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非法)이 득세하기 전에
이런 글을 읽었다. 1910년 한일합방 되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몰랐다고 한다. 지금과는 달리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시대의 일이다. 대부분 자신이 살고 있는 하늘과 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던 시절에 중앙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던 시절이다. 오로지 입소문으로만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던 시절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힌국전쟁 당시에 전쟁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 났다고 하여 모두가 전쟁을 겪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의 무풍지대도 있었음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택리지에는 십승지가 표기되어 있다. 난리가 나면 안전한 곳이다. 전쟁이 나도 전쟁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안전지역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투표예측결과를 듣고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 시민단체에서 돌려 보았는데 비례대표 의석수를 상당수 가져 갔다는 것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표를 많이 얻어도 급조된 비례당 때문에 1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우려는 도처에서 거론되고 있다.
어떤 이는 “20명에 대해 캡을 씌어야 했는데” 라며 아쉬워 한다. 또 어떤 이는 진보정당을 탓하기도 했다. 그때 좀 더 양보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런 헛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생정당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한다.
바둑용어 중에 ‘접바둑’이 있다. 실력차이가 날 때 몇 점 놓고 두는 것을 말한다. 보통 급수에 따라 돌을 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판에서는 무려 20점을 놓고 두는 격이라고 어느 칼럼니스트는 썼다. 보수정당의 급조된 비례당에서 20석을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증권가 찌라시에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1당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전쟁을 신사적으로 했다고 한다. 드넓은 평원에서 일전을 치루는 식이다. 이런 패턴은 세계1차대전 전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영화 ‘1917’으로 잘 알려진 1차대전에서 모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다. 각종 기상천외한 무기가 등장했고 심지어 화학무기도 등장했다. 진지전에 따른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전장터가 지옥으로 변한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 된 것이다.
제1차대전 이후 전쟁의 패턴이 바뀌었다. 대량살상용 무기가 등장함에 따라 고전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평원회전과 같은 전투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기습과 급습 등 우선 이기고 보자는 식이 된 것이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도 그런 유형에 속한다. 선전포고도 없이 몰래 기습하여 초토화시켜 놓은 다음에 협상하려는 꼼수를 가진 것이다.
일본은 결국 망했다. 전쟁을 일으킨지 4년만에 미국의 지배하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은 잠자는 거인을 일깨운 것이다. 과달카날전투를 시작으로 미드웨이해전에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꼼수전략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밀어 부친 것은 일본만의 독특한 조직문화에 기인한다.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지배했을 때 모두를 불행으로 몰고 갔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선거를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무기를 사용하여 땅을 차지하려 했으나 지금은 유권자의 표에 따라 갈린다. 어쩌면 신사적이라 볼 수 있다. 게임의 룰을 만들어 놓고 운동경기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룰도 헛점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수정당은 이런 헛점을 간파했다. 그리고 위성정당을 급조했다. 마치 20점을 두고 바둑두는 것과 같다. 이런 꼼수에 여당에서는 끙끙 앓고 있다고 한다.
꼼수에는 꼼수로 대응해야 할까? 꼼수라고 비난하면서 꼼수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믿을 것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뿐일 것이다. 과연 사람을 믿어도 좋은 것일까? 여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믿으면 실망하기 쉽다는 것이다. 사람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도덕군자라면 믿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매우 민감하다. 이익이 된다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불법적인 일이라고 해도 게의치 않는다.
부동산다운계약서나 위장전입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다 논문표절과 병역기피 등 찾아보면 수없이 많다. 고위직 인사청문회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법과 편법과 탈법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성정당이 출현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신사적으로 전쟁을 치루다가 망한 사례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송나라가 멸망한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송나라 왕은 신사적으로 전쟁을 치루고자 했다. 강을 건너는 적군을 기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적이 강을 다 건넌 후에 평원에서 일전을 치루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적은 꼼수를 써서 송나라를 멸망시켰다. 신사적인 전쟁이 나라를 패망으로 몰고 간 것이다. 꼼수총선도 그렇게 될까?
꼼수는 과연 통할까? 불법과 탈법, 편법으로 부를 축적한 시대가 있었다. 부동산이나 주식투기로 불로소득의 성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선거에서도 꼼수를 부릴 것이다. 위성정당이 출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이럴 때 정말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위성정당은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속성으로 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꼼수에는 꼼수로 맞서기 보다는 정도의 길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설령 원내1당을 내 주더라도 바른 길로 가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타락했어도 그래도 양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총선에 대하여 어떤 이는 한일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식민지배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그룹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향수까지 가진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에 대한 향수까지 있는 것 같다.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 이스라엘기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일장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기득권 집단들은 식민지배에 대한 향수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일전이라 하나 보다.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있다. 남몰래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4.15총선은 어떻게 될까?
마하깟싸빠존자는 1차결집을 주도했다.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들었을 때 어떤 노비구가 “이제 잔소리 하는 사람이 없어졌다.”라는 말을 듣고 위기를 느낀 것이다. 그래서 “담마 아닌 것이 득세하기 전에 담마(법)와 위나야(율)를 외웁시다.”라고 결집을 주도했다. 그결과 오백명의 아라한이 함께 모여서 담마와 위나야를 합송했다. 오늘날까지 정법이 전승된 것은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법이 힘을 받을 때 비법이 득세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비법이 득세하면 나라를 팔아먹을지도 모른다. 이번 총선은 양심세력대 비양심세력의 대결이다. 꼼수에는 꼼수로 맞설 것이 아니라 정법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무리 편법이 판치는 세상이라고해도 그래도 양심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양심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꼼수를 부리는 세력에게 나라를 팔아먹게 할수는 없다. 비법이 득세하기 전에 알려야 한다. 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되어 있는 요즘 세상은 옛날과 다르다. 옛날에는 나라를 팔아먹어도 몰랐으나 지금은 다르다.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함성으로 확인된 바 있다. 비법(非法)이 득세하기 전에 정법을 수호해야 한다.
2020-02-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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