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곰배령사람들,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가져다 쓴다

담마다사 이병욱 2009. 3. 2. 11:33

 

곰배령사람들,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가져다 쓴다

 

 

 

"있을 때 줏어 먹어라" 흔히 기업체에서 하는 말이다. 고객의 수요가 있을 때 적기에 상품을 만들어 최대의 매출 효과를 올리자는 말이다. 올해 50%먹고, 내년에는 30%, 내후년에는 20%먹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있을 때 한꺼번에 다 먹어 버리자는 것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고, 또한 그사이에 경쟁사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 있을 때 다 먹어 치우자는 발상이다.

 

강원도 첩첩산골 '곰배령사람들'

 

mbc특집극 '곰배령사람들'을 보았다. 강원도 첩첩산골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는 어느 59세의 남자 이야기이다. 그 사람은 혼자 살고 있는데 약초를 캐러 다닌다. 온 산을 다 헤집으면서 약초를 캐고 다니는 그가 하는 말은 "산은 보물창고와 같고, 온 천지에 돈이 널려져 있다"고 말한다. 아닌개 아니라 그가 찾아 다니는 곳 마다 버섯이며 각종 약재가 널려 있다. 심지어 귀하다는 산삼도 여러 뿌리 캤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귀한 약재를 보면 보는 족족 다 캐버리지 않고 좀더 자랄 때 까지 내 버려 둔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것이다. 설령 다른 사람이 발견 하더라도 상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산에서 필요한 만큼만 가져 가겠다는 말과 똑같다. 먼저 언급한 기업체에서 '있을 때 줏어 먹어라' 하는 말과는 대조 되는 말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곰배령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부부끼리 살았다고 하더라도 무료해서, 또는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의미를 찾지 못해서 한쪽이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아서 살아 가는 사람들은 보통 10년 이상이고 산생활에 거의 동화 된 듯 하다. 나름대로 살아 가는 방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의 흐름대로, 리듬대로 살아 간다는 것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간다. 큰 목표나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연에 파묻혀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이런 점이 도시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과 큰 차이점 일 것이다.

 

산골생활이 무료한 이유는

 

도시에서의 삶은 시간과 관계가 많다. 따라서 돈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무의미하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바느질을 하고, 땔감을 준비하기 위하여 장작을 패는 행위 자체를 무의미하게 보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사람이 산속에서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무료하기 때문이다. 만일 1년간 산속에 있으라고 말할 경우 몇일이나 견딜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오감을 만족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는 끊임없이 변화 하는 것을 쫒아 가기 바쁘다. 사람과 자동차의 빠르고 활기차게 바삐 움직이는 모습, 밤거리에서 네온사인의 번쩍거림, TV나 영화의 빠른 화면전환 같은 것이다. 사실 도시에서는 온통 볼거리 천지인 곳이 도시이다. 움직이는 모습만 보면 조금도 지루 하지 않다. 공항에서 대기 하는 동안 지루 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또한 귀로는 감성을 자극 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감미로운 음악이나 감동적인 이야기 같은 것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거기에 빠져 드는 것 역시 귀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혀로는 끊임 없이 맛있는 것을 탐한다. 맛집을 찾아 한 두시간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은 보통이다. TV에서 저녁시간에 맛집소개를 하는 것도 혀로 느끼는 즐거움을 보여 주기 위함 일 것이다. 촉감으로 느끼는 감각적 쾌감 역시 도시생활의 주요한 요소중의 하나이다. 감감적인 쾌감을 느끼는 그 순간 만큼은 무료할 여유가 없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이 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통 하려고 한다. 신문을 보고 책을 보고 TV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가장 큰 소통 수단이다.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공간에 지나지 않지만 커뮤니티도 있고 친구도 있어서 현실 못지 않은 세계이다. 이런 인터넷을 단 하루라도 접속을 하지 않으면 허전 하고 배고픈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정보에 대한 욕구는 식욕, 생리욕과 같이 현대인게는 이제 기본적인 욕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오감과 생각을 조금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만족 시켜 주어야 하는 곳이 도시에서의 생활이다. 이런 도시에서 살다가 오감과 정보가 차단된 산골로 들어 오면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 대체로 잠시 쉬기 위하여 산골을 찾은 사람들이 단 하루밤만 자고 물러나는 요인이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6가지 감각기관에 매몰 되어 있는 한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산속생활을 동경 한다. 그들과 같이 대자연에 묻혀서 자연의 흐름대로 살고 싶은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이비설신의로 대표 되는 6가지 감각기관에 매몰 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결코 실행 하기 어려운 꿈과 같은 이야기 이다. 산속생활을 하려면 먼저 6가지 감각기관을 포기해야 한다. 항상 빠른 것에 익숙해 있어서 무료함을 참을 수 없는 사람, 듣기 좋은 소리 때문에 관념에 빠진 사람, 맛있는 것만 찾아 다니는 사람,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 하는 사람, 냄새마져 좋고 싫어함이 분명한 사람,  단 하루도 TV나 라디오, 인터넷, 휴대폰, , 신문을 보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한 사람은 산골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산골에서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들 6가지 감각기관중 몇개는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시인이 보았을 때 돈도 안되는 일을 할 수 있고 반드시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따라서 축적할 필요도 느끼지 않으며 축적할 것도 없다. 그래서일까 거의 전부가 집 주위에 울타리가 없다. 산과 집과 하나가 된 모양이다. 산에서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 먹기 때문에 보는 족족 다 따 거나 쓰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가져다 쓴다

 

'있을 때 줏어 먹어라'라고 대표 되는 도시에서의 삶은 가능한 많이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울타리를 쳐야 한다. 요즘은 울타리 대신에 최첨단 경비 시스템을 도입 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많이 축적하고 모으지만, 그 모은 재산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암으로 죽고, 새로운 사업을 하다 날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 하다. 그 때서야 인생의 '무상(無常)'함을 느낀다. 사실 바쁜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무상을 느낄 겨를이 없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계절이 바뀌어도 잘 모른다. 집과 일터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날씨나 계절의 변화와 무관하게 그날이 그날 같다. 그러나 산골에서의 생활은 바람이 불면 바람의 감촉을 느끼고, 비가 오면 떨어지는 빗소리를 귀를 통하여 직접 들을 수 있다. 또한 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알 수 있고, 낙엽이 지면 가을임을 알아 차릴 수 있다. 이와 같이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또한 무상함을 체득한다. 굳이 말로 설명 하지 않더라도 자연현상이 말을 해 주는 것이다. 바로 무상함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과 내가 하나 됨을 느끼고 굳이 축적 하지 않아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가져다 쓰면 되기 때문이다.

 

 

 

2009-03-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