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1263

아기처럼 살자는데

아기처럼 살자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별하지 말라는 것은 “소처럼 개처럼 아기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부처님 당시 소처럼 개처럼 사는 외도들이 있었다. 그들은 “소의 행실을 닦고, 완전히 철저하게 소의 습관을 닦고, 완전히 철저하게 소의 마음을 닦고, 완전히 철저하게 소의 행동을 닦는다.”(M57)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아마도 ‘번뇌’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언어로 정신활동을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말로서 개념 지어진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므로 개념 지어질 것이 없다. 언어가 없다면 개념 지어질 것도 없기 때문에 너와 나의 분별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소처럼 개처럼 사는 것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축생은 언어로 인한 분별작용이 있을 수 없어서 번뇌가 일어날 수 없는 것..

담마의 거울 2020.12.03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의 분석의 경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의 분석의 경(aṭṭhaṅgikamaggavibhaṅgasutta: 八正道經) Evaṃ me sutaṃ Ekaṃ samayaṃ bhagavā sāvatthiyaṃ viharati Jetavane anāthapiṇḍikassa ārāme 에왐 메 수땀 에깡 사마양 바가와 사왓티양 위하라띠 제따와네 아나타삔디깟사 아라메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 사밧티 시의 제따바나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계셨다. 1. Ariyaṃ vo bhikkhave, aṭṭhaṅgikaṃ maggaṃ desissāmi, vibhajissāmi, taṃ suṇātha, sādhukaṃ manasikarotha, bhāsissāmīti. Evaṃ bhanteti kho te bhikkhū bhaga..

담마의 거울 2020.11.27

법구경에도 하여가(何如歌)가

법구경에도 하여가(何如歌)가 유명하다고 하여 유명하다고 해서 다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유명정치인이라 하여 다 훌륭한 정치인은 아니고 유명연예인이라 하여 훌륭한 연예인은 아니다. 단지 이름이 널리 알려 졌을 뿐이다. 인기와 인격은 반드시 평행하는 것은 아니다. “연설에 능하고 용모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시기하거나 간탐하거나 교활한 자는 훌륭한 님이 아니다.”(Dhp.262) 연설에 뛰어난 자는 정치인이라 볼 수 있다. 용모가 뛰어나다면 연예인이라 볼 수 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이다. 불러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인기영합주의자가 되기 쉽다. 남을 즐겁게 해주는 언사, 신체적 외모의 아름다움으로 승부한다. 또 이미지 세탁을 하는 등..

담마의 거울 2020.11.20

매사 시들하고 귀찮아 질 때

매사 시들하고 귀찮아 질 때 어디 갈 데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다. 직장이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갈 곳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안심이다. 마치 먼 곳에 여행 갔을 때 돌아 갈 집이 있는 것과 같다. 남자는 가정과 직장이 있어야 방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정만 있고 직장이 없어도 방황하고, 직장만 있고 가정이 없어도 방황한다. 둘 다 없으면 노숙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갈 데가 없으면 산이라도 올라 가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집에 없어야 한다. 갈 데가 없다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 어떻게 될까?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없을 때 집에 있게 된다. 집에 있으면 할 일이 별로..

담마의 거울 2020.11.16

머리로는 이해하고 몸으로는 체득하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몸으로는 체득하고 불교에서는 보시를 강조한다. 육바라밀에서도 보시바라밀이 가장 먼저 나오고 십바라밀에서도 보시바라밀이 먼저 나온다. 이는 보시바라밀이 바라밀 중에서도 가장 수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보시는 재가자만 하는 것일까? 흔히 보시는 재가자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보시에는 출재가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출가자도 보시바라밀행을 해야 한다. 수행자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재가자는 보시만 하고 출가자는 받기만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출가자가 받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외도들이 보았을 때 “바보는 보시하고 현자는 취한다.”가 될 것이다. 이 말은 업과 업의 과보를 인정하지 않는 허무주의자가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방적 보시에 대하여 ..

담마의 거울 2020.11.13

그대가 기름을 조금이라도 흘리면

그대가 기름을 조금이라도 흘리면 수행처에서는 늘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이때 알아차림은 사띠와 동의어이다. 미얀마 수행처에서는 사야도가 늘 사띠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띠를 우리말로 간단하게 알아차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요즘 마음챙김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음챙김이라는 말은 사띠의 뜻을 정확하게 담지 못해서 비판받고 있다. 그래서 일묵스님은 기억이라고 말한다. 체험한 것을 기억하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다. 사띠가 수행이 아닌 일상용어로 사용된다면 이는 가르침에 대한 기억이 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기억하고 있는 것 자체가 사띠하는 것이기 때문으로 본다. 수행을 오래 했다고 해도 사띠의 뜻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이럴 때는 초기경전을 열어 보아야 한다. 마침 상..

담마의 거울 2020.11.07

자신을 수호함으로써 남도 수호된다

자신을 수호함으로써 남도 수호된다 길거리에서 전도사들을 종종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길목에 서 있으면 피해 가기 힘들다. 그들은 전단지나 작은 선물을 주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떤 이는 지나가면서 “예수믿으세요.”라며 툭 던지고 달아나듯이 가버린다. 이런 전도행태에 대하여 어떤 목사는 널판지로 물을 때려 고기 잡는 식이라고 했다. 소리에 놀라서 모두 도망 가 버리고 피래기 몇 마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법은 청해야 설하는 것이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법을 설한다면 피곤한 것이다. 길거리 전도사들의 행태가 그렇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법을 청해야 설한다. 그것도 세 번이다. 삼 세번 법을 청해달라고 간청해야 설하는 것이다. 그래야 귀담아 듣는다. 가장 좋은 전도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담마의 거울 2020.11.05

욕망이 왜 괴로움일까?

욕망이 왜 괴로움일까? 그는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행군중에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연수 받았을 때의 일이다. 유일하게 장가 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서 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을까?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도 짜증날 때가 있다. 광고음악이다. 매번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한두번 귀 기울여 보지만 자주 들으면 어서 지나 가기만을 기다린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서 한숨을 푹푹 쉬는 것도 괴로움이다. 고성제에서 말하는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욕망에 대한 괴로움이다. 욕망이 괴로움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다. 요즘 유튜브 시대이다. 무얼 하나 보려 해도 광고를 보아야 한다...

담마의 거울 2020.10.31

지금 집밖으로 나가면

지금 집밖으로 나가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전개될까? 지나고 나면 흔적이 남는다. 삶의 족적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 간다. 가기 싫어도 등 떠밀리듯이 가는 것이다. 목적지는 있는 것일까? 여행에는 목적지가 있다. 여행을 하면 돌아갈 집도 있다. 목적지도 없고 돌아갈 집도 없다면 이런 여행을 무어라 해야 할까? 아마 걸인이나 노숙자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걸인이라 해도 같은 걸인이 아닌 사람도 있다. 목적지가 있고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행자라 해야 할 것이다. 삶의 목적이 없다면, 삶의 방향이 없다면 하루하루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는데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허무주의자가 될 것이다. 뒤돌아보면 꿈과 같고 허망하게 느껴진다면 삶의 목적도 의미도 이유도 발견하지 못하는 삶이 된다. 더구나 삶의 ..

담마의 거울 2020.10.27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또 뼈가 되고 골수가 된다. 흡수된 영양소는 물질을 만들어 낸다. 그 물질이 또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낸다. 아비담마 논장에 따르면 열 차례 진행된다. 그 결과 머리카락, 몸털, 손톱 등 서른 두가지 신체적 양상이 유지된다.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신체를 지탱하게 해준다. 매일 영양 공급을 하는 것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과 같다. 기름이 빵빵하게 찼을 때 쌩쌩 달리는 것 같다. 배가 부를 때 포만감과 함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누구나 하루 세 끼 먹는다. 또는 두 끼 먹는다. 수행자들은 한끼 먹는다. 먹는 것이 하루 일과 중에 가장 큰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애의 마음 없이, 알아차림 없이, 계율 없이 먹는다면 배부..

담마의 거울 202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