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이기라” 명예혁명은 이루어 질것인가, 5차 촛불에 참가하고
사람들은 안락을 추구합니다. 추운 겨울날 등따숩고 배부르면 최고의 행복일 것입니다. 세상이 어지럽든 말든 이웃이 굶든 말든 내 자식, 내 가족의 안녕과 무사만을 바라는 이기적 행태도 안락추구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늦가을에서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일까 11월 26일, 몹시 추웠습니다. 거의 영하에가까웠습니다. 땅에 닿자 마자 녹아 버리는 첫눈도 내렸습니다. 눈인지 비인지 분간 못할정도입니다. 하늘은 잿빛으로 칙칙했습니다. 거리의 가로에는 낙엽이 져서 가지는 앙상합니다. 여기에 바람까지 불어 스산합니다. 최악의 날씨에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이달들어 광화문은 세 번째 입니다. 첫 번째와 네 번째 촛불에 참석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섯 번째 촛불에 참석 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종각역에서 내렸습니다. 늘 시청역에 내렸지만 이번에는 코스를 달리한 것입니다. 종각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걸어가고자 했습니다.
종로는 차 없는 거리
종각역에 내리자 안내방송 멘트가 흘러 나옵니다. 1번 출구가 너무 혼잡해서 다른 출구를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지상의 상황이 대충 짐작됐습니다. 출구로 나오니 종로는 차 없는 거리 입니다. 어둠속 저쪽 종로 3가에서부터 인파가 꾸역꾸역 말려 옵니다.
보신각이 있는 종각사거리에 서 있으니 사거리 모두 사람들의 흐름입니다. 목표는 광화문 사거리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촛불을 파는 곳도 있지만 촛불을 공짜로 나누어 주는 곳도 보았습니다. 거대한 위안부소녀상 모형이 있는 곳에서 멈추었습니다.
서울광장을 향하여
더 이상 갈 수 없어서 서울광장을 향했습니다. 이면 도로를 향해 내려 갔습니다. 도중에 청계천을 지나 내려 가니 마치 야시장에 온 것 같습니다. 촛불대목을 맞이하여 오뎅, 꼬치 등 포장마차형 노점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마침 고적대가 지나갔습니다. 머리에는 붉은 가발을 섰습니다. 삐에로 복장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노점에서 밤을 샀습니다. 군밤입니다. 저녁을 간단히 김밥으로 때웠기 때문에 군것질 할 것이 필요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점상을 도와 주고 싶었습니다. 촛불대목을 맞아 한몫 잡으려는 노점상을 도와주고자 위함 입니다.
노점하는 것이 불법일수 있고 배경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는 생생한 삶의 현장 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촛불을 들지 않았지만 촛불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촛불에 감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군밤 한봉지에 오천원 했습니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울광장은 한산 했습니다. 평소라면 서울광장이 무대가 되는데 요즘은 광화문대로, 즉 세종로와 태평로가 광장이 되었습니다. 서울광장과 비교되지 않은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로가 광장역할을 하는 것 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나오는 것입니다.
서울광장에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습니다.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촛불이었습니다.
비닐로 감싼 유모차
대로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숭례문까지 교통통제 되었지만 대한문 남단 사거리 까지 사람들로 가득 했습니다. 눈비가 와서인지 바닥이 축축 합니다. 끝단에서는 앉아 있기 보다 서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노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옷을 두툼하게 입고 서성입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입니다. 발이 시렵고 손이 시려워서 잠시도 가만 있을 수 없습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유모차도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습니다. 유모차를 온통 비닐로 덮어 버린 것도 발견 했습니다. 유모차 안에 있는 아기는 비바람, 추위로 부터 보호 되어 안온해 보입니다.
컵모양 LED촛불
서울광장 끝자락 대로에도 촛불노점이 이곳 저곳에 있습니다. 한촛불 노점에 눈길이 갔습니다. 촛불은 촛불인데 기존 것과 달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LED촛불 입니다. 그런데 컵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촛불을 파는 젊은 여성은 “절대로 꺼지지 않는 LED촛불입니다.”라며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만에 ‘컵형’ LED촛불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촛불도 일주일 단위로 진화하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끝내 이기라”
이날 날씨가 몹시 추웠습니다. 발을 동동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 놓고 사람들은 대형전광판을 응시합니다. 안락하게 집에서 TV를 보고 있을 수도 있지만 굳이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은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모두 안락만을 추구한다면 결단코 명예혁명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날 13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광화문 앞 양 도로가 꽉차고, 종각에 이르는 도로에도 사람이 가득하고, 이곳 서울광장과 광장 끝단에도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구호와 노래가 번갈아 가며 방송을 타고 있습니다.
가수 양희은이 등장했습니다. 몇 가지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렸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상록수’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을 부를 때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합창했습니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끝내 이기라”라는 구절에서는 전율이 일어날 정도이었습니다.
2016-11-26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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