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음식에 적당량을 알고 음식절제 하는 것도 수행

담마다사 이병욱 2024. 9. 11. 11:25

음식에 적당량을 알고 음식절제 하는 것도 수행
 
 
“내가 날씨처럼 마음이 변할 것 같소?”라는 말이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마음이 죽 끓듯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요즘은 “주식시세처럼 마음이 변할 것 같소?”라는 말이 타당할 것 같다.
 
재거우안거 54일째이다. 오늘 무척 더운 날씨이다. 중앙냉방장치가 가동되기 이전에 시간에 앉아 있었는데 가슴골에 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컨디션도 좋지 않다. 어제 과식한 영향이 크다.
 
오늘 삼십분 좌선은 실패이다. 집중도 되지 않고 망상속에서 보냈다. 몸의 컨디션이 영향 준 것이다. 수행자라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탐욕을 줄여야 한다.
 
매일 점심을 한식부페식당에서 먹는다. 만안구청사거리 대로 국민은행 지하에 있는 ‘미소푸드’식당을 말한다. 한끼에 7천원이다. 식권 20장을 구매하면 한장은 공짜로 준다.
 
잘 먹어야 한다. 먹어야 버틴다. 한식부페에 반찬은 열 가지 가량 된다. 고기는 빠지지 않는다. 갖가지 나물도 날마다 달리 하여 올라 온다. 계란은 셀프로 후라이를 해서 먹을 수 있다.
 
몇 주전 유튜브에서 노년의 건강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노년의학전문의사는 노년에는 고기를 자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식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년이 되면 근육의 힘으로 버티는데 고기를 먹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식판에 고기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잔뜩 올려 놓았다. 계란후라이도 셀프로 만들어 올려 놓았다. 고기를 먹어야 된다고 말해서 돼지고기 네 점을 올려 놓았다.
 

 
배가 더부룩했다. 배에 쌓여 있는 채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것저것 먹다 보니 한계를 느꼈다. 더 먹으면 탈 날 것 같았다. 음식을 남기면 벌금 매긴다는 경고가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
 
저녁이 되었다. 때가 되었어도 배고프지 않았다. 많이 차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비워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라면 하나를 먹었다. 식탐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속이 불편했다. 설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더부룩한 것이 불쾌했다. 이렇게 되자 어제 저녁은 컨디션이 엉망인 상태에서 보내게 되었다. 점심 때 너무 많이 먹은 것이 탈 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 세 끼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먹는다. 그러나 수행자는 오후에는 먹지 않는다. 오후불식 또는 오후금식하는 것이다.
 
오후불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처님이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산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살면서 병이 없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힘이 있고 안온한 것을 즐긴다. 수행승들이여, 오라. 여기 그대들도 하루 한 끼 식사를 하길 바란다. 수행승들이여, 그대들도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살면서 병이 없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힘이 있고 안온한 것을 즐기기 바란다.”(M65)
 
 
부처님은 하루 한끼 식사를 했다. 하루 한끼 식사를 했더니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더구나 병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하루 한끼 식사할 것을 권유했다.
 
불교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 부처님이 하루 한끼 식사하면 제자들도 하루 한끼 식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을 해야 하는 재가불자는 예외라고 본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먹어야 힘을 쓰기 때문이다.
 
하루 한끼만 먹으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빤냐와로 스님은 담마와나선원 법회에서 명상이 잘 되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점심 때 먹은 것이 저녁 때가 되면 완전히 소화 되어서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부처님은 처음부터 하루 한끼만 먹지 않았다. 부처님도 처음에는 세 끼를 먹었다. 이는 제자가 “세존이시여, 참으로 저희들은 전에는 저녁, 아침, 대낮의 때 아닌 때에 식사를 했습니다. (M66)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처음에는 하루 세 끼 식사를 한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가르침을 따른다. 부처님이 하루에 두 끼를 드시고 난 다음에 “수행승들이여, 대낮의 때 아닌 때 식사하는 것을 버려라.’고 말씀하셨습니다.”(M66)라고 말했다. 하루 두 끼 먹으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하루 두 끼만 먹으라고 했다. 이런 부처님의 말에 제자들은 반발했던 것 같다. 이는 “저는 이와 같이 ‘신심있는 장자들은 때 아닌 때인 대낮에 여러 가지 음식을 우리에게 준다. 그러나 세상에서 존경하는 분께서는 그것을 우리에게 버리라고 하신다.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분께서는 그것을 포기하라고 하신다.’’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나고 슬퍼졌습니다.”(M66)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어느 때부터 부처님과 제자들은 하루 두 끼를 먹게 되었다. 이는 “그래서 저희들은 오로지 저녁과 아침에만 식사를 했습니다. “(M66)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부처님은 하루 세 끼부터 시작하여 두 끼로 줄이더니 하루 한끼로 했다. 수행승들도 따라 시행했다. 이런 시행은 율로 정해졌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때 아닌 때인 저녁에 식사하는 것을 버려라.” (M66)라고 말한 것이다. 하루 두 끼에서 하루 한끼로 줄이라는 것이다.
 
성욕이 본능이듯이 식욕도 본능이다. 하루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루 세 끼 먹는다. 부처님은 두 끼로 줄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하루 한끼만 먹으라고 했다.
 
초기경전을 보면 식사에 대한 제자들의 반발이 보인다. 하루 한끼만 먹으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두 끼 식사 가운데 우리들이 좋은 식사라고 생각하는 저녁을 세상에 존경받는 분께서는 그것을 우리에게 버리라고 하신다.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분께서는 그것을 포기하라고 하신다.’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나고 슬퍼졌습니다.”(M66)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과 제자들은 하루 한끼만 먹었다. 처음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였고, 마침내 하루 한끼만 먹게 되었다. 부처님은 하루 한끼만 먹는 것에 대하여 “수행승들이여, 나는 밤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 밤에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병이 없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힘이 있고 안온한 삶을 즐긴다. 수행승들이여, 오라. 여기 그대들도 밤에 음식을 먹지 않길 바란다. 수행승들이여, 그대들도 밤에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병이 없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힘이 있고 안온한 삶을 즐기기 바란다.”(M70)라고 말했다.
 
수행자는 왜 하루 한끼만 먹어야 하는가? 이는 부처님이 경에서 다섯 가지 이익을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부처님은 하루 한끼만 먹는 이득에 대하여 “1)병이 없고, 2) 건강하고, 3)상쾌하고, 4) 힘이 있고, 5) 안온한 삶을 즐긴다.”(M65, M70)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루 한끼 먹는 다섯 가지 이익이다.
 
 
하루 한끼 먹는 다섯 가지 이익이 있다. 그것은 1)무병(appābādha), 2)건강(appātaṅka), 3)상쾌(lahutā), 4)힘(bala), 그리고 5)안온한 삶(phāsuvihāra)이다. 이런 이익이 있음에도 초기에 수행승들은 부처님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담마(法)가 되고 위나야(律)가 된다. 부처님이 하루 한끼의 이익을 말 했을 때 학습계율로 정해졌다. 그러나 경에 따르면 일부 수행승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는 “그리고 존자 밧달리는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수행규범을 따르지 않은 채로 삼 개월 간 꼬박 세존을 대면하지 않았다.”(M65)라는 말로 알 수 있다.
 
오후에 먹지 않는 것은 때 아닌 때에 먹지 않는 것이다. 이는 경장에서뿐만 아니라 율장에서도 금해져 있다. 율장에는 다음과 같은 인연담이 있다.
 
 
“한때 존귀한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시의 벨루바나 숲에 있는 깔란다까니바빠 공원에 계셨다. 그런데 그때 라자가하 시에 산정축제가 있었다. 열일곱무리의 수행승들이 산정축제를 보기위해 갔다. 사람들이 열일곱 무리의 수행승들을 보고 목욕을 시키고 기름을 발라주고 식사를 주고 단단한 음식을 주었다. 열일곱무리의 수행승들은 단단한 음식을 가지고 승원으로 와서 여섯무리의 수행승들에 게 이와 같이 말했다.”(Vin.IV.85)
 
 
율장 비구계에 따르면 17명의 수행승들이 산정축제에 참가하고 난 다음에 음식을 얻어 왔다. 그리고 오후 때 아닌 때에 먹었다.
 
일부 수행승들은 부처님의 권유를 어겼다. 때 아닌 때에 먹은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수행승들은 분개 했다. 이는 “수행승들 가운데 욕망을 여의고, 만족을 알고, 부끄러움을 알고, 후회할 줄 알고, 배움을 원하는 자들은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했다.” (Vin.IV.85)라는 말로 알 수 있다.
 
율장은 ‘수범수제(隨犯隨制)’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죄를 범했을 때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율장에서 볼 수 있는 방대한 규정은 이렇게 수범수제로 이루어져 있다,
 
오후불식을 지키지 않는 수행승들의 행위는 부처님 귀에 까지 들어 갔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질타했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대들은 적절 하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고, 알맞지 않고, 수 행자의 삶이 아니고, 부당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행한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어찌 그대들은 때 아닌 때의 시간에 음식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것은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청정한 믿음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를 더욱더 청정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것은 오히려, 아직 청정한 믿음 이 없는 자를 불신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 가운데 어떤 자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 (Vin.IV.85)
 
 
부처님의 말씀은 법이 되고 율이 된다. 부처님이 때 아닌 때 먹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질책하자 하나의 율이 만들어졌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떠한 수행승이든지 때 아닌 때의 시간에 단단한 음식이나 부드러운 음식을 씹거나 먹는다면, 단순속죄죄를 범하는 것이다.”(Vin.IV.85)
 
 
때 아닌 때에 먹으면 ‘단순속죄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단순속죄죄법제37조에 해당된다. 이는 ‘때 아닌 때의 시간의 식사에 대한 학습계율(vikālabhojanasikkhāpada)’에 대한 것이다.
 
단순속죄죄법제37조에서 ‘때 아닌 때’의 시간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간을 말하는 것일까? 율장에서는 “ ‘때 아닌 때의 시간’라는 것은 정오를 지나서 일출까지를 뜻한다.”(Vin.IV.86)라고 규정해 놓았다. 정오를 지나서 다음 날 해 뜰 때까지는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후불식은 정오 이후 다음날 해 뜰 때까지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율장에 따르면, ‘단단한 음식’에 대해서는“다섯 가지 정식과 시분약과 칠일약과 진형수약을 제외한 나머지가 단단한 음식이다.”(Vin.IV.86)라고 규정해 놓았다. 부드러운 음식에 대해서는 “다섯 가지 정식 즉, 밥, 쌀죽, 미숫가루, 물고기, 육고기를 뜻한다.”(Vin.IV.86)라고 했다.
 
때 아닌 때에는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이는 음식을 씹어 먹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런데 율장에 따르면 부드러운 음식 가운데 다섯 가지 정식이 있는데 여기에 ‘쌀죽’과 ‘미숫가루’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쌀죽과 미숫가루를 씹지 않고 삼키는 것도 때 아닌 때 먹는 것에 해당되는 것이다.
 
선원에서는 오후에 먹지 않는다. 그 대신 ‘주스타임’이라 해서 마시는 것은 허용된다. 꿀물도 허용된다. 그런데 율장에 따르면 미숫가루 같은 타 마시는 것도 허용되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과일을 갈아서 주스로 마시는 것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어제 점심 때 과식 했다. 과식한 과보는 컸다. 오후 내내 속이 불편했다. 그럼에도 저녁에 또 먹었다. 그 결과 더욱 불편했다.
 
몸이 불편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을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행선과 좌선도 잘 되지 않는다. 오늘 아침 행선과 좌선이 그랬다.
 
가능하면 점심을 조금 먹어야 한다. 자신의 분량에서 칠팔십프로만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녁은 가능하면 먹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재가의 삶을 사는 자는 생업이 있기 때문에 먹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분량을 알아서 음식절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도 수행이다. 음식절제는 모든 번뇌의 소멸에 근본이 되는 세 가지 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인가? 이는 “1) 감각능력의 문을 수호하는 것과 2)음식을 먹을 때에 알맞은 분량을 아는 것과 3)깨어 있음에 전념하는 것”(S35.239) 이렇게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음식절제인 것이다.
 
탐욕으로 음식을 먹으면 식탐이 된다. 맛 있는 음식을 보았을 때 많이 집으려 하는 것도 탐욕이다. 정신 없이 먹는 것도 탐욕으로 먹는 것이다. 이렇게 탐욕으로 먹었을 때 과식하게 된다.
 
부처님은 소식하라고 했다. 부처님은 하루 한끼만 먹으라고 했다. 하루 한끼만 먹어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부처님은 하루 한끼만 먹는 이익에 대하여 1)무병, 2)건강, 3)상쾌, 4)힘(생기), 그리고 5)안온한 삶, 이렇게 다섯 가지로 말했다.
 
오늘도 먹는다. 오늘 점심도 만안사거리 ‘미소푸드’에서 한식부페로 먹을 것이다. 오늘은 식탐으로 먹지 않고자 한다. 적당량을 먹고자 한다. 음식절제를 하고자 한다. 음식에 적당량을 알고 음식절제를 하는 것도 수행이다.
 
 
2024-09-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