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와 공이를 이용하여 커피만들기
인생은 선택이다.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 간다는 광고문구도 있다. 평생 가는 선택도 있다.
점심 때 무얼 먹을지 고민이 된다.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선택해야 한다. 밥맛이 없으면 햄버거를 먹을지 라면을 먹을지 칼국수를 먹을지 선택해야 한다. 탁월한 선택도 될 수 있고 최악의 선택도 될 수 있다.
차를 마실 것인가 커피를 마실 것인가? 일과를 시작할 때는 커피를 마신다. 식사후에도 커피를 마신다. 차를 마실 때는 여유 있을 때 마신다. 밤에 자기 전에 마시거나 새벽에 마신다.
커피는 피를 돌게 하는 것 같다. 일을 할 때 커피 한잔은 활력소가 된다. 차는 사유할 때 마시면 좋다. 그러나 입맛 댕기는 대로 마신다. 그때그때 몸이 요구하면 마신다.
인터넷으로 커피용 절구와 공이를 샀다. 나무로 된 것이다. 나무로 되어 있어서 위생적이다. 이전에는 그라인더를 사용했다. 칠팔년 쓰다 보니 때가 끼였다. 마치 기계장치에 낀 시커먼 기름때 같다. 찜찜한 기분이 들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 절구와 커피를 키워드로 검색하자 찾을 수 있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원두를 반드시 그라인더로 갈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절구와 공이를 이용하여 으깨어 마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적중했다. 베트남산 목재로 된 절구와 공이를 17,000원에 구입했다.
택배가 도착했다. 곧바로 테스트 해 보았다. 볶아진 원두를 넣고 으깨기 시작했다. ‘짓이긴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러나 고르지 않았다. 그라인더로 가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거칠었다.
맛은 어떨까? 커피 특유의 향내와 함께 감칠 맛이 났다. 그라인더로 갈아 마실 때는 쓴 맛이 났다. 입자가 너무 미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절구에 갈아 마시면 커피 본래의 맛이 난다.
처음에는 봉지커피를 마셨다. 달달한 맛에 마시지만 뒤끝이 좋지 않았다. 프림과 설탕이 과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적인 첨가제가 많아서일까 조금만 마셔도 속이 불편하다. 어떤 날은 독극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분쇄된 가루를 이용하여 마셔보기도 했다. 본래 커피 맛이 나지 않았다. 그라인더로 갈아도 마셔 보았지만 역시 본래의 맛이 나지 않았다. 절구와 공이로 만든 커피를 마시니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커피 마시는 방법도 진화하는 것 같다.
커피를 어떻게 마셔야 할까? 아무 생각없이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힘들게 만든 커피이다. 음미하며 천천히 마시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왕이면 계율로 마시고, 사마타로 마시고, 위빠사나로 마시는 것이다.
비싼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한잔에 3.5, 3.0, 2.5 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세일하는 듯한 2.0 이하도 마시지 않는다. 만들어 마시면 비용이 절감된다. 커피를 사치로 마시지 않는다. 몸에 기름칠하는 정도로 마신다. 이렇게 마셨을 때 계율로 마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를 사마타로 마실 수 있다. 커피가 여기에 있기까지 관련된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커피 원두는 모두 수입품이다. 대부분 제3세계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생산된 것이다. 이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자애의 마음으로 마시는 것이다. 사마타로 마시는 것이다.
커피를 위빠사나로 마실 수 있다. 어떻게 마시는가? 커피잔을 들 때 든 것을 알아차림 하면 된다. 입술에 댈 때 감촉을 알아차림 한다. 혀에 닿았을 때 단지 쓴지 맛을 알아차림한다. 목구멍으로 넘길 때 느낌을 알아차림 한다. 커피 마시는 전과정을 사띠할 때 위빠사나로 마신다고 할 것이다.
절구와 공이를 이용하여 커피를 만들었다. 원시적이긴 하지만 맛은 좋다. 무엇보다 깔끔하다. 일터에서 하루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된디. 커피 마시다 질리면 차를 마시면 된다. 어느 경우에나 지계로, 사마타로, 위빠사나로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2020-03-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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