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일인사업자는 야성(野性)이 있어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28. 07:25

일인사업자는 야성(野性)이 있어야


이메일에 하루가 멀다하고 한도 초과 메세지가 뜬다. 키워드광고 노출이 중단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며칠전서부터 키워드광고를 재개하고 있다. 충전하면 광고가 재개된다. 첫화면에 노출되게 하려면 클릭당 단가를 높이면 된다. 그러나 비용이 감당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일정 금액이 초과되면 자동으로 노출이 중단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일한도가 초과되었다는 것은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들어가 보았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전화가 걸려 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이메일로 문의가 와야 한다. 이런 것 없이 클릭만 한다면 입질만 하는 것과 같다.

부정클릭도 있을 수 있다. 경쟁사에서 부정클릭하여 노출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부정클릭방지를 위한 조치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음에만 광고하고 네이버에는 광고하지 않는다. 네이버가 다음에 비해 세 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광고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일감이 없을 때는 첫화면에 노출하게 하여 클릭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일일한도예산만 소진될 뿐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다.

사업을 하고 있다. 큰사업은 아니다. 나홀로 하는 사업이다. 소위 원맨컴퍼니를 말한다. 그럼에도 명함에는 대표로 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사장인 것이다. 홀로 사업을 하니 일인사장인 셈이다. 사업 15년째이다.

왜 사업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사업적 요소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수주를 하여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견적서를 작성하고 견적서에 대한 네고가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품질사고가 발생하면 다시는 주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일이 끝나면 세금계산서와 명세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과정을 홀로 진행한다.

전화를 기다린다. 홀로 사업하기 때문에 사무실 부재 중에도 핸드폰으로 연결되도록 조치해 놓았다.

전화가 생명줄이다. 전화가 걸려 와야 일이 성사된다. 전화를 유도하기 위해 키워드광고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눈길을 끌어야 한다. 이른바 광고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광고문구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홈페이지에 달려 있다.

경쟁사 홈페이지는 화려하다. 온갖 미사여구와 함께 눈길을 끄는 사진과 플레시 등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나의 홈페이지는 매우 심플하다. 14년된 것이다. 홈페이지 모델 아가씨는 늙지도 않는다. 살고 있는 지역 사람이 최저가로 만들어 준 것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아트워크가 다수 전시되어 있다. 작품이 수십개 있는데 조회수가 만회가 넘어간다. 10년 이상 전시되어 있으니 조회수도 많은 것 같다.

업계에서는 작업한 캐드파일을 아트워크(Artwork)라고 한다. 일종의 예술작품처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고객 한군데만 적용되는 작품이다.

작품은 마치 도시처럼 보인다. 집적회로(IC)는 빌딩처럼 보이고 신호선은 도로처럼 보이는 것이다. 작업을 완성하고 나면 정말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생존의 최전선에 있다. 마치 세렝게티평원에 있는 것 같다. 굶주린 육식동물이 먹이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초원에서 생태계의 최상자는 사자, 치타, 표범과 같은 육식동물이다. 그들은 늘 굶주려 있다. 사냥에 성공할 확률보다도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자연다큐를 보면 육식동물은 작은 먹잇감이라도 최선을 다한다. 먹이를 보면 추격이 시작되는데 놓치는 경우가 많다. 먹이를 놓치면 굶어야 한다. 그래서 늘 굶주린 상태에 있는 것이다. 사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월급자와 사업자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 월급자는 안정적 삶이 보장된다. 고용불안이 있기는 하지만 때 되면 월급이 나온다. 그러나 사업자는 야생에서 사는 것과 같다. 야성(
野性)이 있어야 한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전화가 걸려 오면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 사업자는 생존경쟁의 최전선에 있다.

일인사업자는 킬리만자로의 표범같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조용필이 노래한 것이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 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서 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독백이 특징이다. 길게 이어지는 독백에서 키워드는 고독이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같다. 그래서일까 독백의 끝에서는 절규하는 듯한 외침이 나온다. 이렇게 본다면 일인사업자는 고독한 킬리만자로의 표범과도 같다. 고독한 일인사업자는 오늘도 전화오기만을 기다린다.


2021-04-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