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권 의혈중앙전자79
약속은 지켜야 한다. 동기들에게 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 때에 만들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늦게나마 책을 만들게 되었다. 중앙대학교 전자공학과 79학번 동기모임에 대한 책이다.
동기모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단체카톡방이 있으면 모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년에 한두 번 모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년 연말에는 송년회도 갖지 못했다.
학교에 입학한지 46년이 되었다. 1979년에 입학했으므로 79학번이 된다. 그때 만난 인연들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보았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었어도 익숙하다.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이면 큰변화가 된다. 해마다 보는 동기들 얼굴은 변화를 알기 힘들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이가 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노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가운데 하나를 쓴다. 동기모임도 해당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오랜만에 만나 소주에 삼겹살 먹는 것도 좋은 글쓰기 소재에 해당된다.
동기와 관련된 글을 모아 보았다. 2014년 것부터 모아 보니 55개에 달한다. 이를 ‘153 의혈중앙전자79’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었다. 153번째 책으로 중앙대 전자공학과 79학번이라는 뜻이다. 367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영종도 백운산산행
2. 김포 전류리포구에서
3. 동기동창 번개모임
4. 친구와 둘이 떠난 관악산 산행
5. 2014송년회
6. 해남기행 땅끝에서 본 해맞이
7. 친구의 서혼식
8. 외국인 신랑과 전통혼례식
9. 로또복권
10. 관우지교
11. 귀촌한 해남친구
12. 미니밤호박 시식
13. 황토농장의 꿀고구마
14. 신세대의 결혼식
15. 광화문촛불에 대한 이념논쟁
16. 2017 파근파근 밤호박
17. 농산물은 사는 것이 아니라 팔아 주는 것
18. 꿀고구마를 일명 ‘첫사랑’이라 하는데
19. 철인친구가 생산한 용인쌀
20. 2107송년회
21. 오래 못 보았기 때문에 모인 사당동 모임
22. 제철 농산물은 보약, 또다시 밤호박철을 맞이하여
23. 청정한 삶은 청정한 먹거리에서
24. 성공과 번영을 축하하는 2018 동기송년회
25. 고슬고슬 감자 파근파근 밤호박
26. 위기는 기회이기도
27. 입학한지 올해로 40년
28. 재벌밥상 부럽지 않은 제철 꿀고구마
29. 절친(切親)의 조건
29. 2019 호텔송년회
30. 철인(鐵人)친구의 방문
31. 친구의 친구는 또 다른 친구
32. 코로나 시기의 장례식장
33. 2020해남명품 밤호박
34. 코로나 시기의 결혼식
35. 해남 황토농장방문
36. 부산 혼례식장
37. 친구가 준 노트북컴퓨터
38. 코로나시기에 슬픔도 온라인으로
39. 지금은 꿀고구마철
39. 2020 꿀고구마철
40. 대리참석한 사십구재 초재
41. 대리참석한 사십구재 막재
42. 용인쌀 20키로
43. 제주에서 온 감귤 한박스
44. 또다시 맞은 밤호박철
45. 바로 이 맛이야! 파근파근한 2021 밤호박 맛
46. 친구부부의 땀 흘린 댓가 2021 해남황토꿀고구마
47. 철인친구가 생산한 2021용인쌀
48. 두 번째 방문한 해남황토농장
49. 여지없이 계절은 꿀고구마철
50. 단호박과 밤호박을 비교해 보니
51. 황토고구마 선물 한박스
52.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린2023 송년회
53. 해남친구와 인천친구
54. 산이면 공중재배 2024밤호박
55. 일반고구마와 밤고구마를 비교해 보니
동기모임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서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일상에 대한 글에서 동기모임에 대한 글만 가려 뽑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동기송년회와 특산품홍보 글이 가장 많다.
작년에 친구가 사망했다. 해남에 귀촌하여 농사짓던 친구이다.
친구의 특산품을 매년 홍보해 주었다. 6월 밤호박철과 10월 꿀고구마철에 블로그와 페이스북, 밴드, 카톡 등에 홍보글을 매년 올렸다.
홍보글은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은 글을 보고서 주문했다. 다음해에도 주문했다. 내가 글을 올리면 밤호박철 또는 꿀고구마철이 된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목차를 보면 반은 홍보성 글이다.
친구의 죽음은 충격을 주었다. 부모 세대의 죽음과 달랐다. 이제 우리 때가 된 것이다.
동기모임에서 상조담당이다. 스스로 자처한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썰렁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동기깃발을 만드는 것이었다.

동기모임상조통장을 만들었다. 상을 당했을 때 깃발과 화환을 보내기 위한 목적이다.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동기들이 큰 힘이 되었다.
재작년 송년회 때 일이다. 그때 코로나가 끝나고 처음으로 모였다. 상조통장의 기금도 바닥이 났다. 돌아가신 부모도 많아서 더 이상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한 친구가 일어서서 “그 다음은 우리차례야.”라는 말을 했다.
말이 씨가 되는 것 같다. 정말 그런 일이 닥친 것이다. 이 젊음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다. 이 젊음이 천년만년 갈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은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일찍 죽은 자도 있다. 이십대 때 죽은 자 두 명이 있다. 그들의 모습은 항상 이십대 때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후 죽은 자는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죽은 자가 발생하자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다. 초등학교 친구도 없고, 중학교 친구도 없고, 고등학교 친구도 없다. 아마 학교를 서울에서 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은 지역이 너무 크다. 초중고는 졸업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특히 공동학군이 그렇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공동학군에 있었다. 이른바 사대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서울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다녔다. 그러다 보니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았다. 지방의 조건과는 다른 것이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었다. 아직까지 유지되는 사람들은 드물다. 대학동기의 인연은 꽤 오래간다. 아마도 비슷한 또래이고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무살에 만나 함께 늙어간다. 지난 수십년동안 변화를 지켜 보았다. 머리는 벗겨지거나 백발이 되었어도 스무살 시절의 얼굴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성향이나 습관도 그대로이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신적 성장을 멈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신의 성장이 딱 멈추어 버린 듯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그것은 탐, 진, 치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육체적 연령으로 따져서는 안될 것이다. 정신의 성숙도로 따져야 한다. 그것은 탐, 진, 치가 얼마나 옅어졌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
동기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 대학 다닐 때만 똑같았다. 이후 삶은 자신이 만들어나간 것이다.
동기 중에는 크게 성공한 사람도 있다. 무역을 해서 큰 돈을 번 것이다. 돈이 성공의 가치판단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성공한 사람일까? 돈 많은 부자 앞에 서면 작아진다. 그러나 자부심은 있다. 그것은 글과 책이다. 지난 19년동안 매일 쓰다시피 한 글이 8천개가 된다. 글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다. 이제까지 152권 만들었다. 이제 153번째 책을 만들고자 한다.
요즘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한채 값은 평균 5억원 가량 된다. 동기들에게 농담으로 나는 재벌이라고 말한다. 책 한권의 가치를 아파트 한채로 보기 때문이다.
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이제까지 152권의 책을 만들었으므로 760억원의 가치가 된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본 것이 있다. 우연하게 본 것은 대학의 순위에 대한 것이다. 중앙대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40여년전 학교 다닐 때 보다 올라간 것 같다.
요즘 대학은 서열화되어 있다. 입시가 존속되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튜브에서 본 것은 ‘서성한 중경외시’이다.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중앙대는 늘 중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입시를 보면 달라졌다. 이는 ‘서성한 중경외시’라는 말로 알 수 있다. 때로 ‘서성한중’이라고도 한다.
한국은 강남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다. 강남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어느 입시전문가는 중앙대에 대하여 강남에 있는 학교로 평가한다.
대부분 대학은 강북에 몰려 있다. 한강 이남에 있는 학교는 드물다. 요즘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강남에 있는 학교로 간다는 말이 있다. 지하철 두 개의 노선이 지나가는 것도 한몫 한 것 같다. 학교 다녔을 때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전공을 선택할 때 친구를 따라갔다.
입학 할 때 공학계열로 들어갔다. 350명 정원의 공학계열에서 반을 나눌 때 성씨가 기준이 되었다. D반에는 이씨가 많았다.
2학년 올라가기 전에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79년 당시에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기계공학과였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번호 앞 뒤의 이씨 성을 가진 친구들이 전자공학과를 선택했다.
전자공학과는 나에게 맞는 학과일까? 한마디로 적성에 맞지 않았다. 건축학과를 가고 싶었다. 그러나 전자공학과가 미래 유망할 것이라고 했다. 취직이 잘 되는 학과를 말한다.
학교 다닐 때 전공에 관심이 없었다. 수학이 어려워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전공필수만 듣고 나머지는 인문학 계통의 강의를 들었다.
성장의 시대를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1980년대는 대한민국 최대 호황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전자공학과는 취직이 잘 되었다.
입도선매(立稻先賣)라는 말이 있다. 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파는 일을 말한다. 반도체 붐이 일기 시작했을 때 삼성에서는 장학금을 주면서 인재를 특채했다. 1984년 3학년 때의 일이다.
삼성장학생은 이십명 가량 됐다. 재학생이 복학생보다 더 많았다. 평점 3.0이상이면 삼성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입사되는 특혜가 주어진 것이다. 성장의 시대에 가능했다. 지금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삼성장학생이 되지 못했다. 1학년 때와 2학년 때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는 있었다. 다음해 일반그룹공채로 들어간 것이다. 1985년 7월의 일이다.
전자공학과 출신은 성장의 시대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웬만하면 대부분 대기업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끝까지 간 사람은 드물다.
동기모임은 일년에 한두 번 있다. 모이면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다. 매년 보는 얼굴들이다. 함께 늙어 간다. 그러나 성향은 다양하다. 진보도 있지만 보수도 만만치 않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학교에서 맺은 인연 가운데 만나는 사람은 대학교 동기모임 사람들이 유일하다. 그러나 졸업 이후 살아온 배경과 환경이 너무 다르다.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만나면 반갑다.
친구의 조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친구가 필요할 때에 친구가 되어주는 자가 친구입니다.”(D31.13)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필요할 때 친구가 되어 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는 어떤 조건일까?
친구 중에 친구를 ‘절친(切親)’이라고 한다. 영어로 ‘베스트프렌드(BF)’이다. 이는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사람을 말한다. 어떤 사람인가? 경에 따르면, “비밀을 털어 놓고, 비밀을 지켜주고, 불행에 처했을 때 버리지 않고, 목숨도 그를 위해 버린다.”(D31.16)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어디 이런 친구 없을까?
유튜브에서 들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의혈중앙’이라는 말이다. 유시민도 이런 말을 했다. 이재명을 언급할 때 하던 말이다.
중앙대에 ‘의혈탑’이 있다. 중앙도서관 앞에 있는 작은 석탑이다. 석탑에는 4.19때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런 이유로 ‘의혈중앙(義血中央)’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책 제목을 ‘의혈중앙전자79’로 정했다. 의혈(義血)은 ‘정의로운 피’를 말한다. 1980년 ‘서울의 봄’ 때 시위에 동참한 것도 의혈의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가족 이야기를 쓰지 않는 것이다. 처가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또 하나 쓰지 않는 것은 학교 이야기이다.
중앙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문자 그대로 중간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희망을 가졌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높게 평가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자랑스런 의혈중앙의 동문이다. 이재명은 82학번이다. 나보다 3학번 아래이다. 그러나 한 공간에 있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1983년 가을학기부터 1985년 봄학기까지 2년 간을 말한다.
이재명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에게는 서사(敍事)가 있다. 무엇보다 목숨 걸고 공부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속담에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면 무슨 일이든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돋보기로 해의 초점을 만들면 연기가 나는 것과 같다. 이재명이 그랬다. 나는 어떠한가?
현재 하는 일에 목숨걸고자 한다. 글 쓰는 것도 책 만드는 것도 목숨거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행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과거의 영광으로 먹고 살면 정체된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어야 한다.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이다.
2025-04-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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