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먼저 본 사람이 휴지 줍는 플로깅라이프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 12. 09:39

먼저 본 사람이 휴지 줍는 플로깅라이프
 
 
복도에 쓰레기가 보였다. 누군가 휴지를 흘린 것 같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지나칠 것이다. 미화원이 처리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사무실 복도에 있는 쓰레기를 주었다. 먼저 본 사람이 줍는 것이다. 이렇게 하게 된 동기는 여럿 있다.
 
최근 인상적인 웹포스터를 보았다. 그것은 ‘플로깅’에 대한 것이다. 불교환경연대에서 만든 것이다. 불교환경연대 기획실장 이해모 선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았다.
 

 
플로깅,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이럴 때 사전을 찾아 본다. 다음 백과사전에는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2016년 스웨덴의 에리크 알스트룀에 의해 주도된 ‘플로가’에서 유래, 스페인에서 ‘플로깅’이라는 명칭으로 확산되었다. 거리에서나 자연에서 조깅, 산책, 자전거 타기 등을 하는 동안 발견되는 쓰레기들을 수집하여, 건강과 함께 자연을 보호하는 운동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이어 스페인과 영국, 독일, 미국 등을 통해 확산되어 전 세계 100여개 국의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플로깅, 다음 백과사전)
 
 
참으로 아름다운 운동이다.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길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운동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플로깅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스웨던어에서 ‘줍다’라는 의미의 플로카 우프(Plocka Upp)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플로카와 조깅이 합쳐져서 플로깅(Plogging)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플로깅 운동이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16년 스웨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을 거쳐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불교환경연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로깅라이프’라는 웹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플로깅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줍기운동’라고 해야 할 것이다. 먼저 본 사람이 줍는 것이다. 집에서도, 집 바깥에서도 먼저 본 사람이 줍는 것이다. 사무실이 있는 복도에서 휴지조각을 줍는 것도 플로깅라이프에 해당될 것이다.
 
사실은 플로깅라이프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줍기운동은 이미 있던 것이다. 다만 새로운 용어가 생겨서 생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사회에서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군대에서도 있었다.
 
군대에 간 것은 1981년 2월 8일의 일이다. 이렇게 날자까지 기억하는 것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제대한 것은 1983년 6월 8일의 일이다. 역시 특별한 날이어서 날자를 기억한다.
 
군대생활은 28개월 했다. 대학교를 2학년 마치고 갔으므로 4개월 단축 혜택 받았다.
 
훈련소에 들어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 논산훈련소 27연대에 있었다. 이렇게 연대를 기억하는 것도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다. 27연대는 호남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었다.
 
군대에서는 흔히 ‘짬밥’이라 불리우는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나면 식기세척을 한다. 그런데 세척장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세척장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고속도로를 보았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 모습도 보였다. 갇힌 자의 눈으로 본 것이다.
 
세월이 흘렀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27연대 방향을 본다. 여전히 식기 세척장은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훈련소에 주임상사가 있었다. 어느 날 주임상사는 훈련병들 앞에서 훈계를 했다. 그것은 어떤 훈련병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주임상사는 훈련병이 휴지 줍는 것을 칭찬했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을 때 이를 줍는 훈련병이 대견해 보였던 것 같다. 이를 중대 훈련병들 앞에서 훈계하듯이 말한 것이다.
 
플로깅운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단지 용어만 새로 생겼을 뿐이다. 군대에서도 플로깅운동이 있었던 것이다!
 
플로깅운동은 집에서 실천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사오년 된다. 이전에는 거실이나 방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도 못 본 듯 지나갔다.
 
먼저 본 사람이 주어야 한다. 집에서 줍기를 생활화하게 된 것은 초기경전의 영향이 크다. 맛지마니까야 31번경에서 발견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고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통을 마련합니다. 마을에서 탁발하고 나중에 돌아오는 자는 남은 음식이 있으면, 그가 원한다면 먹고,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풀이 없는 곳에 던지거나 벌레 없는 물에 가라앉게 합니다. 그는 자리를 치우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치우고 남은 음식을 넣는 통을 치우고 식당을 청소합니다. 그리고 음료수 단지나 세정수단지나 배설물 단지가 텅 빈 것을 보는 자는 그것을 깨끗이 씻어내고 치웁니다. 만약 그것이 너무 무거우면, 손짓으로 두 번 불러 손을 맞잡고 치웁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그것 때문에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닷새마다 밤을 새며 법담을 나눕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M31)
 
 
이 가르침은 니까야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매우 중요한 가르침인 것을 알 수 있다. 자주 인용되는 것은 부처님의 직설임에 틀림 없다.
 
이 가르침은 승가화합에 대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승가공동체에서 화합하는 방법을 말한 것이다. 그것은 먼저 본 사람이 줍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누룻다 존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승가공동체의 삶에 대하여 부처님에게 이야기했다. 가장 인상적인 말은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고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라는 말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먼저 본 사람이 쓰레기를 줍는 것과 같다. 훈련소에서 주임상사가 말한 것과 같다. 이는 다름아닌 오늘날 플로깅 운동과도 같은 것이다.
 
불교환경연대 포스터를 보았다. 환경정화운동이라고 한다.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일종의 환경보호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플로깅 라이프를 실천해야 한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공동체에서도 실천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것이다.
 
플로깅 운동을 하면 화합을 이룰 수 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모임에서나 먼저줍기운동을 하면 다툴 일이 없어진다. 이는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내고 있습니다.”(M31)라는 말로도 알 수 있다.
 
기름과 물은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유와 물은 서로 섞인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단체에서나 기름과 물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유와 물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화합하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일까? 다음과 같은 아누룻다 존자의 말로 알 수 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기 존자들에게 여럿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자비로운 신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비로운 언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비로운 정신적 행위를 일으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내가 나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르면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제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랐습니다. 저희들의 몸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몸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M31)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다. 주례할 기회가 있다면 주례사로도 좋을 것 같다. 서로 화합하는 모습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불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 승가공동체가 그렇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을 배려 해야 한다. 자신을 내 세우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나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르면 어떨까?”라는 마음을 내라는 것이다.
 
승가공동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출신성분도 다르고 개성도 다르다. 이와 같은 승가공동체에서 개성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싸움 그칠 날 없을 것이다.
 
화합의 모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일까? 이는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제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랐습니다. 저희들의 몸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몸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M31)라는 말로 알 수 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자 한다. 경전에 실려 있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한다. 승가공동체에서 화합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가르침을 접했을 때 실천하고자 했다. 먼저 가정에 적용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있으면 모임이 이루어진 것과 같다. 홀로 사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둘이서 살면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부사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부사이에는 남자의 역할이 있고 여자의 역할이 있다. 남자는 돈을 벌어 오고 여자는 살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맞벌이 하는 부부들은 많다.
 
맞벌이할 때 먼저 오는 사람이 밥을 준비 해야 한다. 이는 경에서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고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한다.”라는 말과 일치한다. 나중에 온 사람은 설거지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경에서 “나중에 돌아오는 자는 남은 음식이 있으면, 그가 원한다면 먹고,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풀이 없는 곳에 던지거나 벌레 없는 물에 가라앉게 합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면 먼저 온 사람이 저녁준비를 해야 한다. 나중에 오는 사람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쓰레기를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는 것과 같다. 쓰레기가 차면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것도 해당된다. 이는 다름아닌 플로깅라이프의 실천이다.
 
모임에서도 플로깅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다. 법회가 있을 때 먼저 온 사람이 방석을 까는 것이다. 식사할 때 먼저 앉은 사람이 컵에 물을 따라 주는 것도 플로깅라이프에 해당될 것이다.
 
플로깅라이프는 내가 먼저 하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에서는 먼저 온 사람이 준비해야 한다. 탁발에서 먼저 온 수행승이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 내가 먼저 하면 다툴 일이 없다. 가정에서나 모임에서나 화합의 공동체가 된다.
 
플로깅라이프, 새로운 용어이다. 처음 접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실천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훈련소에서 주임상사도 말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이천오백년 전에 승가공동체에서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플로깅라이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2024-01-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