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리어 문법 12주 과정을 마치고
이미우이 음악이 흐르는 백권당의 아침이다. 세계적은 불교음악가 이미우이(ImeeOooi: 黃慧音)가 라따나경(寶石經: Sn2.1)을 부르고 있다. 2007년부터 듣기 시작했으니 이제 17년 되었다.
이미우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쁨과 환희가 일어난다. 이미우이 음악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부처님의 언어로 부르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의 언어 빠알리어를 배웠다. 빠알리어 기초문법과정을 배운 것이다. 어제 마지막 줌강의를 들음으로써 12주동안 진행되었던 과정이 끝났다.
이번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익혔을까? 강의가 시작되었을 때 비장한 각오를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기필코 마스터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한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 특징이 있다. 그것은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이번 빠알리어 문법과정에 임하면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고자 했다. 특히 예습을 철저히 하고자 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빠알리 교재는 너덜너덜해졌다. 예습하는 과정에서 낙서해 놓았기 때문이다. 연필과 형광메모리펜과 볼펜이 동원되었다. 메모하고 칠 하다 보니 온통 낙서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배움에 대한 몸부림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과정에 임하면서 독하게 마음 먹었다. 그것은 ‘죽기살기로’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태만해질 때 결심한 것을 상기 시켰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빠알리어를 접하면 마음이 설레인다. 이는 이미우이 음악으로 빠알리어를 접한 것이 큰 이유이다. 부처님이 설한 경을 현대음악으로 불렀을 때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빠알리어는 부처님의 언어이다. 부처님이 민중어인 빠알리어로 설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역경전을 보는 것보다 빠알리 원문을 접하는 것이 더 좋다. 한역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것보다 라따나경을 빠알리어로 독송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빠알리 사랑은 외우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미우이 음악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뜻을 모르고 들으면 반감된다. 뜻을 알고 들으면 더욱더 설레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라따나경을 외우고자 했다.
라따나경을 외운 것은 2011년의 일이다. 음악으로 접한지 4년만의 일이다. 그런데 한번 발동이 걸리자 질주하기 시작했다. 2011년 라따나경 외우기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멧따경, 2013년에는 망갈라경을 외웠다. 이후 초전법륜경, 자야망갈라가타, 법구경 1품과 2품, 팔정도분석경, 십이연기분석경, 죽음게송, 파다나경 등을 외웠다.
경을 외울 때는 뜻을 새기며 외우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외워야 한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기도하듯이 뜻도 모른 채 빠른 속도로 외워서는 안된다. 주석에 따르면 뜻을 새기며 암송했을 때 공덕이 된다고 했다.
수많은 빠알리경을 외웠다. 그러나 문법을 모르고 외웠다. 단지 단어 뜻만 알고 외운 것이다. 그런데 자주 외우다 보니 어느 정도 문법은 파악되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를 느꼈다.
오래전부터 빠알리어를 배우고 싶었다. 분명히 어디에선가 강좌가 있을 것 같았다. 대학에 강좌가 있다면 가서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한해 두해 세월만 흘러갔다. 십년이 되었을 때 다급해졌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작년 담마와나선원에서 강민수 선생과 이야기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경전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빠알리어 문법강좌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빠알리어 강좌는 있었다.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에서 개설한 기초문법강좌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줌강좌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어제 빠알리어 교재 32과까지 진도를 모두 나갔다. 미리 예습을 해 놓았기 때문에 줌강의 시간에는 느긋한 마음으로 들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 보면 책에 없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공부방법이 있다. 하나는 책만 보고 공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생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이번 강의를 듣다 보니 책만 보고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선생과 함께 공부하면 책에 쓰여 있지 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울 때 선생을 필요로 한다. 책만 보고 기술을 배우기가 힘들다.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빠르다. 먼저 배운 사람은 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의 지혜가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자신이 전문가이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선생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선생으로부터 노우하우를 배우는 것과 같다.
장인은 노우하우가 있다. 그런데 노우하우라는 말은 말이나 글로 잘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몸으로 익힌 것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익힌 것은 지혜에 해당된다. 책을 보아서 이해한 지식과는 다른 것이다.
한때 빠알리어를 독학해 보고자 했다. 빠알리 문법 책도 사 놓았었다. 그러나 문법책은 장식품에 불과했다. 처음 몇 페이지 보고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다.
빠알리어를 유튜브에서 배워보고자 했다. 그러나 유튜브 역시 한계가 있었다. 단지 영상을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 빠알리어를 배우게 되었다. 십년 이상 “빠알리어를 배워야 하는데”라며 애만 태우다가 결심하게 된 것이다. 비록 줌 강의이긴 하지만 책으로 배우는 것이나 유튜브로 배우는 것과 비교되지 않았다. 그것은 소통에 있다.
어떤 학문이든지 어떤 기술이든지 배움에 있어서는 스승을 필요로 한다. 먼저 경험한 사람이 이끌어 주면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어제 마지막 강의에서 백도수 선생은 핵심을 알려 주었다. 백도수 선생은 대명사와 관련하여 “표 26번부터 34번까지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표 28번은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말은 책에 없는 것이다.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선생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기고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외워야 한다. 백도수 선생은 표28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사진 찍듯이 외워야 한다.
백도수 선생은 외우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마치 주문 외듯이 외는 것이다. 인칭대명사 남성에 대해서는 “소 땀 떼나 따스마 땃싸 따스민”으로 외운다. 인칭대명사 여성에 대해서는 “사 땀 따야 따야 따야 따얌”으로 외운다. 인칭대명사 중성에 대해서는 “땀 따드 땀 따드 떼나”라고 외우라고 했다.
인칭대명사 복수에 대해서는 “떼 떼히 떼삼 떼수”로 외워야 한다. 표 28에서 빨간 글씨만 외우는 것이다. 여성은 “따 따히 따상 따수”로 외워야 한다. 중성은 “따니”만 기억해 두면 된다고 했다.
선생이 외우라는 것은 외워야 한다. 일인칭 대명사는 “아함 맘 마야 마야 마마 마이”로 외워야 한다. 복수는 “마얌 암헤 암헤이 함하깜 암헤수”로 외운다. 이인칭 대명사는 “뜨왐 뜨왐 뜨와야 뜨와야 따와 뜨와이”로 외운다. 복수는 “뚬헤 뚬헤 뚬헤이 뚬하깜 뚬헤수”로 외운다.
백도수 선생에 따르면 표 28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표 28만 외우고 있으면 다른 표는 응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빠알리 문법과정 12주가 끝났다. 죽기살기로 공부하고자 했다.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예습과 복습을 했다. 책은 너덜너덜 해졌다. 그러나 선생으로부터 강의를 듣는 것만 못한다. 선생을 핵심을 질러 주었기 때문이다.
빠알리 문법과정 12주에서 남은 것은 표이다. 빠알리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하나의 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백도수 선생이 정리한 표는 모두 34개이다. 이 중에서 핵심이 없지 않을 수 없다. 명사와 관련해서는 1번표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주격, 목적격 등 8격 변화가 표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울 때는 마치 주문 외듯이 “오 암 에나 아스마 암하 또 사 아야 에 스민 암히”로 외우라고 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표는 동사활용변화에 대한 것이다. 이것도 주문외둣이 외워야 한다. 어떻게 외우는가? 현재의 경우 “미시띠 마따띠”외우고, 과거의 경우는 “임이이 임하 이타 임수”로 외우는 것이다.
빠알리어 12주는 표만 남았다. 앞으로 강독을 하면 표를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명사격변화 1번표와 인칭대명사 28번표, 그리고 동사활용변화표는 마치 사진 찍듯이 새기고 있어야 한다.
빠알리문법 12주 과정이 끝났다. 지난 겨울 세 달 동안 진행된 것이다.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죽기살기로 공부해보고자 했다. 성과는 있었다. 그 어렵고 막막하기만 하던 빠알리어가 이제 조금 보이는 것 같다. 특히 현재분사와 과거분사와 같은 형용사의 격변화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빠알리어 문법공부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임을 말한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급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것은 경전반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부터 9시 30분까지 90분동안 진행된다. 줌으로 진행된다.
경전반에 등록했다. 수강료는 5만원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빠알리 경전 원문을 읽으면서 듣는 것이다. 빠알리 문법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 했으므로 이제 실전에 임하는 것이다. 강사는 역시 백도수 선생이다.
빠알리어를 접한지 17년만에 문법을 알게 되었다. 언어체계를 익히니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 이제 빠알리 원문을 접하면 단어는 몰라도 어떤 구조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 보면 그만이다. 그것도 인터넷 사전이다. 단어만 클릭해도 영어로 설명이 뜬다.
오랜 세월 빠알리어와 함께 살았다. 매일 이미우이 음악을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는 라따나경을 듣고 하루 일과를 마칠 때는 자야망갈라가타를 듣는다.
빠알리어를 들으면 힘이 난다. 빠알리어를 들으면 기쁨이 생겨난다. 왜 그럴까? 아마 그것은 부처님 언어일 것이다. 부처님이 빠알리어로 말했기 때문에 빠알리어를 들으면 기쁨과 환희가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도 백권당에 “야니다 부따니 사마가따니~”하며 이미우이의 라따나경 음악이 울려 퍼진다.
2024-03-0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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