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리어 공부

매일 조금씩 진도 나가다 보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4. 2. 25. 11:10

매일 조금씩 진도 나가다 보면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 물단지가 가득찬다.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일이든지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면 마침내 다 하게 된다.

 

빠알리기초문법이 이제 두 번 남았다. 지난주 수요일에 열 번째 줌수업이 있었다. 백도수 선생은 수업이 시작되면 반복학습을 한다. 지난번에 배웠던 것을 다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이십분가량 반복학습한 다음에 진도를 나간다.

 

 

줌수업 시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카톡방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마 바빠서 시간 내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을 감안해서 링크를 걸어 놓는다. 다시보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빠알리 수업은 녹화된다. 그러나 진행자가 깜박 잊고 녹화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수업이 끝난 후에 다시 녹화해야 한다. 아마 맥 빠질 것으로 생각한다. 똑 같은 일을 두 번 반복한다는 괴로운일일 것으로 본다.

 

줌수업 시간에 가장 좋은 것은 그 시간에 직접 듣는 것이다. 직접 들으러 가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줌으로 수업하는데 가능하면 제시간에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거의 반은 나중에 듣는 것 같다.

 

제시간에 줌수업을 듣고 있다. 제시간에 들으면 별도로 녹화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녹화하지 않아도 된다. 녹화하는 것은 불참자들을 위한 과잉서비스인지 모른다. 다시 녹화한다는 것은 진행자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빠알리 수업을 들으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격변화에 대한 것이다. 빠알리어는 우리나라 말과는 달리 격변화가 있다. 주격, 목적격, 도구격, 탈격, 여격, 처소격 등 8격변화가 있는데 격에 따라 달리 써 주어야 한다. 그런데 여성명사의 경우 격변화가 단순하다는 것이다.

 

빠알리어에는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있다. 물론 중성명사도 있다. 그런데 남성명사는 격변화가 비교적 잘 구분되어 있지만 여성명서는 주격과 목적격을 제외하고 두루뭉실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구격, 탈격, 여격, 처소격의 경우 āya/ iyā/ uyā로 격변화한다. 왜 이렇게 단순할까? 이는 여성명사가 남성명사에 비하여 많이 쓰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명사에서 격변화의 구분이 없으면 문장을 보고서 판단해야 한다. 마치 한문번역에서 문맥을 보고서 판단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산스크트어의 경우 격변화가 엄격하다는 것이다. 산스크리트에서는 8격변화가 모두 다른 것이다. 그래서 산스크리트어가 빠알리어보다 좀더 진화된 언어체계로 보는 것이다.

 

빠알리어를 영역한 것도 있고 독역한 것도 있다. 어느 것이 더 정확할까? 백도수 선생에 따르면 독역이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 이는 독어가 영어보다 격변화가 더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어번역은 엄격하게 번역되어 있고 영어번역은 대충대충 설렁설렁 번역되어 있는 점도 있다고 한다.

 

현재 영역본은 빅쿠보디역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번역자들은 빅쿠보디 영역을 참조하여 번역한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독역도 참고하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는 두 종류의 번역서가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서와 초기불전번역서를 말한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서는 7개 국어의 번역을 참고하여 번역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독어 번역을 중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전재성 선생이 독일로 유학했기 때문에 독일어가 가능한 이유라고 본다. 그래서일까 각주를 보면 독일어 번역서를 자주 소개하고 있다. 반면에 초기불전연구원 번역서는 빅쿠보디의 영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독역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빠알리어를 매일 공부하고 있다. 최소한 30분 이상 투자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교재를 보고자 한다. 이렇게 한번 마음 먹어 놓으면 실행하게 된다.

 

빠알리 교재 빠알리 프라이머를 매일 조금씩 보고 있다. 예습 했던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번 다 보고 나니 두 번째 볼 때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펜으로 표시해 놓은 것이 있어서 잘 넘어 간다. 여기에다 줌수업 시간에 들은 것을 참조한다.

 

외국어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어는 익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입에 붙어야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루도 빠짐 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하기 싫어도 들여다 본다. 일단 들여다 보면 최소한 한페이지는 진도가 나간다. 이렇게 쌓이고 쌓이면 진도가 꽤 나가게 된다.

 

교재를 다 보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년 열두달 매일 조금씩 하게 되면 엄청나게 축적될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그렇다.

 

매일매일 하는 것이 있다. 글쓰기, 좌선하기, 빠알리어공부하기, 경전과 논서읽기, 그리고 책만들기를 말한다. 이와 같은 오대사업은 매일 하는 것이다. 일이 있어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외출을 해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를 제외하고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다.

 

일도 매일 조금씩 한다. 한번에 일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업인 인쇄회로기판설계(PCB)는 완성되는데 있어서 절대적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쇄회로기판설계는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네트리스트 형성, 부품배치, 그리고 배선설계 과정을 말한다. 이런 일은 한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이만큼 했으면 내일은 저만큼 하면 된다. 오늘 이정도 해놓았으면 내일 저만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일은 조금씩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은 생활화하기 위한 것이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가 생활화된다. 마침내 금자탑을 이루게 된다.

 

어제 천장사에서 북토크가 있었다. 천장사 다닌 것에 대한 글모음이다. 사람들 앞에서 책 소개를 할 때 자랑아닌 자랑을 했다. 그것은 글쓰기와 책만들기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2006년부터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쓴 글은 7,4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책을 120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직도 30권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글쓰기는 일상이다. 마치 매일 밥 먹는 것과 똑같다. 매일 글쓰기하는 것을 생활화 했다. 그러다 보니 7,400개가 되었다. 마치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져 단지를 채우는 것과 같다. 책 만들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7년동안 틈만 나면 책만들기 하다 보니 121권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빠알리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1회 줌수업이 있지만 이것과 무관하게 매일 빠알리 교재를 보는 것이다. 다 보았으면 두 번 보면 된다. 또 다 보았으면 세 번 보면 된다. 언어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주 보면 볼수록 이익이다. 이번에 기초과정이 끝나면 경전강독반 과정에 등록해서 계속 공부할 계획이다.

 

글쓰기를 하고 좌선을 하고 빠알리공부를 하고 경전과 논서를 보고 책만들기를 하는 것은 선업을 쌓는 것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해야 한다. 매일 하다 보면 책 진도가 나가듯이 어느 날 상당히 쌓여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그것이 내게 닥치지 않는다.’라고

악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

물단지가 가득차듯,

어리석은 자는 조금씩 조금씩 모은

악으로 가득 찬다.”(Dhp.122)

 

“ ‘그것이 내게 닥치지 않는다.’라고

선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리.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

물단지가 가득차듯,

슬기로운 자는 조금씩 조금씩 모은

선으로 가득 찬다.”(Dhp.122)

 

 

2024-02-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