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동트는 도시

담마다사 이병욱 2020. 2. 19. 08:41

 

동트는 도시

 

 

도시도 아름다울 때가 있다. 동이 틀 때이다. 이른 아침 일터로 향했다. 마무리 작업해서 담당자가 출근하기 전까지 보내야 한다. 어두 컴컴할 때 길을 나섰다. 차를 주차하고 사무실로 들어 가려 할 때 동쪽 하늘을 보았다. 도시의 실루엣이 잡혔다. 네모난 빌딩군이 동녁하늘을 배경으로 어둑하게 윤곽만 있는 것이 캔버스의 유화를 보는 것 같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오피스텔 18층으로 올라갔다. 꼭대기층에서 종종 도시를 촬영한다.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날에,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찍는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동트는 도시가 좋아 보였다. 동쪽 하늘이 트여진 아래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는 도시를 찰칵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서쪽하늘에 불타는 저녁노을도 잠시에 지나지 않는다. 노을이 아름다워 잠시 자리를 비운다운에 보면 사라지고 없다. 동트는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순간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도시는 여전히 건설중에 있다. 신도시의 역사를 지난 삼십여년동안 지켜 보아 왔다. 끊임없이 건설되던 도시가 어느 때 중단되는 듯 했다. 이제는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높이가 하늘을 찌르는 타워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다. 주변에 멋진 타워형 아파트가 건설되어도 내 것은 아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집과 일터를 시계추처럼 왕래하면서 주변의 스카이라인이 변동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내 것은 없다.

 




도시는 자꾸자꾸 변한다. 창밖에 관악산국기봉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자꾸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바뀌는 바람에 이제는 반쪽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인구는 이십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으나 도시는 나날이 새로워진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아이들은 도시가 고향이다. 도시에서 멀리 떠나 있으면 도시가 그리워질 것이다.

 

마침내 날이 밝아졌다. 동이 트는 새벽에 도시의 거뭇한 실루엣은 금새 사라졌다. 날이 훤해지자 모든 것이 드러났다. 마치 창녀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1의 화려한 불빛은 사람을 들뜨게 하지만 아침에는 토한 흔적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멀리서 동트는 도시의 실루엣은 아름답다. 그것은 일찍 일어난자의 특권과 같다.

 

 

“수행승들이여, 태양이 떠 오를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바로 새벽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 생겨날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S45.54)

 

 

2020-02-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