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여든인 사람도 빠알리어 문법공부를
나이 들어 무엇인가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어학이 그렇다. 기억력도 문제가 되지만 무엇보다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부딪친다. 무엇보다 써 먹을 데가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빠알리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다. 빠알리어를 배워서 먹고 살려 하는 것이 아니다. 취미로 배우는 것도 아니다. 빠알리어로 된 경전과 주석서를 읽어 보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빠알리어 공부하는 것은 단지 학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빠알리어를 배우는 것은 수행과도 관련이 있다. 빠알리어 공부할 때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수행은 집중을 필요로 한다. 집중이 없는 수행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공부하는 것도 일정의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공부를 해서 학위를 취득 했다면 수행을 해서 경지에 이른 것과 같다.
어제 저녁 빠알리어 문법수업이 있었다. 다섯 번째 강좌에 해당된다. 줌으로 진행된 강좌에서 21명이 참여 했다. 카톡방에는 34명 들어와 있지만 참여율은 61%에 지나지 않는다.
줌 강의 시간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은 고작 8-9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비디오와 오디오를 끈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줌 강의 시간에는 빠알리어 문법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백도수 선생은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려 준다.
칠순 된 어떤 여성은 빠알리어 문법 강좌를 듣고 초전법륜경을 빠알리어로 외웠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아마 그것은 부처님의 언어를 배운다는 ‘환희심’ 때문일 것이다.
빠알리어를 접하면 가슴이 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빠알리어가 부처님 당시에 사용된 민중어이기 때문이다. 빠알리로 독송하면 부처님도 이런 음성으로 말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빠알리어로 독송하면 부처님도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빠알리로 독송하면 천신들도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산에 마하위라하 사원이 있다. 스리랑카 사람 담마끼띠 스님이 원력으로 세운 스리랑카 절이다. 스리랑카 이주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마하위하라를 방문 했을 때 담마끼띠 스님에게 들은 말이 있다. 그것은 독송에 대한 것이다.
담마끼띠 스님은 경전을 독송할 때 원문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원문으로 독송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다름 아닌 ‘감응’을 말한다.
담마끼띠 스님에 따르면 빠알리어로 독송하면 천신들이 감응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아마도 천신이 오래 살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살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부처님 가르침에 감동 받아 보시하고 지계하는 등 청정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더구나 수행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흔히 이렇게 말한다. 보시하고 지계하면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아마 욕계천상일 것이다. 선정수행한 수행자들은 색계나 무색계 천상에 태어났을 것이다.
천상의 수명은 인간과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길다. 어느 정도인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대왕천은 500천상년으로 9백만년을 산다. 삼십삼천의 경우 1000천상년에 3,600만년을 살아간다. 선정수행으로 태어나는 색계 초선천의 대범천의 경우 1겁에 이른다.
법구경 인연담을 보면 삼십삼천에 사는 천신이 잠시 인간에 태어난 이야기가 있다. 잠시 반나절 자리를 비웠는데 인간에서 한평생을 산 것이다.
삼십삼천에서 인간의 백년은 하루 밤낮에 해당된다. 삼십삼천 천상의 천신들은 수명이 3,600만년이다. 이 정도 수명이면 이천오백년 전에 보시와 지계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난 자들은 지금도 천상에 있을 것이다.
초기경전을 보면 천신과 대화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래서 수행자가 잘못된 길로 가면 충고도 해준다. 일종의 수호천신과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 불자들은 부처님이 말씀 하신 가르침을 열심히 독송했을 것이다. 이후 불자들도 경전을 독송했을 것이다. 그들이 천상에 태어났다면 경전 독송하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담마끼띠 스님은 경전을 독송할 때 가능하면 원전으로 독송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빠알리어로 경전을 독송하면 천신과 감응할지 모른다. 이런 경우 천신이 보호해 줄 것이다. 그래서 테라가타에서는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수호한다. (Dhammo have rakikhati dhammacāriṃ)”(Thag.303)라고 했다.
테라와다 삼경이 있다. 라따나경, 멧따경, 망갈라경을 말한다. 이 삼경은 테라와다 예불문이자 수호경이다. 테라와다 불자들은 이 삼경을 빠알리어 원문으로 독송한다.
테라와다 삼경을 보면 천신에 대한 내용도 있다. 라따나경(Sn2.1) 2번 게송에서는 “인간의 자손들에게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방일하지 말고 그들을 수호하도록 하여 지이다.”(Stn.223)라고 했다. 망갈라경(Sn.2.4)에서는 “그때 마침 어떤 하늘나라 사람이 한 밤중을 지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따바나 숲를 두루 비추며 세상에서 존귀한 님께서 계신 곳을 찾았다. 다가와서 그 하늘사람은 세존께 시로써 이와 같이 말했다.”라고 시작된다.
빠알리 원문으로 독송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부처님 당시의 부처님이 사용하신 언어로 독송하기 때문에 부처님과 더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수호되는 것이다.
빠알리 삼경은 부처님 당시부터 독송되어 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빠알리어로 독송했을 것이다. 천상에 태어난 천신들도 독송했을 것이다. 천상의 존재는 인간보다 휠씬 더 오래 살기 때문에 지금도 천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빠알리 경을 빠알리어로 독송하면 천신들이 감응할 것이다. 그리고 지켜 줄 것이다. 이는 빠알리 예경지송을 보면 알 수 있다.
예경지송 수호경전품이 있다. 그 중에 ‘천신초대(Parittaparikamma)’가 있다. 총 12개의 게송 중에서 1번 게송을 보면 “일체 우주법계의 모든 천신들께서는 이 자리에 오시어 천상의 축복과 완전한 해탈을 주시는 성자들의 제왕의 바른 가르침을 경청하소서.”라고 되어 있다.
예경지송을 보면 천신과 감응하는 내용이 여럿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수호하면 천신이 보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천신이 인간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일 인간이 죽어서 천상에 태어난다면 부처님 당시에 살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주 수요일날은 빠알리어 강의를 듣는 날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나이가 여든 되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여든 되는 사람은 매우 적극적이다. 비디오와 오디오를 켜놓고 듣기 때문에 다 보인다. 그런데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예습을 충분히 한 것 같다.
나이 들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 백도수 선생에 따르면 어떤 이는 나이 칠십에 빠알리 문법을 듣고 초전법륜경을 빠알리어로 다 외웠다고 한다. 신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나이가 여든인 사람은 빠알리 공부에 매우 열심이다. 무엇이 이토록 열중하게 만들었을까? 아마 그것은 신심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이 사용하던 언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빠알리어 공부를 매일 하고 있다. 12월 18일 교재를 택배로 받은 이래 거의 매일 한과씩 진도를 나가고 있다.
빠알리어 문법교재 빠알리 프라이머는 총 32과가 있다. 오늘 오후에 30과를 마쳤다. 이제 2과 남았다. 미리 예습한 것이다. 진도는 이제 9과까지 나갔는데 예습은 30과까지 마친 것이다.
빠알리 문법은 예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앞으로 이틀 지나면 빠알리 프라이머를 다 마치게 된다. 다시 처음부터 다시 반복하려 한다.
빠알리어는 늘 가슴을 뛰게 만든다. 하루 종일 빠알리어와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전을 읽을 때도 빠알리어를 접하고 논서를 읽을 때도 접한다. 십년도 넘은 세월이다. 그러나 문법을 몰랐다. 이제 시절인연이 되어서 문법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 들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은 부처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심이다.
나이가 칠십된 사람이 빠알리 문법 공부를 하고 나서 초전법륜경을 다 외웠다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그러나 더욱더 놀란 것은 지금 현재 함께 공부하고 있는 도반 중에는 나이가 여든인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나이는 숫자에 불고하다.”라고 말 할 수 있다.
2024-01-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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