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권당

171권 진흙속의연꽃 2025 III

담마다사 이병욱 2026. 2. 2. 10:40

171권 진흙속의연꽃 2025 III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글이다. 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글은 써 놓으면 남는다. 글은 무형의 자산이어서 누군가 가져 갈 수도 없고 또한 사라지지도 않는다. 글이야 말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돈과 비교 된다.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누군가 선물할 때 돈봉투를 건네면 기쁠 것이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돈은 반드시 사라지고 만다.

 

글은 쓰면 남고 돈은 사용하면 사라진다. 이렇게 본다면 글의 충성, 돈의 배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평생 돈 벌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한시도 돈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직장을 여러 번 옮겼다. 국민연금을 신청하기 위해서 자료를 보았는데 열 번 이상 옮겼다. 옮길 때 휴지기간도 있었다. 그때는 돈을 벌지 못했다.

 

돈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한달만 수입이 끊어져도 곤란 받는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노후를 대비하여 돈을 모은다.

 

나는 노후준비가 되었는가? 가진 것이 별로 없다. 이른바 백만장자는 아니다. 그나마 국민연금이 있어서 다행이다.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면 반토막에 지나지 않는, 휠씬 못 미치는 것이긴 하지만 생존하는 데는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이런 것도 인생의 성공일까?

 

노후준비는 어느 정도 되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사후준비라고 본다. 나는 사후준비가 되었는가?

 

사람들은 노후준비에 열심이다. 부동산투기를 하는 것도 노후준비라고 하고 주식투기를 하는 것도 노후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사후준비를 하는 것 같지 않다.

 

사후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경우 글쓰기라고 본다. 돈은 반드시 배신하고 말지만 글은 반드시 충성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글을 써 왔다. 이제 글쓰기 경력 이십년이 되었다. 이쯤 되면 생활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의 천상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성과로 나타난다.

 

수행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디가니까야에 수행자의 삶의 결실에 대한 경’(D2)이 있다. 이 경에서는 수행자의 삶의 결실에 대하여 설명되어 있다. 어떤 것인가? 가장 먼저 존경받는 것이다.

 

수행자는 왕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비록 그가 출가전에 노비의 신부였을지라도 수행승이 되면 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이것이 첫 번째 수행자의 삶의 결실이다.

 

수행자의 두 번째 결실은 무엇인가? 왕이 세금을 걷으려 해도 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왕은 저는 그에게 인사하고 일어나 환영하고 자리를 권하고 의복, 음식, 청소, 필수약품을 마련해 초대할 것입니다. 또 한 저는 법에 따라서 그에 대한 보호와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D2)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행승은 대우받기 위해서 출가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삶의 결실은 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본질은 아니다. 진정한 수행자의 본질은 수행에 있다. 그래서 초선정에 들었을 때 이것이 또 다른, 현세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수행자의 삶의 보다 뛰어나 고 보다 탁월한 결실입니다.”(D2)라고 했다.

 

출가수행승이 되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 감각적욕망을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즐거움의 미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출가하지 못할 것이다. 청정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출가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길거리에서 출가자를 만나면 합장하며 반배의 예라도 올려야 할 것이다. 일반사람들이 포기 못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사미라도 예배할만한 것이다.

 

출가자의 삶의 진정한 결실은 초선정부터 시작된다. 이후 2선정, 3선정, 4선정, 천안통, 숙명통 등 신통을 얻게 되었을 때 수행자의 삶의 결실은 이루어진다.

 

수행자의 궁극적 삶의 결실은 누진통이다. 이는 태어남은 부수어졌고, 청장한 삶은 이루어졌고, 해야 할 일을 다해마쳤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라며 스스로 아라한선언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아자따삿뚜왕에게 대왕이여, 이것과는 다른, 현세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수행자의 삶의 보다 뛰어나고 보다 탁월한 결실은 없습니다.”(D2)라고 말했다.

 

수행자의 삶의 결실은 분명하다. 겉으로는 노역에서 해방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든 번뇌를 소멸하여 아라한이 되는 것이다.

 

수행의 완성은 아라한선언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아라한이 되었을 때 불사가 된다. 불사이면 불생이 된다. 윤회가 끝나는 것이다. 동시에 괴로움도 끝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자의 삶의 결실일 것이다.

 

재가불자의 삶의 결실은 무엇인가? 출가수행자의 삶의 결실과 비교할 수 없다. 일을 해야 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재가불자가 수행자로 사는 것은 어렵다. 가족과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마치 족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해 보고자 했다. 가장 먼저 글쓰기로 나타났다.

 

글쓰기와 함께 힘든 시절을 견뎌 왔다. 글을 쓸 때 힘을 받았다. 글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글을 쓰면 속이 후련했다. 이렇게 매일 쓰고 또 쓴 글이 산을 이루었다. 그리고 마침내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번에 만든 책은 작년 2025년 하반기 일상에 대한 것이다. 책 제목은 ‘171 진흙속의연꽃 2025 III’이다. 통산 171번째 책으로 2025 10 18일부터 12 31일까지 3개월동안의 기록이다. 모두 34개의 글에 436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법인스님과 함께하는 2025 이박삼일 지리산인문여행

2. 내 등에 짊어진 짐

3. 노고단에서 지리산성모산신에게 합장하고

4. 지리산은 모든 산을 이긴다

5. 저 산만 넘으면

6. 장터목저녁노을에서 수학적 숭고를

7. 숭고해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

8. 나는 언제나 견고한 삶을 살게 될까?

9. 능행스님의 사바지옥

10. 이 생에서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1. 전라도닷컴

12. 자비의 마음으로 수용한 교회커피

13. 사람이 죽으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데

14. 우주가 무너지면 중생들은 어디로 갈까?

15. 마음의 황무지

16. 육칠십을 살아도 부족한 것은

17. 2025 서울국제명상엑스포

18. 전철 타고 안양중앙시장 가기

19. 4B 연필의 맛

20. 생각의 영역을 좁혀야

21. 자랑과 성찰의 갈림 길에서

22. 국민멘토스님의 허전한 윤회관과 장애관

23. 잠과의 전쟁

24. 바람의 순례자 다정 김규현 선생 북콘서트

25.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글쓰기

26. 나도 피오디(POD) 출판 작가일까?

27. 명색구분새김만이 살길

28. 이 땅의 주인은 이 땅에 사는 서민들

29. 유엔 세계명상의 날 출범식을 보고

30. 역설의 가르침

31. 재가수행자의 한계를 절감하지만

32. 사람들은 나름대로 즐길거리가 있어서

33. 나의 직장생활은 불안정했지만 나의 사업은

34. 망했다고 생각했을 때가 수행할 때

 

 

171 진흙속의연꽃 2025 III_26010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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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다 기록하고자 했다. 소소하고 시시해 보일지라도 글로 표현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거룩하고 숭고한 일이 된다.

 

작년 10월에 지리산종주를 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회원들과 함께한 것이다. 여기에 법인스님도 있었다. 23일간의 종주에 대하여 무려 일곱 편의 글을 남겼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약화된다. 작년 지리산종주에서 절실하게 느꼈다. 무게가 십키로가량 되는 배낭을 메고 매일 30키로 이상 밤낮으로 걸었다. 헛딛으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지는, 너덜길 투성이의 험난한 길을 걸었다.

 

육체적 괴로움은 문제도 아니다. 시간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다. 문제는 정신적 괴로움이다.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진짜 괴로움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리산종주가 힘들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겪는 괴로움만 못하다.

 

페이스북에서 종종 능행스님의 글을 본다. 편지 형식으로 올리는 글이다. 주로 말기암환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글 가운데 매우 인상적인 것을 보았다. 이에 전문을 올려 놓았다. 목차 9능행스님의 사바지옥’(2025-11-04)이라는 제목의 글이 바로 그것이다.

 

능행스님은 현실이 지옥이라고 했다. 아마도 아픈 사람들만 보았기 때문에 그런지 모른다.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장문의 시로 남겼다. 마치 사후대책을 세우라는 말처럼 들렸다.

 

능행스님의 글은 사후대책에 대한 것이다. 특히 암에 걸려 회생가능성이 없을 때에 대한 대책이다. 어떤 것인가? 능엄스님은 존엄한 죽음을 말했다.

 

일상에 대한 것은 사생활에 대한 것도 있다. 과거 지난시절 추억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목차 33번에서 나의 직장생활은 불안정했지만 나의 사업은’(2025-12-30)이라는 제목의 글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이는 과거 이야기만 한다. 젊었을 때 잘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현재가 불만족스러운 것일수도 있다. 미래 지향적이라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때로 젊은 시절을 회상에 본다. 그것은 때로 글로도 나타난다.

 

나의 젊은 시절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열심히 직장생활 한 것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나의 학창시절은 눈부신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것도 평범한 삶의 연장이다. 그럼에도 변화를 추구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변화를 주고자 글을 쓴 것이다.

 

직장 다닐 때는 늘 불안했다. 직장을 잃을 까봐 염려한 것이다. 마치 철밥통같은 공무원이었다면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이년이 멀다하고 옮긴 직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자영업을 한지 이십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쩔쩔매는 직장꿈을 꾼다.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직장 다닐 때 최대의 관심사는 노후문제였다. 삼십대 때부터 노후를 걱정했다. 늙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돈을 마련해야 안심으로 보았다. 아마도 직장생활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자영업을 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 크다. 그것은 글로 나타났다.

 

매일 글을 쓰다시피 했다. 2005년 블로그를 만들고, 2006 6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일 쓰다시피 하다 보니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인터넷 블로그에 만족하지 않는다. 종이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일어났다. 그 결과 2017 12월부터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만든 책은 170권이다. 오늘 한권이 추가되어서 171권이 되었다. 이것이 재가불자의 삶의 결실이다. 또한 재가불자의 사후대책이기도 하다.

 

책은 출간하지 않는다. 피디에프(pdf)파일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누구든지 다운받아 갈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다. 내가 죽은 다음에도 블로그가 살아 남는다면 시공을 초월하여 누군가 나의 글을 볼 것이다. 이것이 나의 사후대책이다.

 

 

민들레는 홀씨로 전파된다. 씨가 가벼워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그러다가 어딘가에 정착한다. 그러면 거기에서 노란 꽃을 피워낸다. 하나의 우주가 열리는 것이다. 내글도 인터넷 바다에서 널리 퍼져 나가길 바란다. 민들레 홀씨처럼.

 

 

2026-02-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