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보시통장을 만들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4. 2. 22. 09:17

보시통장을 만들고자
 
 
어제 귀인(貴人)이 찾아 왔다. 3년만이다. 잊을만하면 찾아 온다. 십년이 넘는 오랜 고객이다.
 
귀인 맞을 준비를 했다. 대접해야 할 것은 절구커피이다. 원두콩을 직접 절구질하여 만든 커피이다. 귀한 손님이 올 때 늘 대접하는 것이다.
 
귀인은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새로운 일감을 준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대작(大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년에 한두 번 걸릴까 말까 한 분량의 일감이다.
 

 
귀인은 나보다 한 살 적다. 또한 나보다 한 학번 어리다. 그럼에도 친구처럼 지낸다. 이른바 사회친구인 것이다.
 
귀인은 고객으로 만났다. 키워드광고를 했는데 보고서 전화한 것이다. 이후 사무실 같은 층으로 이사 왔다. 그도 늘 혼자이다. 일인사업자이며 원맨컴퍼니이며 일인사장인 것이다.
 
그가 사무실을 떠난 것은 사오년 되었다.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집에서 자려고 할 때 뇌졸증 느낌이 와서 구급차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완쾌 되었다.
 
그는 왜 쓰러졌을까? 아마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다.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웠기 때문이다. 수십 년 담배 피운 것이 누적되어서 혈관질환을 일으킨 것 같다.
 
그가 사무실을 철수한 것은 혼자 있을 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다가 쓰러졌을 때 신속하게 대처를 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사무실을 자신의 아파트로 옮겼다. 아내가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대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의 건강은 어떠할까? 이후 병원에 갔는지 물어 보았다. 전혀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담배도 끊고 술도 끊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하나의 사건이 사람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는 아파트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후배 회사에서 기술고문을 맡고 있다. 후배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데 인쇄회로기판 설계를 의뢰하기 위해서 전화한 것이다.
 

 
일감이 있어서 일을 할 때에는 먼저 견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에 10% 할인 적용하여 견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경쟁사 견적보다 너무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높여서 견적을 하라고 했다.
 
견적서를 높여 다시 견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다. 후배 회사 사장 일을 봐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본다. 경쟁사 견적보다 너무 낮게 나와서 근접하게 견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생각지도 못하게 금액이 높아졌다.
 

 
이번에 수주한 일감은 나에게 있어서 대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한달 이상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좀처럼 드문 일이다. 마치 공돈이라도 생긴 것 같다. 일이 완료가 되면 입금 될 것이다.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튜브에서 독거노인tv를 재미 있게 보았다. 나이 칠십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파란만장하다. 담담하게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이런 인생도 없는 것 같다. 부자가 되었다 알거지가 되었다가를 수도 없이 반복한 것이다. 그것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 국제적으로 산 것이다.
 
독거노인의 유튜브는 갑자기 조회수가 많아 졌다. 한달 전 처음 발견했을 때 구독자가 고작 2천명 가량 되었는데 갑자기 만명이 넘었다. 시청자도 고작 몇 백명이었는데 만명이 넘었다. 그래서일까 유튜브 수익이 생겼다고 한다. 무려 250만원의 수익이 생긴 것이다.
 
독거노인은 설 명절이 끝나면 라오스에 가서 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유튜브 수익이 발생해서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독거노인은 유튜브 수익을 저축하지 않겠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공돈과도 같기 때문에 시청자를 위해서 쓰겠다고 했다. 그래서 라오스에 오면 대접하겠다고 했다.
 
어디 가서 돈 자랑 하지 말라고 했다. 돈자랑 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거노인은 돈자랑을 한다. 유튜브 수익이 생긴 것을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돈자랑한 것은 시청자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의미로 한 것이다.
 

 
귀인이 와서 오랜만에 큰 일감이 생겼다. 큰 활력이 생겼다. 마우스를 잡고 클릭하는데 힘이 실린다. 마음도 뿌듯하다. 한달 이상 수입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비에 사용해야 할까? 그러나 거의 고정적으로 일감을 주는 회사가 있다. 저축하는데 사용해야 할까? 이때 독거노인을 생각했다. 나도 독거노인처럼 돌려 주고자 한 것이다.
 
일이 끝나서 입금이 되면 별도의 통장을 만들려고 한다. 보시통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시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누고자 한다. 또한 불사가 있으면 불사에도 참여하고자 한다.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 보시하는 삶을 생활화 하고자 한다.
 

 
사람이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벌었으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벌기만 하고 쓸 줄도 모른다면 평생 노예처럼 살다가 갈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써야 하고 타인을 위해서도 써야 한다. 보시통장을 만들어야겠다.
 
 
2024—2-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