다. 이미 2011년에 외운 것이지만 이번에 익힌 문법적 지식을 이용해서 해석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게송은 다음과 같다.
 
 
(보석경 2번 게송)
 
Tasmā hi bhūtā nisāmetha sabbe         
따스마- 히 부-따- 니사-메타 삽베
Metta
karotha mānusiyā pajāya,       
멧땅 까로타 마-누시야- 빠자-야
Div
ā ca ratto ca haranti ye bali     
디와- 짜 랏또 짜 하란띠 예 발링
Tasmā hi ne rakkhatha appamattā.         
따스마- 히 네 락카타 압빠맛따-
 
모든 존재들이여, 귀를 기울이고
밤낮으로 제물을 바치는
인간의 자손들에게 부디 자비를 베풀어
방일하지 말고 그들을 수호할지니라.”(Stn.223)
 
 
첫 번째 구에서 Tasmā는 therefore의 뜻이다. ‘그러므로’라고 번역된다. Hi는 ‘because; indeed’의 뜻이다. Nisāmetha는 명령형이다. 이는 2인칭 복수의 명령형이다. 그래서 nisāmetha 는 “너희들은 잘 들어라.”가 된다. 따라서 Tasmā hi bhūtā nisāmetha sabbe는 “여기 있는 너희들 모든 존재는 잘 귀담아 들어라.”가 된다.
 
두 번째 구에서 karotha는 2인칭 복수 명령형으로 “행하라”라는 말이다. 그래서 Metta karotha는 “너희들은 자비를 베풀어라.”가 된다. 누구에게 자비를 베푸는가? 이는 이어지는 mānusiyā라는 말로 알 수 있다. 여기서 mānusiyā는 인간을 뜻하는 mānusa에 여격 단수를 뜻하는 iyā가 붙어서 ‘인간에게’라고 번역된다. Pajāya에서 Pajā는 progeny의 뜻으로 자손을 말한다. Pajāya는 Pajā에 여격 단수 āya가 붙어서 ‘자손에게’가 된다. 따라서 Metta karotha mānusiyā pajāya는 “인간의 자손에게 자애를 내라.”라는 뜻이 된다.
 
세 번째 구에서 divā와 ratta는 낮과 밤을 뜻한다. 그래서 Divā ca ratto ca는 “낮이나 밤이나”가 된다. Haranti는 harati의 현재분사형(pr.p.)이다. 이는 ‘carrying; taking away’의 뜻이다. Ye는 ya의 남성복수명사로 ‘그들은’이라고 번역된다. bali은 ‘religious offering’의 뜻으로 제물로 번역된다. 따라서 Divā ca ratto ca haranti ye bali는 “그들이 밤낮으로 제물을 실어나르는”의 뜻이 된다. 밤낮으로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 구에서 rakkhatha는 수호하다는 뜻의 rakkhati와 2인칭 복수명령어 atha가 결합된 것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수호하라.”가 된다. Appamattā는 pamadati의 과거분사형 pamatta에 부정접두어가 붙은 것이다. 그래서 ‘vigilant; careful’의 뜻인데 방일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Tasmā hi ne rakkhatha appamattā는 “그러므로 너희들은 방일하지 말고 그들을 보호하라.”라는 뜻이 된다.
 
보석경 2번 게송은 숲에 사는 목신에 대하여 부처님이 명령한 것이다. 인간의 자손들이 공양을 바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해치지 말고 보호하라는 것이다.
 
빠알리어 문법 조금 배운 것을 이용하여 라따나경(보석경) 2번 게송을 번역해 보았다. 예습한 문법실력을 총동원하여 풀이해 본 것이다. 그런데 백도수 선생에 따르면 게송부터 번역하지 말라고 했다. 왜 그런가? 게송 번역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운율 때문일 것이다.
 
놀기는 쉽고 공부하기는 어렵다.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유튜브이다. 특히 정치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런 한편 분노가 일어난다. 이는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은 하려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감각적 욕망이나 즐기려 한다. 눈으로는 유튜브를 보고, 귀로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 맛 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신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올해 목표 중에 하나는 빠알리어로 경전을 읽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문법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어를 익혀야 한다. 마치 영어 배우는 것처럼, 일본어 배우는 것처럼 매일매일 해야 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공부를 하고 나면 아프지 않다. 유튜브를 볼 때는 온몸이 찌뿌둥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공부를 하고 나면 펄펄 나는 것 같다. 글을 쓸 때도 아픈 줄 모른다.
 
오늘도 하루 해야 할 일을 했다. 매일 아침 일찍 일터에 와서 글을 쓰고 좌선을 하고 빠알리공부를 한다. 집에서는 경전과 논서를 읽는다. 새해 들어서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매일 밤낮으로 이렇게 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빠알리어를 마스터 할 수 있을까?
 
 
2024-01-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