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공부모임이 뭐길래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1. 14. 09:31

 

공부모임이 뭐길래

 




 

배우 신성일이 죽었습니다. 가히 국민배우라 할 만한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치고 그 이름 석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TV에서도 관심 있게 보도 했습니다. 장례식장은 물론 후일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연예인들은 살아서도 관심사이고 죽어서도 대중들의 관심사입니다.

 

뉴스에서 고시원 화재참사 소식을 들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나자 삽시간에 여러 명이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후일담을 역시 TV에서 보았습니다. 사망자 중의 반은 무연고라 합니다. 장례식도 치루지 못하고 화장장에서 한줌의 재로 변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유명배우와 이름없는 독거자의 삶은 극과 극입니다. 죽어서도 역시 극과 극입니다. 축복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다가 죽는 자가 있는가 하면 한평생 형벌 같은 고통스런 삶을 살다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자가 있습니다. 모두 똑 같은 인간입니다. 하루 세 끼 밥 먹을 줄 알고 자손을 남겼을 것입니다.

 

에스엔에스(SNS)는 삶의 창과 같은 곳입니다. 가상공간에서 일어난 소식을 알 수 있습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의 소식은 관심사입니다. 종종 장례식 관련 이야기도 듣습니다. 인연이 있는 사람이 죽었을 때 참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소식을 접했을 때 부끄러워졌습니다. 최근 친척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개근상이 있습니다. 학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한 학생에게 주는 상입니다. 어떤이는 우등상 보다 더 높게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이는 혹평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일도 좋지 않은 일도 있는데, 이런 일에 참석하지 않고 학교에만 가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인간다운 면이 없다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습니다.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조사의 경우 나와 인연이 적다고 하여 참석하지 않습니다. 경조사도 친소관계에 따라 참석여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가급적 경조사에 참석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전에는 친소관계에 따라 나름대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사든 조사든 참석률이 매우 저조 했습니다. 친소관계 기준도 불분명했습니다.

일종의 편리주의 내지 귀차니즘이 발동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3년 총무하면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회원들의 경조사를 챙겨 주었습니다. 친소관계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빠짐없이 참석하다 보니 인간관계의 폭은 넓어졌습니다.

 

최근 공부모임에 열심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개근을 목표로 참석하고 있고 참석하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후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개 됩니다. 마치 학교 다닐 때 모범생과 같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공부모임 못지 않게 법회모임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소임을 맡고 나서부터는 빠질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조카결혼식도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매달 열리는 법회는 다음달에도 참석할 수 있지만 결혼식은 일생에 한번 뿐입니다. 법회에 개근하는 것에 대한 칭찬도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의 도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친척 장례식에 빠진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는 것 같습니다. 멀기도 하지만 공부모임이 우선 이었습니다. 먼거리이어서 비용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조의금만 보내고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모임에서 한번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례식은 일생에 한번 밖에 없습니다. 한번 밖에 없는 장례식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갔어야 했습니다. 공부모임에 개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번 일은 두고 두고 아쉽고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2018-11-1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