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등불처럼, 빈자일등(貧者一燈) 해미읍성연등축제
연등축제포스터
천정사대화방에서 연등축제에 대한 포스터를 접하였다.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리는 연등축제이다. 연등축제 포스터는 다음과 같다.
해미읍성에서 열리는 두 번째 연등축제이다. 작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여 처음 열렸는데 올해 두 번째라 한다. 기간은 2016년 4월 30일(토) 오후 3시부터 9시까지이다. 주최는 서산연등보존회이고, 후원은 수덕사와 서산시이다.
불교의 위기감
서산 해미읍성연등축제와 관련하여 천장사 주지 허정스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 서산사암협의회가 발족 되어 최초로 연등축제를 개최했다고 한다. 이렇게 연등축제를 하게 된 것은 아마 불교의 위기감이 작용해서일 것이다. 그것은 교황의 해미읍성 방문과 관계가 있다.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교황이 방한했다. 그때 당시 세월호사건 등으로 어수선할 때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을 보기 위하여 갔었다. 이에 대한 기록을 “천주교시복식 참관기(2014-08-17)”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긴 바 있다.
천주교성시화
교황의 시복식은 불교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떨떠름’ 했다. 교황의 방한에 광화문광장을 다 내 주는 것도 그렇지만 굳이 한국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행사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더구나 교황이 가는 곳 마다 성지화 하는 것도 도가 지나친 것처럼 보였다. 특히 천주교 순교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해미읍성이 그렇다. 이에 대하여 교계신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비판 하였다.
서산시가 ‘교황방문도시’ 로고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관련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지역 내 “종교 편향적이고 서산시의 정체성을 반감시키는 행위”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서산시가 세금을 투입해 교황방문 기념관과 프란치스코 광장, 가톨릭 성지 순례길 등을 연결한 ‘가톨릭 성지 조성’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서산시주지협의회가 대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서산시, ‘교황방문도시 성시화’ 중단하라”, 법보신문 2015-06-29)
법보신문에 따르면 서산시에서 ‘천주교성시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교황방문도시라 하여 ‘교황방문도시서산’이라는 로고를 만들어 도로입간판을 곳곳에 설치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해미읍성 근처 도로명을 ‘성지로’라고 지정하는가 하면 ‘교황 프란치스코 순례길’도 만들었다. 도시전체가 온통 교황과 천주교관련 것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서산사암주지협의회에서 대책을 세웠다.
서산에는 마애삼존불, 간월암, 개심사, 보원사지, 가야산 등 서산 9경 중 4곳이 불교와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교황방문도시라 하여 천주교성지화 천주교성시화 하는 것은 전통문화와 불교를 무시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서산시의 종교편향정책에 대하여 천장사주지 허정스님은 “프란치스코 순례길이라는 명예 도로명을 지정하고 해미성당을 시티투어 역사체험 코스로 선정하는 등 성시화 작업에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 비판하였다.
해미읍성연등축제는 올해로 2회째 이다. 작년 처음 열린 연등축제는 바로 이전해 교황방문에 따른 서산불교의 위기감이 작용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서산지역 사암연합회가 결성되어서 교황방한 바로 다음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여 처음 연등축제가 열린 것이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한 해미읍성연등축제는 작년 보다 더 규모가 커지고 조직화 된 듯 하다. 서산사암연합회 총무를 맡고 있는 천장사주지 허정스님에 따르면 올해 행사를 위해 서산시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는 종교편향정책에 대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 보여진다. 오로지 천주교성지 또는 천주교성시화를 위해 올인하는 듯한 서산시행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국불교가 포효할 때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연등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시군구에서 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서산해미읍성연등축제가 그런 케이스이다. 이는 성시화를 추구하는 행정에 서산사암연합회가 단합해서 이루어낸 결과이다. 중심에 천장사가 있다.
천장사주지 허정스님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발로 뛰었다. 천장사신도들 역시 주지스님을 도와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 서산에서 활동하는 화가 김기한님은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참고로 대화방에 올려져 있는 김기한님의 화실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커다란 호랑이상을 보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친다. 한마리 호랑이가 되어 포효할 때 모든 동물들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불교가 포효할 때 두려움과 전율과 감동을 가져 올 것이다.
해미읍성연등축제는 어떤 내용일까?
이번 해미읍성연등축제는 어떤 내용일까? 다음카페에 실려 있는 ‘서산연등보존회’에 실려 있는 진행사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체 험 행 사(14:00 ~17:00)
다도체험, 전통떡, 컵등연등체험, 서산의 인물도로명, 사찰문화재소개, 네일아트, 캐리커쳐, 팝콘튀기기, 읍성미륵불서명, 연등접수, 부석사관음상서명, 가훈써주기, 명상배워요, 관불단 장엄, 탁본체험등(18개부스)
2) 1부 청소년문화예술경연(15:00~17:00)
초중고 학생 예술팀 경연(13팀)
사회:정암
3) 2부 흥겨운 우리가락(17:10~17:50)
법고, 해미민요동아리(이월순외11),판소리(강경민),해룡풍물단,(청광외24명), 시와담요사랑방(조성신)등
4) 3부 관불식 및 제등행렬(18:00 ~20:00)
육법공양, 합창단 음성공양, 관불
사회:무영
동쪽문을 거쳐 중앙문을 돌아 해미읍성에서 모임
앞 장엄등 행진- 팔모등행진- 주름등행진-
사회자:도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각종체험행사와 예술공연이 펼쳐짐을 알 수 있다. 연등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제등행렬이다. 각자 등불을 들고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어둠속의 등불처럼
천주교성시화에 맞서 불교와 전통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해미읍성연등축제가 4월 30일에 열린다. 비록 작은 지자체에서 열리는 작은 행사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등불은 어떤 의미일까? 빠알리니까야를 보면 다음과 같은 정형구를 볼 수 있다.
Abhikkantaṃ bho gotama abhikkantaṃ bho gotama, seyyathāpi bho gotama nikkujjitaṃ vā ukkujjeyya, paṭicchannaṃ vā vivareyya, mūḷhassa vā maggaṃ ācikkheyya, andhakāre vā telapajjotaṃ dhāreyya, 'cakkhumanto rūpāni dakkhinti'ti, evameva bhotā gotamena anekapariyāyena dhammo pakāsito. Esāhaṃ bhagavantaṃ gotamaṃ saraṇaṃ gacchāmi dhammañca bhikkhusaṅghañca. Upāsakaṃ maṃ bhavaṃ gotamo dhāretu ajjatagge pāṇupetaṃ saraṇaṃ gatanti.
“세존이신 고따마시여,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신 고따마시여,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신 고따마시여, 마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듯이,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듯이,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이, 눈을 갖춘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들어 올리듯이, 세존이신 고따마께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세존이신 고따마께 귀의합니다. 또한 그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또한 그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세존이신 고따마께서는 재가 신자로서 저희들을 받아주십시오. 오늘부터 목숨 바쳐 귀의하겠습니다.”(귀의문 정형구, 전재성님역)
외도가 부처님의 설법에 감화를 받아 재가신도가 되기를 맹세하는 내용이다. 이를 ‘귀의문’이라 하는데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고 위와 같은 문체로서 정형화 되어 있다.
귀의문에서 “눈을 갖춘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들어 올리듯이”라는 말이 있다. 부처님가르침을 등불로 비유한 것이다. 등을 켜면 어둠이 물러가듯이 부처님가르침을 접하면 무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등불공양
부처님가르침은 어둠속의 등불과도 같다. 그래서 “어둠 속에 등불을 들어 올리듯이(andhakāre vā telapajjotaṃ dhāreyya)”라 했다. 여기서 등불은 ‘telapajjota’를 말하는데 이는 다름 아닌 ‘기름램프(oil lamp)’이다. 부처님당시 밤에 기름램프를 켰고 밤길에 기름램프를 들고 다녔던 것이다. 그래서 공양물에는 먹을 것이나 입을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름램프도 보시물 중의 하나이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알 수 있다.
“그녀는 분노와 성냄과 불만을 결코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에게 먹을 것이나 마실 것과 옷과 탈 것이나 화환이나 향이나 크림이나 침상이나 등불을 보시합니다.”(A4.197, 전재성님역)
앙굿따라니까야 ‘말리까의 경’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부처님은 꼬살라국 말리까왕비와의 대화하였다. 말리까왕비가 부처님에게 “세존이시여, 어떤 여인은 용모가 추악하고 못 생기고 보기에 흉하고, 더구나 가난하고 빈곤하고 재산이나 권력이 없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고 그 조건은 무엇입니까?”(A4.197) 라고 물어 보았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세존]
“말리까여, 세상에 어떤 여인은 화를 내지 않고 격렬하지도 않아서, 심한 말에도 노여워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분노와 성냄과 불만을 결코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에게 먹을 것이나 마실 것과 옷과 탈 것이나 화환이나 향이나 크림이나 침상이나 등불을 보시합니다. 게다가 그녀는 질투심을 갖지 않고, 남들이 이득을 얻고 명예를 얻고 존경을 받고 존중을 받고 칭송받고 예경받는 것을 시샘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때에 죽어서 현재의 이러한 상태로 다시 와도, 태어나는 곳마다 용모가 준수하고 잘 생기고 보기에 아름답고, 더구나 부유하고 갑부이고 재산이나 권력이 많은데, 그 원인은 이것이고 그 조건이 이것입니디.” (A4.197, 전재성님역)
수행자에게 보시하면 커다란 과보를 받는다고 했다. 특히 사쌍팔배의 성자에게 보시하면 그 과보는 엄청나게 크다고 했다. 그런 공양물 중에 등불도 있는 것이다.
등불의 특징은
등불은 밤에 필요한 것이다.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런 등불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맛지마니까야에서 아누룻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누룻다]
“마치 사람이 여러 가지 등불을 집에 들여오면, 그 등불들의 불꽃의 차이는 구별되지만 그 광명의 차이는 구별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장자여, 신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때가 있는데, 한 장소에 모일 때에 그들의 안색의 차이는 구별되지만 그 광채의 차이가 구별되지 않습니다.” (M127, 전재성님역)
등불의 특징을 설명한 것이다. 등불은 화염과 광채와 광명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불이라는 것은 어떤 재료에서든지 화염과 광채와 광명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불가촉천민이 사용하는 나무밥그릇을 태웠을 때나, 고귀한 가문의 장자가 사용하던 전단향나무를 태웠을 때나, 그 화염과 광채와 광명은 동일한 것이다. 야크똥에서 타오른 불꽃이나 고급전단향에서 내는 불꽃이나 화염, 광채, 광명에 있어서 차이가 없는 것이다.
모든 땔감의 불꽃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어야 하리. 어떠한 땔감에서도 불이 생겨나듯 비천한 가문에도 지혜로운 현자가 생기네. 부끄러움으로 자제하는 자가 고귀하네.” (S7.9)라 했다.
그런데 불꽃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차이일까? 이는 “이를테면 등불이 불순한 기름과 불순한 심지로 타오르면, 희미하게 타오릅니다.” (M127) 라는 구절로 알 수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경에 따르면 “수행승이 오염된 광채로 자신을 가득 채워 거기에 전념하면, 몸의 둔함이 잘 다스려지지 않아 해태와 혼침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고, 흥분과 회한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희미하게 선정에 듭니다.”라는 구절로 알 수 있다. 선정의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희미하게 선정에 들었을 때 “그는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탁한 빛으로 가득 찬 하느님 나라의 신들의 무리에 태어납니다.”라 했다.
순수한 기름과 순수한 심지가 있을 때 등불은 더 밝게 타오를 것이다. 그래서 “순수한 빛으로 자신을 가득 채워 거기에 전념하면, 몸의 둔함이 잘 다스려져서 해태와 혼침이 충분히 제거되고 흥분과 회한이 충분히 제거되어 밝게 선정에 듭니다.” (M127) 라 했다.
해미읍성의 연등축제는
모든 불꽃의 화염과 광채와 광명은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더욱 더 밝게 빛나는 등불은 등불의 기름과 심지가 오염되지 않고 순수했을 때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이 오염 되어 있으면 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다면 밤하늘의 등불처럼 빛나 보일 것이다.
이 세상에 가장 불행하고 가장 가난한 여인이 다는 연등이 가장 빛날 수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다. 순수한 기름과 순수한 심지가 있을 때 더 밝게 타오르듯이, 마음이 깨끗한 가난한 여인의 작은 등은 온갖 오염원으로 가득한 부자의 큰연등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밝게 빛날 것이다.
작은 지자체에서 열리는 작은연등축제는 ‘빈자일등’과도 같은 것이다. 지역을 성지화하고 지역을 성시화하려는 세상이다. 기독교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해미읍성의 연등축제는 온세상을 훤히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2016-04-2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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