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권당

151권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VI 2024

담마다사 이병욱 2026. 1. 13. 19:10

 

151권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VI 2024

 

 

오늘 아침 커피 맛은 최상이다. 왜 그럴까? 이제 갓 사온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블렌딩이다. 콜롬비아산이 40%, 에티오피아산이 40%, 브라질산이 20%이다. 혼합원두이어서일까 맛이 오묘하다.

 

하루 일과를 커피와 함께 시작한다. 원두를 나무절구에 넣고 나무공이로 빻아 만든 카피를 말한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만큼 맛으로 보답된다.

 

여러 종류의 커피원두를 맛보았다. 이것 저것 절구질하다 보니 이제 하나로 정착되는 듯 하다. 그것은 잘 볶아진 블랜드커피이다. 여러 나라 것이 혼합되다 보니 신맛, 단맛, 쓴맛의 조화가 오묘하다. 향은 덤으로 따라 오는 것이다.

 

커피 사는 곳이 있다. 의왕시에 있는 베라커피이다. 서울구치소 바로 옆 지식센터에 있다. 200그램 한봉지에 6천원대이다. 이번에 산 것은 3월 26일 로스팅 된 것으로 불과 16일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할인 가격으로 샀다.

 

커피는 과학적으로 만든다. 최근 초정밀디지털전자저울을 사용한다. 정확하게 10그램 무게를 잰다. 이렇게 하면 200그램 한봉지에서 20잔이 나온다. 밖에서 사 마시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한번 맛을 알게 되면 그 맛을 못 잊는다. 다시 찾게 되어 있다. 커피만 그럴까? 그러나 커피 맛이 아무리 맛 있기로서니 법의 맛만 못할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가르침의 맛은 일체의 맛을 이긴다. (sabba rasa dhammaraso jināti)”(Dhp.354)라고 했다.

 

매일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생존을 위해서 먹기도 하지만 맛에 대한 갈애로 먹기도 한다. 그런데 맛에 대한 갈애는 존재를 윤회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법의 맛은 다르다. 법의 맛은 윤회를 멈추게 한다.

 

윤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 매일 먹고 마시는 것은 윤회의 땔감이 된다. 반드시 음식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 식사뿐만 아니라 느낌의 식사, 의도의 식사, 분별의 식사도 하기 때문이다. 모두 존재를 윤회에 빠뜨리게 한다.

 

법의 맛을 알면 윤회를 끝낼 수 있다. 그것은 열반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번 열반의 맛을 보면 성자의 흐름이 들어간다. 이후 단계적으로 남아 있는 번뇌는 소멸된다. 마침내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을 때 “태어남은 부수어졌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고, 해야 할 일을 다 마쳤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라며 스스로 아라한선언을 하게 된다. 부처님 가르침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법미(法味)는 아홉 가지 출세간의 원리(九出世間法)에 대한 것이다. 구출세간법은 사향사과와 열반을 말한다.

 

열반을 체험해야만 사향사과의 성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열반이 최상의 행복이다.(nibbāna parama sukha)”(Dhp.204)라고 했다.

 

맛에 대한 갈애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음식에 대한 갈애가 있을 때 노래와 음악과 춤에 대한 갈애도 생겨난다. 더 나아가 여자나 남자와 같은 이성에 대한 갈애도 생겨난다. 결국 존재를 윤회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궁극적으로 어떤 고통을 겪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법에 대한 갈애는 어떠할까?

 

부처님 가르침을 말하고 듣는 자에게는 즐거움이 일어난다. 이러한 즐거움은 마음을 마음을 고양시키고 정신을 정화시킨다. 마침내 거룩한 경지에 이르게 하여 윤회를 종식시킨다. 그래서 부처님은 “가르침의 즐거움은 일체의 즐거움을 이긴다.”(Dhp.354)라고 했다.

 

절구커피 맛은 훌륭하다. 매일 절구질해서 마신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아침에 몸을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늘 그렇듯이 자리에 앉았다. 행선을 마치고 방석에 앉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처음에는 안정되지 않았다. 마음이 들떠 있어서 오분도 앉아 있기 힘들었다. 그러나 오년 지속하다 보니 이제 앉을 만 하다.

 

좌선은 딱 삼십분만 한다. 타이머를 설정해 놓는다. 알람이 울리면 멈춘다. 그러나 하루도 같은 때가 없다. 늘 몸의 컨디션은 다르다. 오늘은 어제의 조건과는 달리 버틸만 하다.

 

좌선을 하면 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앉기만 한다고 해서 매번 법의 맛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일년삼백육십오일 가운데 특별히 맛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 그 맛을 못 잊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맛집을 순례한다. 그 식당에서 먹었던 맛을 못 잊어 다시 찾아 가는 것이다.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몇 시간 운전을 해가며 기어이 먹고 만다. 법의 맛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방석에 앉는 것은 어쩌면 이전에 경험했던 법의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상이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날따라 다르다. 몸 컨디션에 크게 좌우된다. 몸이 아프면 오분 앉아 있기도 힘들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좋으면 덩달아 집중도 잘된다.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교만이 있다. 젊음의 교만, 건강의 교만, 삶의 교만을 말한다. 이런 교만은 남용되기 쉽다.

 

젊은 이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젊음의 교만이다. 동시에 건강의 교만이다. 그러나 이런 교만은 천년만년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젊음의 교만은 늙음에 종속되고,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고, 삶은 죽음에 종속되고 만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수행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명상해야 한다. 나이 들어서 앉아있으려 하니 힘이 든다. 몸이라도 아프면 삼십분 좌선은 고행이 된다.

 

법의 맛을 맛보고자 한다. 이는 열반의 맛을 보고자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나에게 열반은 너무나 멀리 있다.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본삼매는커녕 근접삼매에 이르기도 힘들다.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사에 새김이 있어야 한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천천히 일어난다. 새김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수를 할 때는 세수 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옷을 입을 때는 옷 입는 동작에 집중한다. 오로지 하나의 동작에 하나의 마음만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새김(sati)이라 할 것이다.

 

수행자는 동작이 빠릿빠릿해서는 안된다. 수행자는 무엇이든지 천천히 해야 한다. 뒤를 돌아 볼 때도 코끼리가 방향전환하는 것처럼 돌아야 한다. 일을 할 때도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옷 입을 때는 옷 입는 것에만 신경 써야 한다. 동시에 두 가지 일 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컴퓨터 용어 가운데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있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메인루틴이 돌고 있을 때 서브루틴 여러 개가 동시에 돌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멀티태스킹이 가능할까?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다. 사람은 컴퓨터와 같은 기계장치가 아니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게 된다면 실수 하게 되어 있다. 그릇을 떨어뜨리는 등의 이상 행위를 하는 것이다.

 

운전할 때는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한손으로 운전하고 한손으로 햄버거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사고날지 모른다. 특히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고도로 집중해야 한다. 명상에서 배의 부품과 꺼짐, 행선에서 여섯 단계의 발동작도 이에 해당된다.

 

수행자에게는 늘 새김이 있어야 한다. 새김이라 하여 행선이나 좌선할 때의 순간만을 말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도 새기는 것이다. 명상에서 좋았던 순간을 기억하는 것도 새김에 해당된다.

 

새김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명상에서 대상을 관찰하는 것,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좋았던 기억에 대한 것이다. 좋았던 기억 가운데는 공부모임도 해당될 것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공부모임이 있다. 책읽기모임이 대표적이다. 소설이나 평론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그러나 경전모임만한 것이 없다.

 

경전모임이 있다. 이를 ‘금요니까야모임’이라 한다. 전재성 선생이 주도하는 모임이다. 2017년부터 시작되었다. 2024년까지 무려 팔년 지속된 모임이다.

 

매달 두 번씩 모였다. 고양시에 있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서고에서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금요일 저녁 7시에 모여 두 시간 동안 있었다.

 

올해 금요니까야모임은 열리지 않는다. 전재성 선생이 일년 안식년을 갖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모임 열린 것에 대하여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책으로 만들고자 한다.

 

2017년 모임이 시작된 이래 거의 개근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글이 모이면 책으로 만들었다. 이를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제까지 다섯 권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책 제목은 ‘151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VI 2024’이다. 생애통산 151번째 책으로 니까야공부모임과 관련해서는 여섯 번째 책이다. 23개의 글에 305페이지이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금요니까야 8학년 15학기를 맞이하여

2. 답이 없는 형이상학적 질문

3. 이 공부의 끝은 어디일까?

4. 비린내 나는 세상

5. 명품 같은 맛지마니까야와 디가니까야 통합본

6. 오온에 집착된 존재는 모두 악마

7.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마음도

8. 노년수행이 힘든 것은

9. 밀린다팡하 교정작업 참여

10. 특별한 사명을 띠고 인간으로 태어난 설계된 존재

11. 왜 판단중지해야 하는가?

12. 이교도 지역에서 목숨 건 전법(轉法)

13. 최상의 효도는 믿음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도(濟度)하는 것

14. 밀린다팡하 교정 대장정을 마치고

15. 연기적 관계속의 하느님

16. 열한 가지 청법(聽法)에 대한 규칙

17. 세속적 지식이 진리가 될 수 없는 이유

18. 감각의 제국에서 무감각의 피안으로

19. 밀린다팡하 출간회

20. 지역사회 낙수(落水)가 되고자

21.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은 서로 묶여 있을까?

22. 명색으로 먹은 미소(된장)라멘

23.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현자

 

 

 

151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VI 2024_250410.pdf
3.24MB

 

 

 

책은 2024년 한해 동안 모임의 기록이다. 전재성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느낌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관련 경전의 문구를 곁들였다. 그러다 보니 글은 길어졌다.

 

안양에서 고양까지는 먼거리이다. 그럼에도 모임이 있는 날에는 다른 일정 제쳐 두고 빠짐 없이 참석했다. 가는 데만 거의 세 시간 이상 걸렸다. 오후 네 시 이전에 출발했다. 이런 세월을 팔년 살았다.

 

공부모임 교재는 상윳따니까야 요약본이다. 상윳따니까야에서 핵심이 되는 경을 가려 뽑은 것이다.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상윳따니까야는 완독한 바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부모임에서는 복습하는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참석한 것은 모임이 원활하게 유지되게 하기 위한 것이고 무엇보다 전재성 선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것이다.

 

모임이 늘 원활한 것은 아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의 개성이 강하면 모임은 위기를 맞는다. 이에 대한 글을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현자’(2024-10-18)라는 제목으로 기록을 남겼다.

 

매일 장문의 글을 남긴다. 공부모임의 글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시절인연이 되어서 이제 한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렇다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비매품이다. 피디에프(pdf) 파일을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지난시절을 돌아본다. 안양에서 고양까지 장거리를 긴 시간동안 달려간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르침의 맛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달 두 번 가르침의 향연이 있었는데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이었다.

 

극광천에 사는 천신은 기쁨을 음식으로 한다. 선정에 든 자는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이다. 하루 한끼만 먹는 수행자의 얼굴이 맑고 깨끗한 것은 기쁨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법의 맛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달 두 번 법의 향연이 있었다. 저녁 해가 질 때 향연은 시작되었다. 법의 향연에는 기쁨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음식을 먹었다. 세상의 모든 맛을 이기는 가르침의 맛이다.

 

 

2025-04-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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