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버려진 불상

담마다사 이병욱 2015. 3. 29. 10:28

 

 

버려진 불상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도시의 양지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목련이 피었습니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도 이 때 만큼은 노란 자태를 뽐냅니다.

 

 

 

 

 

누군가는 봄이 싫다고 하였습니다. 봄이 되어 꽃이 피는 것은 좋지만 지는 꽃을 바라 보기가 참혹해서 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봄은 좋습니다. 꽃이 먼저 신고식을 하기 때문 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관악산을 찾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관악대로에서 접어들면 바로 관악산과 연결됩니다. 그러나 꼭대기까지 가지 않습니다도중 한적한 곳에 머뭅니다. 지금은 고개를 들고 쳐다 보아야 할 정도로 자란 잣나무 숲입니다.

 

 

 

 

 

 

잣나무 숲은 지난 이십년동안 다니던 곳 입니다. 그때 당시는 사람 키만 했으나 지금은 커다란 나무가 되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높아져 가속 되는 것 같습니다

 

잣나무 숲 한쪽 켠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폐쇄 되었습니다이십년전에는 약수를 받을 수 있었으나 물이 고갈됨으로 인하여 2007년 폐쇄 되었다는 입간판이 보입니다.

 

약수터는 폐쇄되었지만 주변시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그런데 정자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그것은 불상입니다. 자세히 보니 관세음보살상입니다.

 

 

 

 

 

불상이 왜 이곳에 있을까요.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한눈에 보아도 신심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한 상호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 거룩해서 사진촬영하기 전에 반 배를 올렸습니다.

 

불상은 사람들이 쉬는 정자의 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손목이 잘려 있습니다. 보관의 왼쪽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무릎 쪽을 보니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 불상이었습니다.

 

 

 

 

 

 

버려진 불상이 왜 폐쇄된 약수터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손목이 잘리고 구멍이 뚫리고 만신창이가 된 불상을 보면 그 모습 자체는 범접할 수 없도록 거룩해 보입니다.

 

 

 

2015-03-2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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