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수 하나 더 보태주고자
“할일은 없고 머리수나 채워줘야지.” 숭례문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여기는 채상병특검 국민대회 현장이다.
오늘 오후 일정은 정치집회에 참여 하기로 했다. 5월 25일(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서울역에서 숭례문(남대문)까지 도로에서 열린다.
오랜만에 아스팔트에 섰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촛불행동에 참여 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갈 수록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발길을 멀리하게 되었다.
서울역 5번 출구로 나왔다. 오후 3시 사람들은 거리에 가득했다. 차도 반을 시민들에게 내 주었다. 인도도 꽉 차서 헤집고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숭례문 옆에 앉았다. 오후 3시 반 무렵 숭례문 근처에는 듬성듬성 사람들이 있었다.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2016년 촛불이 연상되었다.
2016년 1차 촛불에 참여한 바 있다. 그때 청계천 입구 소라광장에서 집회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이 이슈였다.
지나고 보면 역사의 현장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016년 9월말도 그랬다. 그때 6시 가까이 되어서 도착했는데 혁명기운을 감지했다. 군중 속에서 “박근혜 퇴진” 구호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그 다음 주부터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2016년 광화문촛불 이후 8년이 되었다. 사람들은 또다시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이번에는 “윤석열 탄핵”이다. 역사는 반복 되는 것 같다.
역사의 발전을 믿는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 간다고 보는 것이다. 설령 일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보 전진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요즘은 비관적이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변화무쌍하다. 유튜브 역사 채널을 보면 끝없는 반복처럼 보인다. 왕조가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하는 것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내가 사는 세상은 욕계(欲界)이다. 욕계, 색계, 무색계 가운데 욕망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욕망의 세계에 살고 있는 한 욕계를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왕조가 진보 없이 끊임없이 흥망성쇠하는 것도 욕계 세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욕망이 있는 한 욕망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힘들다. 역사가 진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에 있어서는 변함 없다.
인간에게 욕망이 있는 한 미래도 크게 기대할 것도 없다. 미래도 현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감각을 즐기며 사는 삶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욕망의 존재로 세팅되어서 태어났다. 이는 인간이 ‘오취온(五取蘊)’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색, 수, 상, 행, 식이라는 오온에 집착된 존재이기 때문에 갈애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에게 갈애가 있는 한 세세생생 욕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색계나 무색계에 대하여 갈애 한다면 수승한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열반을 체험하지 않는 한 육도윤회 할 수밖에 없다.
숭례문 옆에 앉아 있었다. 오후 4시가 되자 사람들로 메꾸어졌다. 가수 안치환이 나오자 분위기가 고조 되었다.
저 멀리서 구호가 들린다. 어떤 연사는 “5월 28일 기적의 역사를 이룹시다.”라고 외쳤다.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채해병특검을 다시 올려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당에서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연사는 자신하는 것 같다.
아스팔트에서는 갖가지 구호가 난무한다. “대통령 특검거부 국민이 거부한다.”라고 외친다. 또한 “특검 반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런 말보다 답답해서 나왔을 것이다.
앉아서 사람들을 보았다.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다. 이삼십대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세상에 가장 재미 있는 것이 사람구경이다. 공항 대합실에서는 갖가지 종류의 사람들을 본다. 모두 잘난 사람들 같다.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시위현장에서 갖가지 사람들을 본다. 대체로 허름한 옷차림이다. 세파에 찌든 듯한 표정이다. 그들은 왜 나왔을까?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이다. 부와 명예와 지위를 가진 자들은 시위현장에서 볼 수 없다. 그들은 아마도 지금 이대로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세상은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 자식도 내뜻대로 되지 않고 배우자도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 돈도 내뜻대로 벌리지 않는다. 당연히 대통령도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포기할 수 없다. 머리수 하나라도 보태 주어야 한다. 욕망의 세계에서 기대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힘을 실어 주고자 한다.
숭례문에서 4시 반까지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꾸역꾸역 밀려 들었다. 머리수 하나 보태 주기 위해 갔다.
2024-05-2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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