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그토록 바라던 봄이 왔네

담마다사 이병욱 2015. 3. 22. 09:22

 

 

그토록 바라던 봄이 왔네

 

 

 

올 것이 왔다. 오래 된 아파트의 화단에 봄이 왔다. 어느 날 눈길을 주니 불쑥 솟아난 생명을 보았다. 처음부터 지켜 보지 않았으니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한번 생겨난 식물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마치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처럼 빠르다. 이 삼일 후에 바라보니 이전 보다 두 배 이상 자랐다. 더구나 주변에는 갖가지 식물이 막 올라 오고 있다.

 

 

 

 

 

 

고개를 들어 벗꽃나무를 쳐다 보았다. 늘 보던 나무에 동그랗게 몽우리가 져 있다. 주변을 보았다. 이곳 저곳에서 고개를 삐죽삐죽 내미는 듯 하다.

 

늘 걷는 길, 학의천 길을 걸어 간다. 하천 길에는 개나리천지이다. 노랑 꽃 망울이 줄줄이 달려 있다. 성미 급한 것은 벌써 터뜨렸다.

 

노랑개나리를 보고 봄이 왔음을 안다. 연분홍 진달래를 보고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꽃 피는 시절이 돌아 왔음을 직감한다.

 

올 것이 왔다. 지난 해 일제히 낙엽이 지고 난 후 다시 못 볼 것 같았던 손님이 돌아 온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앳된 모습으로.

 

해마다 봄은 오고 꽃이 핀다. 그러나 한번 가신 님은 돌아 올 줄 모른다. 지난 가을 낙엽이 질 때 죽은 자가 그토록 바라던 봄이다.

 

오늘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바라던 오늘이다. 오늘 눈길 조차 주지 않은 화단의 식물은 지난해 죽은 자가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생명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따뜻한 양지에 출현한 생명이 출현하였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보았던 것들이다. 또 다시 보게 되었다. 마치 아기가 새로 태어 나듯이. 그러나 한 번 가신님은 올 줄 모른다.

 

사람들은 늘 사람들만 보고 산다. 현실에서나 사이버세상에서나 관심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학의천길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비둘기, 까마귀가 날아 다니고 참새가 지저귄다. 다시 눈을 다리 밑 흐르는 물에 고정하면 청둥오리떼 잉어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사람들만 사는 곳에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도 땅에도 물에도 사람 아닌 것들이 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다. 누가 보건 말건, 누가 알아 주건 말건 주어 먹을 것 주어 먹고 새끼 치며 살아 간다.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잘난 자들의 세상이다. 잘 나고 똑똑하고 잘 생긴 사람들의 세상이다. 잘난 자들의 세상에서 잘난 자들에 길들여져 있다.

 

잘난 자들의 세상에서 못난 자들도 살아 간다. 못나고 아둔하고 못 생긴 사람들이다. 그러나 잘난 자의 세상에 못난 자는 이방인이다. 눈길을 주어야만 볼 수 있는 비둘기, 까마귀, 참새, 청둥오리, 잉어떼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비둘기는 잘 살아 간다. 스스로 알아서 먹이를 찾고 때가 되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있는 듯 없는 듯 못난 자도 함께 공존한다. 못난 자도 누가 보건 말건 새끼 치며 살아간다.  

 

 

 

2015-03-22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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