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문자로 소통하는 세상

담마다사 이병욱 2015. 3. 24. 08:56

 

문자로 소통하는 세상

 

 

 

지난해 세밑 그믐날 법우님이 암투병하다 사망하였다. 주로 나이 든 노인들의 죽음 소식만 접하다가 함께 하였던 법우님의 죽음을 접하자 죽음이라는 것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음을 알았다.

 

아가씨보살 또는 처녀보살이라 불리웠던 법우님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자식이 없어서 더욱 쓸쓸한 죽음처럼 보였다. 다만 밑으로 남동생들이 있어서 동생들의 가족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법우님의 올케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법우님의 머리맡에는 스마트폰이 놓여 있었다고 하였다. 죽을 때 까지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케는 사망소식을 아는 사람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보았다고 한다. 카톡방에서 가장 많이 대화가 오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망사실을 알렸다고 하였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어른이나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주로 전화용으로 사용하지만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은 카톡일 것이다. 사망한 법우님의 카톡에도 친구들로부터 보내온 수 많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는 갖가지 정보가 실려 있다. 인터넷정보가 주류이긴 하지만 문자 등개인정보도 매우 많다. 그 중에 사진이 있다. 그 동안 찍은 사진과 다운 받은 사진을 그대로 놓아 두었더니 수백장이 되었다. 그래서 이를 정리 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요한 사진은 다운 받아 PC에 저장해 놓고 불필요한 사진은 삭제 하였다. 또 소중한 자료라 하여 모아 놓았지만 활용하지 못한채 방치 되어 있어서 역시 휴지통으로 보냈다.

 

수 많은 사진을 삭제 하면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삶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이긴 하지만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한때 그 순간이 포착되어 있다.

 

대화방에서 재잘재잘 하는 것도 일종의 기록이다. 더구나 즉석에서 카메라로 찍어 전송하기도 한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대화방의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다. 그런 대화는 어떤 것일까? 시간을 뒤로 하여 스크롤하여 보면 부끄럽고 창피한 것도 많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것이다.

 

대중 앞에서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 카톡방에서 의미 없는 대화나 욕설, 신세 한탄 등 부정적 요소들 역시 주어 담을 수 없다. 결국 자신의 행위가 그대로 드러나는 꼴이 된다. 문자로 표현 된 것이긴 하지만 입으로 말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예로 부터 필업(筆業)에 대하여 구업(口業)으로 간주해 왔다.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설령 지금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잠재 되어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때와 조건을 만나면 발현되게 되어 있다. 카톡방에서 무심히 던진 한마디의 말에 상대방이 자극 받을 수 있고 상처 받을 수 있는 것도 행위에 따른 것이다. 그럴 경우 곧바로 사과 해야 한다.

 

요즘은 문자시대이다. 말로 소통하는 것 보다 문자로 더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부부는 말하는 것 대신 문자로 소통한다는 말을 들었다.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있다. 직접 대화로 하기에 껄끄러운 말이다. 예를 들어 해고통지 같은 것이다. 문자를 날렸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이 올지 예측해야 한다. 더구나 일대일이 아닌 일대다의 대화방에서 특히 그렇다.

 

스마트폰 시대이다. 잘만 활용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독이 된다고 하여 스마트폰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 이미 세상의 흐름은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바닥안의 컴퓨터로 이동중에도 밥먹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 그것도 문자로 소통한다.

 

죽음의 침상에 누운 자도 최후의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이 스마트폰이다. 없어서는 안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이제 상상 할 수 없다.

 

이렇게 글을 쓰고 인터넷에 올리면 스마트폰으로 누군가 보게 될 것이다. 이왕이면 좋은 말, 긍정적 글을 써야 한다. 글을 보고서 누군가 공감하면 성공이라 본다. 공감이야말로 스마트폰시대에 최상의 키워드가 아닐까? .

 

 

 

 

쓸데 없는 천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말이 낫다.

 

쓸데 없는 천 마디

시구를 외우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시구가 낫다.

 

쓸데 없는 백 개의

시를 말하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 진리의 말씀이 낫다.

 

전쟁에서 백만이나 되는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하나의 자신을 이기는 자야말로

참으로 전쟁의 승리자이다.

 

자신을 다스리고

언제나 자제하며 사는 자,

자신을 이기는 자가

다른 사람을 이기는 자보다 낫다. (Dhp101-104)

 

 

 

2015-03-2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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