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언제나 그 자리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6. 08:32

언제나 그 자리에

 

 

언제나 그자리에 있는 것이 있다. 이발소에 있는 달마도이다. 한달에 한번 찾는 이발소는 13-14년 되었다. 글쓰기 역사와 비슷하다. 동양월드터워 3층에 있는 과천이발컷트실을 말한다.

 

오늘날 이발소를 헤어클럽등으로 부른다. 블루클럽이나 나이스가이와 같은 체인점 영향도 있을 것이다. 미용실은 여성이 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남성도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머리방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늘 찾는 곳은 나이 지긋한 노년의 이발사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발소에 간다고 말한다.

 

 

이발하는 도중에 말을 걸었다. 과천이발이라고 했는지 물어 보았다. 지역은 안양인데 과천이라 한 것은 과천에 연고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물어 본 것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함이다.

 

예상대로 과천에 연고가 있었다. 과천에서 15년 이발했다고 한다. 과천 2-3단지가 재개발됨에 따라 잠시 이전한 곳이 바로 이곳 안양 동양월드타워 3층이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인 2000년의 일이라고 한다.

 

이발관장은 왜 과천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을까? 과천 2-3단지 재개발이 완료되었으면 본래 자리로 돌아 갔어야 한다. 그럼에도 주저 앉은 것은 손님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건물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한해, 두해 있다 보니 2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과천이발이라는 상호이다.

 

과천이발은 과천에서 15년보다 더 긴 안양에서 20년을 보냈다. 그럼에도 지금도 과천 고객이 있다고 한다. 먼 거리를 일부러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발관장은 이발소에서 잔뼈가 굵었다. 아버지도 이발사였다고 한다. 대를 이어서 이발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서울 반포에서 직원을 여럿 거느리고 크게 일했다고도 한다.

 

 

이발소에는 퇴폐이발소도 있다.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들어 갔을 때 어두컴컴한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발소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표시등으로 알 수 있음을 말한다.

 

이발관장에 따르면, 표시등이 두 개 돌아가면 퇴폐업소라고 한다. 한개 돌아가면 건전업소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구분이 생겼을까?

 

후발주자가 선발주자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 보여 진다. 기존 한개 돌아가는 표시등에 한개를 더 돌아가게 하여 두 개의 표시등을 돌린 것이다. 그래서 표시등이 하나 돌어가면 건전업소이고, 표시등이 두 개 돌아가면 퇴폐업소라는 구분이 생겼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과천이발은 10년 이상 단골이다. 한달에 한번 10년 이상 다니다 보니 매우 익숙하다.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일부로 찾아 가는 것은 이발실력 때문이다. 두상에 잘 맞게 자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발하고 나면 늘 상쾌하다.

 

이발비용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7천원이다. 요즘 컷트만 해도 만원 가까이 된다. 7천원짜리는 보기 힘들다. 불과 2-3년전 까지만 해도 6천원 했다. 가격을 올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럼에도 낮은 가격을 고수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자신의 가게이기 때문이다. 임대한 것이라면 그 가격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처음 과천이발을 찾았을 때 가격에 만족했다. 또 한가지는 지압을 받은 것이다. 머리부터 시작하여 관자놀이, 뒷목, 그리고 어깨를 꾹꾹 눌러주었다. 마지막으로 어깨를 펴주었는데 ~”하고 소리가 날 정도였다.

 

주인은 지압과 안마에 대해서도 전문가였다. 과거 일한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비록 짧게 해 준 것에 지나지 않지만 한번 받고 나면 시원했다. 컷트는 기본이고 지압은 서비스이다. 이렇게 하고도 6천원 했다.

 

그곳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달마도이다. 달마도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주변환경은 변하고 사람은 늙어가도 달마도는 변함없이 늘 그대로의 모습이다.

 

 

어느 날 달마도를 보니 주인을 닮았다. 눈매와 입매가 닮은 것이다. 특히 꾹다문 입매가 많이 닮았다. 마치 주인을 그린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니 주인이 달마를 닮아 가는 건 아닐까?

 

달마도는 지선(志善)’이라는 분이 그린 것이다. ‘초능력자 지선이라는 낙관이 한글로 찍혀 있다. 달마도는 초능력자가 그린 것이다. 누구인지 궁금했다.

 

초능력자 지선과 달마도를 키워드로 하여 인터넷검색을 해 보았다. 몇 개 검색 되었다. ‘당신은 지금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팔공산 자비사 주지라고 한다. 수십년간 초능력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어떤 포스팅을 보니 좋지 않게 써 놓았다.

 

달마도는 불교의 상징과도 같다. 언젠가 식당에 갔었는데 달마도가 걸려 있었다. 불교신자이거나 친불교적인 주인일 것이다. 달마도의 힘으로 장사가 잘 되길 바라는 건지 모른다. 이발소에서 본 달마도에도 파워가 있는 것 같다.

 

변화무쌍한 세상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사는 지역은 변화가 심하다.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하여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 봤던 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타워형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것이 있다.

 

십여년 다닌 과천이발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그곳에 늘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 주인도 그대로 있고 달마도도 그대로 있다. 여행자가 되돌아갈 집이 있는 것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언제든지 가면 반겨 주는 곳이다.

 

 

2020-10-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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