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담당자를 다루는 방법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23. 10:47

담당자를 다루는 방법

 

 

일념돈탕진, 한생각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마치 산더미처럼 쌓인 마른 풀이 불을 붙이면 삽시간에 사라지는 것과 같다. 어제 그런 경험을 했다.

 

메일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네고주문서가 왔는데 금액이 형편없이 적게 나왔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담당에게 전화 걸었으나 불통이었다.

 

메일에 재고(再考)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아 문자메세지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또다시 재고를 요청했다.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손해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손해 보아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네고발주서를 적용하면 손해 볼 것이 뻔하다. 재료비 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했을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재고 요청한 것이다.

 

담당자와 통화가 되었다. 담당자는 난감 해 했다. 이미 수정 주문서를 관련 부서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메일에도 보였다. 그럼에도 다시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 을의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담당자는 난색을 표했다. 골치가 아팟던 것 같다.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다. 일단은 희망을 가졌다. 다시 수정 주문을 받으면 20만원은 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불현듯 이렇게 해서는 안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고객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 항상 고객을 감동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고객을 힘들게 하는 것이 된다.

 

잘못 네고주문서가 온 것에는 나의 책임도 있다. 담당자가 문의했을 때 건성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충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한 것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마치 엎질러진 물과 같다. 수습을 잘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용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손해 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래를 보아야 한다. 지금 작은 이익을 취하고자 미래의 큰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정주문서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의 책임도 있음을 알렸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무척 고마워하는 것이었다.

 

담당자는 다시 발주서를 작성하면 윗선에 보고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부서에 다시 배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내가 수용하니 모든 일이 해결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담당자는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마치 갑을이 뒤바뀐 것 같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이익을 취하려다 큰 것을 놓칠 수 있음을 말한다. 수정발주서 금액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바로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자에게는 상처가 된다. 자연히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 다음 번에 네고 할 때 엄격하게 적용할지 모른다. 그러면 나만 손해이다.

 

담당자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한다. 한번 일하고 말 것이 아니다. 손해를 감수했을 때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다. 담당자는 빚졌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네고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 업체가 없다면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잘 해 주려고 한다.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발로 뛴다. 오류가 있으면 무상으로 다시 만들어 준다. 납기가 급하면 공장까지 직접 전달해 준다. 고객을 감동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니까야에 답이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사업의 경을 보면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시한다.”(A4.79)라는 가르침이 근거가 된다.

 

보시할 때 의도한 것 보다 더 보시하면 감동할 것이다. 이를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네고 요청했을 때 의도한 것 보다 네고를 더 많이 해 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임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 업체와 거래한지는 오래 되었다. 세금계산서철을 찾아보니 2010년부터 거래가 시작되었다. 이런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수많은 업체와 거래했지만 대부분 단명으로 끝난다. 단발성 거래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사람들은 마음이 쉽게 바뀐다. 아주 작은 이익에도 민감하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이 있으면 그쪽으로 간다. 그럼에도 십년 이상 이렇게 꾸준히 주문한 것은 아마도 담당 부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리시절부터 인연이 되어서 이제 총괄하는 팀장이 되었기 때문에 관계가 지속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업체에서 요구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준다. 유행가 중에 당신이 나를 불러 준다면 무조건 달려갈거야~”라는 가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업체에서 불러 준다면 무조건 달려 간다. 업체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이다.

 

어느 해인가 추석 연휴 때 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채택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담당 팀장에게는 부채로 작용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버리지 않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언젠가 이 업체도 떠나고 말 것이다. 자식뻘 되는 담당하고 일을 하고 있지만 팀장 마음 같지 않을 것이다. 담당자들은 여럿이다. 담당자들 마음을 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담당자를 편하게 해 주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담당 다루는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이익 때문에 큰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마음 한번 돌리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천수경에서 말하는 일념돈탕진여화분고초(一念頓蕩盡 如火焚枯草)라는 말이 떠 올려진다. 소탐대실을 피해야 한다.

 

 

2021-04-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