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 단풍축제와 연곡사 국화축제
연곡사 가는 길에
피아골,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그것은 좌우 이념대결이 낳은 굴곡진 한국근대사 때문이다. 지리산 피아골이 바로 그곳이다. 천장사 순례팀은 피아골 깊숙히 위치한 연곡사를 향하였다.
피아골 가는 길에 단풍이 울긋불긋 하다. 11월 1일이면 남쪽지방의 경우 단풍이 절정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골짜기에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이름하여 ‘피아골단풍축제’이다.
단풍축제가 열리는 피아골에는 교통이 통제 되고 있다. 일요일을 맞이 하여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 때문이다. 주차장은 꽉 찼고 축제를 위한 무대가 설치 되는가 하면 주변 상인들은 대목을 노리고 있는 듯 하다.
연곡사는 피아골 끝자락에 있다. 교통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연곡사에 간다고 하니 경찰이 통과시켜 준다. 북적거리는 축제현장을 뒤로 하고 연곡사로 달렸다.
연곡사에 도착 하였다. 꽤 너른 대지에 자리잡고 있다. 피아골이라 하여 험준한 골짜기를 예상하였으나 넓은 분지형의 지대에 대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곡사 해우소를 보니
울긋불긋 단풍을 보면서 걸어 올라 갔다. 가는 길에 해우소라는 이름의 재래식 화장실을 보았다. 절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자연친화적 화장실이다. 그러나 현대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해우소는 남자와 여자용으로 나누어져 있다. 칸막이가 있기는 하지만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용 여자용 공히 개별 칸막이가 없다. 한마디로 프라이버시가 보장 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중국의 화장을 보는 듯 하다. 앉아서 용변을 보면 변이 켜켜이 쌓이고 냄새 또한 지독하다.
용변은 모두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사용될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런 화장실을 사용하였다.
“똥구덩이가 세월이 지나면, 똥으로 가득 차듯”
용변이 차곡차곡 쌓이면 냄새가 진동한다. 재래식 화장실 용변과 관련하여 초기경전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Guthakūpo yathā assa
samapuṇṇo gaṇavassiko,
Yo ca evarūpo assa
dubbisodho hi sāṅgaṇo.
마치 똥구덩이가 세월이 지나면,
똥으로 가득 차듯,
부정한 자는 참으로
깨끗해지기 어렵다. (stn279)
아마 똥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기경전에서 똥은 부정적으로 묘사 된다. 부정한 자에 대하여 똥과 같은 사람이라 하였다. 마치 재래식 화장실에 똥이 차곡차곡 쌓이듯 악업이 차곡차곡 쌓이면 악취가 풍길 것이다.
똥이라는 것은 많건 적건 간에 조금만 있어도 구린내가 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소량만 있어도 똥은 악취를 풍긴다.”(A1.348) 라 하였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약간의 더러움만 발견 되어도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존재 자체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욕망과 분노로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을 포함 하여 존재에 대하여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손가락이 튕기는 동안 존속하며 소량만 있다고 하더라도 존재에 대하여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A1.348) 고 하였다. 탐진치로 살아 가는 것들에 대하여 악취 나는 똥으로 본 것이다.
경내가 온통 국화밭처럼
연곡사에서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아래 피아골 골짜기에서는 단풍축제가 열리고 위에 절에서는 국화축제가 열려서 관광객들은 두 개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연곡사에서 보는 국화축제는 다른 곳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그것은 국화를 경내에 직접 심은 것이다. 마치 경내가 온통 국화밭처럼 보인다.
연곡사 국화축제를 보니 울긋불긋 꽃대궐에 와 있는 듯 하다. 빨갛고 노란 국화가 지천이다. 더구나 주변의 단풍과 어우러져 붕 떠 있는 듯 하다.
피를 연상케 하는 단풍
시뻘건 단풍은 불에 타는 듯 하다. 평화의 시대에 단풍은 아름답다. 그러나 피아골은 단풍은 ‘피’를 연상케 한다. 이를 주지스님으로부터 들었다.
차담을 하였는데
스님과 떠나는 순례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님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과 인연 있는 절을 찾아 떠 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사찰 스님과의 차담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천장사 순례팀의 최대 매력이자 장점일 것이다. 이날 연곡사 순례 역시 스님과 차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국화천지 연곡사에서는 방문자들을 위하여 차를 제공하고 있다. 보제루에 마련된 차실에서는 누구나 차를 시음할 수 있다. 순례팀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천장사 스님 두 분과 연곡사 주지스님, 그리고 신도들이 자리를 잡았다. 한복을 곱게 입은 봉사자들이 차를 나누어 주고 있다.
“부끄럽습니다”
한 봉사자가 아는 채 하였다. 필명을 이야기 하며 정말 맞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놀라움과 함께 반가워 한다. 어떻게 필명을 알았을까? 나중에 다른 법우님을 통하여 들었다. 스님들과 함께 자리를 잡자 봉사자는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고 한다. 천장사에서 왔다고 하니 필명을 묻더라는 것이다. 이전에 천장사 순례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본 적이 있어서 물어 보았다고 했다.
법우님은 글에서의 본 느낌과는 다른 이미지라 하였다. 강해 보이는 글과 달리 인상이 부드럽다고 하였다. 이럴 때 늘 하는 말은 “부끄럽습니다”라는 말이다. 모두 들켜 버린 듯한 기분이다. 글을 통해서 내면이 밝혀 졌는데 외면까지 노출 되었으니 내적으로 외적으로 모두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한번 올린 글이 누군가에 읽히고 누군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현실 세계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글을 읽고 있다면 나에 대하여 속속들이 다 알 고 있는 것이다.
불사를 수행으로 알아
연곡사에서 자원봉사 하고 있는 법우님들은 봉은사에서 왔다고 했다. 어떻게 이곳 깊은 골짜기에 있는 절에 오게 되었을까? 들어 보니 연곡사 주지 스님이 봉은사 교무국장으로 있었을 때 인연 맺은 것이라 한다. 명진스님이 주지직을 맡을 때라 하였다.
연곡사 주지스님은 원묵스님이다. 원묵스님은 국화축제를 직접기획했다고 한다. 축제를 위하여 군청의 지원을 받았는데 노력을 한 결과 더 많이 예산을 확보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국화축제와 달리 도량에 국화를 직접 재배하였기 때문에 돈이 크게 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같은 불사를 하게 된 것에 대하여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하였다. 일이라기 보다 수행으로 생각하고 불사하는 것이라 하였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 이야기
차담을 하면서 피아골과 연곡사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이에 원묵스님은 연곡사의 유래부터 시작하여 피비린내 나는 역사 이야기를 해 주었다. 주지스님에 따르면 연곡사는 전란이 일어날 때 마다 불에 타 버렸다고 한다. 임진왜란때 모두 소실 되었고, 한일합방 때 불탔고, 한국동란 때 모두 타 버렸다고 하였다.
피아골 하면 명칭이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그것은 ‘피’와 ‘빨치산’을 떠 올리기 때문이다. 피에 대한 것은 임진왜란이다. 서쪽으로 치고 들어 오는 수만의 왜군을 맞이하여 수천의 군사가 방어 하였으나 전멸하였다고 한다. 그때 당시 연곡사도 불에 탔다. 그래서 하천이 온통 핏빛으로 가득했다 하여‘피내림천’이라 한다.
육이오 당시 피아골은 빨치산의 근거지었다. 국군이 토벌작전할 때 연곡사가 불에 탔다고 한다. 스님에 설명에 따르면 국군에 의하여 불탔다고 하였다. 이렇게 전란이 있을 때 마다 불에 탄 곳이 연곡사이다. 그러나 평화시대가 되면 다시 복원 되었다. 이렇게 소실과 복원을 반복하여 오늘날과 같은 연곡사 국화축제를 보게 되었다.
원곡사는 원래 예정에 없던 것이다. 차량 네 대를 이용하여 16명이 출발한 순례에서 그때 그때 일정이 바뀔 수 있다. 연곡사의 경우 선일스님이 전화를 해서 가게 되었다. 연곡사 주지스님과 선방에서 함께 산 것이 인연이 된 것이다. 그런데 원묵스님은 갑작스런 순례단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게 식사비를 주었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가는 길에 점심 사먹으라고 보시 한 것이다. 이런 케이스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2015-11-0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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