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항상성이 있어서
무릎이 시큰시큰하다. 이럴 때 생각나는 말은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라는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현상이 없었다. 올겨울 들어서 생겨났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나이가 들면 무릎관절 때문에 고생한다는데 이런 현상의 전조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자 두려운 마음이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여행을 가는 것이다. 무릎으로 인하여 장애가 된다면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무릎 튼튼할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해!”라고 말 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툭하면 병원에 가라고 한다. 아픈 데를 말하면 병원에 가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병원에 가면 모든 것이 정말 해결되는 것일까?
병원에 대한 불신이 있다. 병원에 간다고 다 낫는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항상성이 있어서 복원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힘들다고 하여 병원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낫기 바라는 것이다.
컨디션이 찌뿌둥 하다고 병원을 찾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 병원의 수입을 올려 주는데 기여할 수 있다. 병원도 이익을 내야 하는 영라단체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각종검사를 해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하기도 한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면 사라지고 말 것들을 병원에 가서 의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병원에나 가 보시죠?"라며 툭 던지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중병에 걸렸으면 병원에 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하찮은 것에도 병원을 찾는다면 건강염려증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원에 가는 것은 수퍼마켓 가는 것처럼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매달 청구되는 의료보험비가 아깝게 생각된다. 감기 걸렸을 때 내과 가는 것 하고 이빨 아플 때 치과 가는 것 제외하고 병원에 갈 일이 없는 사람에게 건강보험료는 과다한 것이다.
무릎이 시린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사무실에 명상공간을 만들고 나서부터라고 생각한다.
혼자 무거운 칸막이를 설치하고 무거운 것을 옮겼다. 더구나 자주 앉아 있었다. 틈만 나면 이삼십분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한시간 동안 꼼짝앉고 앉아 있기도 했다. 그럴경우 다리가 저린다. 통증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수행이다. 느낌관찰로서 수념처(受念處)에 해당된다.
바닥에 얇은 카페트에 무릎을 대고 앉아 있었으니 무릎이 시릴만 하다. 하루밤 자고 나면 깨끗하지만 차가운 사무실 공간에서 오래 있다 보면 시큰하다.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보다.
2020-02-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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