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불행은 남과 비교했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1. 13. 11:30

 

불행은 남과 비교했을 때

 

 




누군가 무소유가 행복이다라고 말하면 반박할 것입니다. 무소유는 불가능한 것이어서 말이 성립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언어에도 모순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무소유가 행복이다라는 주장을 반박합니다.

 

무소유행복론에 대하여 소욕지족론(小欲知足論)을 말합니다. 욕심을 적게 내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소욕지족론은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법구경에서는 어떠한 것에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Tuṭṭhī sukhā yā itarītarena)”(Dhp.331)라 했습니다. 이 말은 크고 작건 간에 자신의 소유에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드시 무소유만이 행복한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소유하면 행복합니다. 그런데 소유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좀 더 넓은 집, 좀 더 큰 차를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부동산이나 주식투기에 동참한다면 그 순간부터 욕망의 노예가 되기 쉽습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주식시세로 인하여 그날의 기분이 좌우됩니다. 팔리지 않는 부동산은 애물단지가 됩니다. 소유로 인하여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유로 인해 괴로워집니다. 소유가 반드시 행복이 아님을 말합니다.

 

소유하더라도 욕심을 내지 않으면 행복해집니다. 지금 작은 집, 작은 차를 타고 다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불행은 남과 비교했을 때 발생합니다. 남의 집이 더 커 보이고, 남의 차가 더 좋아 보일 때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입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행복도 불행도 없을 것입니다.

 

행복해지는데 소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많이 소유하되 욕심을 내지 않는 삶입니다. 적게 가져도 욕심을 극소화 한다면 행복감을 느낍니다. 남과 비교 하지 않은 삶을 살 때 행복하게 됩니다. 작은 집, 작은 차면 어떤가? 만족하면 그뿐입니다. 소욕지족(小欲知足)의 행복입니다.

 

초기경전에 행복에 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망갈라경 (magalasutta)’(Sn2.4)축복경이라 합니다. 왜 행복경이라 하지 않고 축복경이라 하는가? 이는 경의 말미에 모든 곳에서 번영하리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Stn.268)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습니다.

 

축복경에서 번영(sotthi)’이라는 말이 키워드입니다. ‘솟티(sotthi)’라는 말은 잘 사는 것(well-being)’을 말합니다. 또 평안하고 안전하고 무사한 삶입니다. 그런데 번영이라는 말은 현재의 성공이 미래에도 지속됨을 말합니다. 축복이라는 말 역시 현재의 행복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임을 말합니다. 마치 결혼식장에 서 있는 신랑신부같습니다.

 

결혼식장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축하합니다.”라는 축원의 메세지입니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복을 바라는 말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안락으로 그치지 않고 미래에까지 죽 이어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복이라 하여 축복(magala)이라 합니다. 행복경(sukhasutta)이 아니라 축복경(magalasutta)인 이유입니다.

 

축복경에서는 일상에서 행복에 대해서도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eta magalamuttama)”라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자식을 돌보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도 더 없는 축복이라 합니다. 일상의 행복은 물론 출세간적 행복 역시 더 없는 행복이라 하여 일상의 행복과 출세간적 행복에 대하여 동급으로 취급합니다. 법구경에서도 축복경과 유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법구경 코끼리의 품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습니다.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벗이 행복이고

어떠한 것이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고

목숨이 다할 때는 공덕이 행복이고

일체의 괴로움을 버리는 것이 행복이다.”(Dhp.331)

 

세상에서 어머니를 공경하는 것도 행복이고

또한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도 행복이다.
세상에서 수행자를 공경하는 것도 행복이고

또한 거룩한 님을 공경하는 것도 행복이다.” (Dhp.332)

 

늙어도 계행이 행복이고

믿음이 확립된 것도 행복이고

지혜를 얻음이 행복이고

악을 짓지 않음도 행복이다.” (Dhp.332)

 

 

법구경에서는 축복(magala)이라는 말 대신 행복(sukha)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축복이나 행복이나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행복은 물론 미래의 번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면 축복이 더 포괄적입니다.

 

행복이라 하여 반드시 선정의 행복이나 열반의 행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것도 행복입니다. 부모를 모시고 처자를 부양하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결과론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느끼는 행복감은 이전의 행위에 대한 결과로서 나타난 것입니다. 행복의 씨를 뿌려 놓았기 때문에 그 과실을 향유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행복한 자는 어떤 조건에서라도 만족합니다. 행복이나 행복감은 결과론이기 때문에 행복의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 가르침 그 어디에도 많이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다라는 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숫따니빠따 축복경에도 법구경 꼬끼리품에도 부자의 행복에 대한 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소유도 행복이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이나 주식투기와 같은 탐욕으로 인한 소유가 아닙니다. 부처님은 소유의 행복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소유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장자여, 세상의 고귀한 가문의 아들은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소유한다.”(A4.62)

 

 

이것이 소유의 행복입니다. 이마의 땀, 팔뚝의 힘으로 소유한 것에 대한 행복입니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만족하는 삶이 행복입니다. 비교하지 않는 삶이 행복입니다. 적게 가졌다고 하여 부족하다고 하여 남과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집니다. 부처님은 분명하게 말씀 했습니다. “어떠한 것에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Tuṭṭhī sukhā yā itarītarena)”(Dhp.331)라고.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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