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5. 2. 3. 09:35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종종 TV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소개하는 장면을 보면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를 소개 하는 장면입니다. 대게 자막에 이름과 함께 괄호를 이용하여 나이를 표시 합니다. 그런데 TV를 보면 또 하나 특징이 있습니다. 나이 대신 직위나 단체의 이름이 명기 되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일인사업자, 소위 자영업자는 어느 경우에 해당될까요?

 

길거리에서 누군가 사장님!”하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자 상당수 사람들이 뒤를 돌아 보았다고 합니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요? 우리나라 상당수 사람들이 자영업자라는 말입니다.

 

대게 자영업자의 경우 사장님이라고 불러 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인사업자라도 명함에는 대표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부르기 쉽게 사장님이라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자영업자가 혹시라도 TV에 나올 일이 있을 때 아무게 회사 사장이라는 말대 신 나이를 기입하여 넣을 것입니다.

 

우리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분이 존재 합니다. TV방송에서 자막처리 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일 것입니다. 정부의 관료나 대학교수, 그리고 큰 회사의 임원, 또는 유명인 들은 굳이 나이를 표시 하지 않습니다. 지위나 직위 또는 하는 일을 표시 하여 줍니다. 그러나 나지도 들지도 않은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로 그 사람의 현재 위치를 나타나게 해 줍니다. 이런 경향은 전사회 분야에서 적용됩니다.

 

은행에서도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또는 현재의 재산상태에 따라 신용등급이 정해집니다. 결혼정보중매회사에도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차별화가 이루어져 일등신랑이나 일등신부감이 정해집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사회에서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 신분사회라 볼 수 있습니다.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로 표시됩니다. 방송자막에 나이를 집어 넣는 것은 그 사람의 현재위치에 해당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적으면 적은 만큼 경험이나 지혜가 적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또한편 나이가 많으면 경험이나 지식, 지혜가 매우 풍부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 합니다.

 

나이가 그 사람을 평가 하는 일종의 잣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많다고 하여 반드시 경험이나 지식, 지혜가 풍부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법구경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습니다.

 

 

머리가 희다고 해서

그가 장로는 아니다.

단지 나이가 들었으나

헛되이 늙은이라 불리운다.(Dhp260)

 

 

나이가 들면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한 부류는 머리가 빠지는 타입이고, 또 한 부류는 머리가 희어 지는 타입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 대머리로 진행됩니다. 물론 남자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가 빠지는 경우 참으로 곤혹스러워 합니다. 이럴 경우 차라리 머리가 희어 지는 것이 더 낫겠지요.

 

나이가 들면 머리가 희어집니다. 이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머리가 희어 집니다. 장년층에서도 머리가 허옅게 센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삶의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라 봅니다. 그럼에도 머리가 허옅게 센 경우 연륜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삶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였고 그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아직 겪어 보지 않은 일을 먼저 겪었기 때문에 나이가 든 이들은 어떻게 보면 인생선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는 지 모릅니다.

 

 

 

wisdom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일반적으로 지혜로워 집니다. 살아 오면서 산전수전 다겪었기 때문에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무모한 젊은이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지 말라고 충고해주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노인은 어느 면으로 보았을 때 지혜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머리는 허옅게 세어서 겉보기에는 지혜로운 노인처럼 보이지만 하는 행위를 보면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볼 때입니다. 그런 경우 흔히 하는 말이 아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 일 것입니다.

 

법구경 게송에서 머리가 희다고 해서 그가 장로는 아니다.”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지 나이가 들었으나 헛되이 늙은이라 불리운다.”라 하였습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주석에 따르면 그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장로가 될 수 있는 성품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에 헛된 늙은이라고 불린다.(DhpA.III.388)”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성품이 키워드 입니다. 성품이란 무엇일까요? 다음과 같은 법구경인연담이 잘 말해 줍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거룩한 경지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고 “한 장로가 이곳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는가?”라고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대들은 보지 못했다고?

 

“세존이시여. 한 사미를 보았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그는 사미가 아니라 장로이다.

 

“세존이시여, 지나치게 작았습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나이가 들었다고 장로라 부르지 않고 장로의 자리에 앉았다고 장로라 부르지 않는다. 진리를 꿰뚫고 많은 사람에 대하여 불살생을 확립하면, 그를 장로라 한다.

 

(법구경 Dhp260  인연담)

 

 

인연담을 보면 파격적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이가 든 사람을 장로로 여기지만 부처님은 성자의 흐름에 든 자를 장로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20세도 되지 않은 사미가 성자에 흐름에 들었다면 장로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TV자막에 나이를 표시하지만 70세나 80세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 어른은 아닐 것입니다. 어른 같은 행위를 해야 어른 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승들이여, 비록 나이가 들어 여든 살이나 아흔 살이나 백 세가 되었더라도 때 맞춰 말하지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가르침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계율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고, 기억에 남는 말을 하지 못하고, 알맞은 말을 하지 못하고, 이유가 분명한 말을 하지 못하고, 한계가 있는 말을 하지 않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를 두고 ‘어리석은 장로’라고 한다.”(A4.22)

 

 

그러나 나이가 이십대나 삼십대에 불과할지라도 하는 행위가 어른스러우면 어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승들이여, 비록 젊고 머리카락이 아주 검고 행복한 청춘을 부여 받은 인생의초년생일지라도 때 맞춰 말하고, 진실을 말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하고, 가르침에 맞는 말을 하고, 계율에 맞는 말을 하고, 기억에 남는 말을 하고, 알맞은 말을 하고, 이유가 분명한 말을 하고, 한계가 있는 말을 하고, 내용이 있는 말을 한다면, 그를 두고 ‘슬기로운 장로’라고 한다.” (A4.22)

 

 

초기경전에 따르면 나이만 많다고 장로는 아닙니다. 성품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성자의 흐름에 든다면 나이와 관계 없이 누구나 존경받고 공양받을 수 있는 장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구경에서는 이런 게송도 있습니다.

 

 

규범이 없고 거짓말을 하면

삭발했다고 수행자가 아니다.

욕망과 탐욕을 지닌다면

어찌 그가 수행자가 되랴? (Dhp264)

 

 

이 게송을 보면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요즘 권승들이 이곳 저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욕망과 탐욕에 가득한 자들이라 봅니다. 그들은 입장료 수입이 있는 목좋은 사찰을 확보하여,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이땅의 불교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라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등 오계를 어기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들은 수행자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도 삭발했다고 수행자가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머리가 희다고 하여 모두 지혜로운 노인 또는 장로라 볼 수 없습니다. 삭발했다고 하여 모두 수행자로 볼 수 없습니다. 행위에 따라 성품에 따라 장로나 수행자가 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고, 수행에 승속의 구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지혜로운 행위를 하면 장로이고, 누구나 수행을 하면 수행자가 됩니다.

 

나이가 어린 인생의 초년생이라도 지혜롭게 행위를 하면 지혜로운 노인과 같습니다. 이럴 경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어도 지혜가 없다면 단지 헛되이 나이만 먹은 늙은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2015-02-0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