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순복음교회에서의 3일

담마다사 이병욱 2008. 5. 17. 09:49

 

순복음교회에서의 3

 

 

 

 

대규모집회의 추억

 

대규모 집회는 일종의 세력 과시이다. 그 것이 정치 집회일 수 도 있고 종교 집회일 수 도 있고 국가에서 주도 하는 스포츠행사 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행사는 올림픽을 들 수 있다. 올림픽을 주최 함으로써 국가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세계에 과시하고 그 것을 기반으로 해서 고도 성장을 구가 하는 예를 보아 왔다. 대표적으로 도쿄올림픽과 서울올림픽이다. 베이징 오림픽도 이런 범주 안에 들어 갈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긍적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를린 올림픽을 통하여 히틀러 체제가 공고화 되어 결국은 세계대전으로 비화 되는 것을 보면 대규모 행사가 악용 될 소지도 있는 것이다.

 

과거 정치집회를 보면 보통 100만 단위 이었다.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여 지지자의 결속을 다지고 대세론을 주장 하던 시대가 있었다. 정치집회 못지 않게 종교집회 역시 대규모로 열리던 시절이 있었다. 70년대와 80년대에 벌어진 복음화대성회나 교황방문 행사 같은 것이다. 100만군중이 동원된 행사를 개최 하면 신자는 배가 되는 것이 보통인 시대 이었다. 지금도 그런 추억을 가지고 대규모 행사를 기획 하는지 모른다.

 

지난 9일 순복음교회가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용기목사 성역50주년 기념 대성회라고 한다. 단일교회로는 세계최대교회이고 최대의 신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곳에서 사회를 본 모 방송국 여성앵커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무개념 앵커라라고 비난 받고 있기도 하다. 이 곳에 모인 신자들이 자그만치 12만명이라 한다. 교회신자가 75만명인데 그 중의 열성적인 성향의 신자는 다 모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순복음교회에서의 3

 

순복음교회는 여의도에 있다. 순복음교회를 가 본 것은 고교시절이다. 학교가 미션스쿨이라서 예배가 생활화 되어 있는 곳이다. 주일예배 월예배 특별예배등 수많은 예배시간이 있지만 가장 하이라이트는 1년에 한번 수업을 전폐하고 3일간 오로지 예배와 찬송 간증만 하는 기간이 있다. 전교생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하는 예배는 커다란 장소를 필요로 한다. 바로 그 장소가 순복음교회 이었던 것이다. 처음 가본 순복음교회는 겉보기에 마치 체육관 같았다. 내부도 마찬 가지로 TV에서 보던 장충체육관을 연상 시켰다. 전교생이 다 들어 가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었다.

 

이 곳에서 하루 종일 보냈다. 예배를 보고 찬송가를 부르고 간증을 듣고 초청강사를 불러서 설교도 듣는 식이다. 어떤 강사는 매우 열정적으로 자신의 체험담을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울기도 하고 도중에 기도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게 하기도 하였다. 아마 부흥회가 이런식이 아닌가 생각 된다.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난 후에 심경을 변화를 일으킨 학생들은 일어서라고 한다. 처음에는 일어서는 사람이 없으나 재차 재촉 하면 여기 저기에서 몇 명씩 일어 나기도 한다.

 

순복음교회에서 3일간은 빠질 수가 없었다. 학교의 공식행사이기 때문에 수업의 연장이다.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모조리 참석 해야 하고 한번 들어가면 끝날 때 까지 꼼짝 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한다. 정서가 맞지 않는 학생들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따라 하는 척 하지만 어떻게 그런 심리를 파악 했는지 강사들은 표적설교까지 하기도 한다. 설교내용은 매우 명쾌하다. 예천불지가 요체이다.

 

독재자는 독재자를 싫어 한다는데

 

가끔 뉴스에 북한에 관한 자료를 본다. 주로 대규모 행사에 관한 자료이다. 그 행사에는 언제나 단 한 사람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칭송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일사분란한 행동과 획일화된 말만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비숫한 경우를 남한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로 종교행사에서이다. 교주가 나오는 경우가 그렇다. 잠실운동장에서 보는 순복음교회의 행사도 북한에서 하는 일인체제에 대한 숭배와 충성의 다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거의 신격화 되다시피한 목사에 대한 찬사는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찌보면 일인체제나 일인교주체제나 크게 다를 바 가 없는 듯 하다.

 

독재자는 독재자를 싫어 한다고 한다. 자신과 유사한 체제를 만들어 놓고 충성을 강요 하고 일인체제를 유지 하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이다. 자신을 따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과 성격도 비슷한 것 같아 독재자끼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수층의 집회가 시청앞에서 열리면 언제나 대형교회가 동원되고 대형교회 목사들이 한 말씀 하곤 했다. 특히 북한에 관련된 사항이면 더 격렬한 어조로 말하곤 한다. 해방후에 북한정권에 의하여 쫏겨 내려온 원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똑 같은 일인체제라는 것이 기분 나빠서가 아닐까.

 

정점에서 마지막 시세분출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과거 70년대와 80년대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하여 더욱더 성장 하는 맛을 보아 왔다. 그러나 정보통신이 발달 하고 인터넷이 보급된 세상에서 더 이상 옥외 집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나 이메일 휴대폰으로도 얼마든지 사정을 알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일까 이미 포화 상태에 찬 특정종교의 인구는 점점 줄어 들고 있다. 주식에서도 한번 하락 추세로 접어 들면 여간 해서는 반등 하지 않고 하락세를 유지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의 종교도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세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인지가 높아 진 원인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 일방적인 전달이었으나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글을 올려서 넷상에 올리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시대이다. 과거 맹목적으로 믿었던 사항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 하고 있기도 하다. 종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터넷이야말로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만치 종교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 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순복음교회의 집회소식과 여성앵커의 무개념에 대한 이야기도 인터넷을 통해서이다. 주식시장에서 정점에 이를때 시세분출 한다고 한다. 한번 크게 오르고 난 후에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하락반전 한다. 한번 하락세로 돌아 서면 여간 해서 돌이키기 힘들다.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칠팔십년대가 아닌 인터넷시대에 12만명이 모여서 일인에 대한 숭배가 어쩌면 주식시장에서와 같이 마지막 시세분출과 같은 것은 아닐까.

 

 

200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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