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권 동네식당
늘 현재를 살아간다. 그렇다고 현재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없다. 늘 현재를 관찰하라고 했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어느 노(老)여성작가는 이 말을 즐겨 사용했다. 노작가는 가혹한 시집살이를 했다. 늦게 소설을 썼다.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고 하는 듯이 이 말을 사용했다. 현재를 잡자는 것이다.
카르페디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재를 잡자는 말이기 때문에 현재를 즐기는 자는 말도 된다. 그래서일까 관광지 입간판에 ‘카르페디엠’이라는 글씨를 보았다.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자고 말한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는 말과 같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고 말한다. 이런 것도 ‘카르페디엠’에 해당될 것이다.
어느 스님은 행복을 말한다. 스님은 전국을 일주하면서 행복특강을 한다. 시민회관에 가면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가족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이다. 이를 불교적 해법으로 풀어 내고자 한다.
불교는 행복의 종교일까? 초기경전을 보면 갖가지 행복에 대하여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행복은 아니다. 열반의 행복을 말한다.
열반의 행복은 지각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각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기 때문에 최상의 행복이라고 하는 것이다. 명색이 사라져 버렸을 때 지각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세상 사람들의 말하는 행복은 감각적 행복이기 쉽다. 눈과 귀 등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오욕락이다. 수행자라면 선정의 행복을 말할 것이다.
감각의 행복은 거친 것이다. 또한 일시적이다. 이에 반하여 선정의 행복은 섬세하다. 또한 선정의 시간만큼 길기도 하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은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행복은 지각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열반의 행복을 말한다. 행복특강을 하는 스님은 열반의 행복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카르페디엠, 이 말은 서양의 행복을 잘 표현한 말이다. 이런 말은 불교경전에도 나오는 말이다. “현재를 잡아라.”라든가,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불교 경전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세속적 행복이다.
불교에는 세간적 가르침도 있고 출세간적 가르침도 있다. 카르페디엠은 세속적 행복론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출세간적 행복론은 어떤 것인가? 두말 할 것도 없이 열반의 행복이다.
세상사람들은 “카르페디엠!”이라고 말한다. 여성 노작가도 이 말을 즐겨 사용한다.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말보다 더 고상한 말이 있다. 그것은 “땃타 땃타 위빠사띠(tattha tattha vipassati)”라는 말이다. 이 빠알리어는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M132)라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길 것인가? 지금 이 순간을 잘 관찰할 것인가? 세속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카르페디엠”하며 지금 여기서 행복을 말할 것이다. 감각적 행복이기 쉽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은 “땃타 땃타 위빠사띠”라며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새긴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또 하루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하루를 일생처럼 사는 인생을 말한다.
하루를 일생처럼 사는 자에게 내일은 없다. 오늘밤까지만 사는 것이다. 오늘밤이지나 면 내일이 올지 내생이 시작될지 어떻게 알 것인가?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책의 서문을 쓰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책이다. 동네식당 순례한 것을 말한다.
책 제목은 ‘148 동네식당’이다. 여기서 148은 148번째 책을 말한다. 사무실 주변식당에서 점심 먹은 것에 대하여 썼다. 목차에는 52개의 글이 있다. 종이는 B5(18.2x25.7 센티)에 폰트 사이즈는 11이다. 총 285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가자미구이
2. 동태탕
3. 자가제면 칼국수
4. 샤브샤브
5. 한식부페
6. 모듬돈까스
7. 사골떡만두국
8. 가판 만두
9. 베트남 쌀국수
10. 부대찌게
11. 쌍둥이 자매의 가정식백반
12. 추어탕
13. 가야밀면
14. 고등어조림
15. 유니짜장
16. 순대국
17. 수제돈가스
18. 육해공짬뽕
19. 평양만두국
20. 회냉면
21. 양평해장국
22. 동태맑은탕
23. 낙지갈비탕
24. 호남뷔페식당
25. 동태한마리탕
26. 개성손만두전골
27. 명가순대국밥
28. 일인도리탕
29. 두루치기
30. 장봉할매순대국
31. 불고기반미 빵
32. 한식찌게뷔페
33. 한식부페 호남식당
34. 병천순대국밥
35. 별난불백
36. 금슬 백반
37. 장터순대국
38. 육회비빔밥
39. 왕갈비 베트남쌀국수
40. 88볶음밥
41. 마라탕
42. 매운비빔꽃국수
43. 새우볶음밥
44. 왕갈비탕
45. 오징어덮밥
46. 메밀코다리비빔막국수
47. 뼈다귀해장국
48. 지리산흑돼지 김치찌개
49. 아구지리탕
50. 현카츠 돈까스정식
51. 엄마밥상 점심백반
52. 닭반마리쌀국수
나는 왜 이 글을 썼는가? 그것은 코로나와 관련이 있다. 2020년 초에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이에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식당순례를 하기로 했다.
밥은 매일 먹는 것이다. 하루 세 끼 먹는다. 점심은 나가서 먹는다.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 주로 가는 데만 갔었다. 단골집에만 가서 먹는 것이다.
식당순례를 하게 되면 단골집을 버려야 한다. 허름한 식당에 가서도 먹어야 한다. 사무실 근처 반경 이삼백미터 이내의 모든 식당이 대상이 된다.
어떤 것이든지 기록을 남긴다. 점심 한끼 먹은 것도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한 것이다. 첫번째 식당순례의 날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직격탄을 맞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식당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때 소비해 주면 힘을 받을 것이다. 단골집만 갈 것이 아니라 주변 식당을 순례한다면 낙수(落水)효과도 기대될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자비의 식당순례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소비했을 때 마치 착한 일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2020-10-13)
만안구청 맞은편에 생선구이식당이 있다. 이 식당이 첫번째 식당순례 대상이 되었다. 가자미백반을 시켜 놓고 먹은 느낌에 대하여 쓴 것이다. 글의 말미에 “이런 때 소비해 주면 힘을 받을 것이다.”라고 써 놓았다.
사람들은 점심 먹으로 갈 때 가는 데만 간다. 단골집만 가는 것이다. 그러나 식당순례 하는 자는 단골집만 가서는 안될 것이다. 단골이라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어느 식당이든지 한번쯤 가서 먹어 주는 것이다.
사무실 주변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다. 명학역과 만안구청, 안양아트센터 주변에는 백 개 이상의 식당이 있다. 이들 식당을 모두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남기고자 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주변 식당을 순례한다면 낙수(落水)효과도 기대될 것이다.”라고 썼다.
식당순례는 2020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4년동안 진행되었다. 코로나가 끝났어도 식당순례는 계속되었다. 명학역 상권에 있는 식당은 모두 가서 먹어 주기로 한 것이다.
식당순례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새로운 식당이 오픈 되면 가서 먹어 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 지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보았다. 왜 그런가? 동네식당은 동네사람들이 이용해주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식당에서 한끼 먹어 주기는 쉽지 않다. 맛집만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당순례를 하면 마치 ‘차제걸이’하는 것처럼 맛, 가격, 청결을 따지지 않고 차례로 들어가야 한다.
식당순례를 하다 보니 식당도 무상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식당순례한 글에 나오는 식당은 대부분 주인이 바뀌었다. 어느 식당 자리는 주인이 네 번 바뀌었다. 일년이 멀다 하고 업종이 바뀐 것이다.
식당업을 하다가 접으면 어떻게 될까?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빛더미에 앉게 될지 모른다. 업종이 바뀐 식당에서 다시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식당순례를 하다 보면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어떤 것인가? 동네에 갖가지 업종의 식당이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은 순대국밥집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순대국에 순대가 없는 것도 있다. 순대는 선택이다. 그러나 빠지지 않는 것은 돼지고기 삶은 것이다. 이를 돼지국밥이라고도 한다. 돼지국밥은 순대국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동네식당에는 순대국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뼈다귀해장국도 있다. 대개 두 메뉴를 함께 취급한다. 동네에서 먹어 본 것 가운데 최상의 순대국밥집은 목차 34번 글에 있는 ‘병천순대국밥집’이다.

동네식당순례하기 위해서는 단골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단골을 만들면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식당순례의 취지에 어긋난다. 그럼에도 맛에 이끌려 가는 곳이 있었다. 병천순대국밥집에서 먹은 뼈다귀해장국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식당업은 변화무쌍하다. 일년 이상 가는 곳은 많지 않다. 안양아트센터 맞은 편에 있었던 병천순대는 건물 리모델링으로 인하여 철길 건너편으로 이사 갔다.
사무실은 2007년 말에 입주했다.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명학역 주변상권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입주하기도 전에 있었던 칼국수집은 사라졌다. 십년 이상 오랜 세월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으나 어느 날 폐업했다.
매일 한끼의 점심을 먹어야 한다. 단골만 가지는 않는다. 동네사람들을 바라보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골고루 가서 먹어 주어야 한다.
식당순례를 하면 하나의 원칙이 있다. 맛은 불문이다. 가격도 불문이다. 청결도 불문이다. 아무리 허름한 식당이라도 한번쯤 가서 먹어 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남김 없이 먹는 것이다. 그리고 나갈 때 “잘 먹었습니다.”라고 크게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힘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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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사는 소극적 공리주의를 넘어서 자신도 이익되고 타인도 이익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을 살고자 한다. 이것은 ‘보국(報國)’이다. 동네식당에서 점심 한끼 먹는 것도 이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이다.
2025-03-0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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