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수호에 종교간 구별은 없다
일요일 평소 알고 지내는 법우님의 절에 갔습니다. 일요법회라 볼 수 있는 유마경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남 끝자락에 있는 D사 입니다. 비구니 스님이 주지인데 조계종 소속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날 약 오륙십명 가량 모였습니다.
스님은 한문과 우리말로 해석되어 있는 경전을 빠른 속도로 진행했습니다. 진도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봅니다. 2시간 동안 강의했습니다. 그런데 종종 강연 도중에 현실정치와 연관하여 설명하는 것입니다. 특히 촛불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것 같습니다. 한스님의 분신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한쪽에 치우쳐져 있었습니다. 촛불에 대한 맞불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거의 같습니다. 비선실세의 전횡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합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동정심에서 한 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로 봐서 기득권층의 취향에 맞는 법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강남에 사는 중산층 사람들이 많기 왔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작은 기득권이라도 지켜 내려 합니다. 아주 작은 회사에 다녀도 나가라고 하면 저항합니다. 쥐꼬리만한 병장권력도 즐기려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절대 손해 보려 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기득권이 계속 유지 되기 바랍니다. 더 많은 재산,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이익을 가진 자들 일수록 이 행복이 영원히 유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득권층은 태생적으로 ‘보수’라 볼 수 있습니다.
보수라는 말은 “지킨다”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보수의 근본 가치인 자유이니 도덕적 의무이니 하는 말들은 통용 되지 않습니다. 쥐꼬리만한 기득권이라도 유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한국적 현실에서 그는 보수주의자입니다. 가짜보수주의자 입니다.
강남에 있는 절의 주지스님은 기득권층의 입맛에 맞는 법문을 했습니다. 불과 5%도 안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여론조사하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 입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이야기 합니다. 사드배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점심공양을 하면서 신도들과 식사 했습니다. 그 중에는 교사로 정년퇴임한 사람도 있습니다. 한달에 받는 연금만 해도 이 나라 가장들의 평균 월급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법우님은 교회에서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합니다. 교회목사들이 말하기를 사드는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합니다. 오히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불순하고 불온하게 봅니다.
법우님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사드로 인하여 중국에서 경제보복하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 했습니다. 그러자 법우님은 “경제 보다 국방 입니다.” 라 했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득권 유지가 더 중요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교회목사가 말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불자임에도 교회 목사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강남불자들에게 하나의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득권 수호를 위해서라면 종교간의 구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명박정부시절 세종신도시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어느 법우님은 이전 반대 시위를 열심히 했습니다. 놀랍게도 강남의 대형교회 신자들과 함께한 것입니다. 기득권 유지에는 종교간의 구별이 없어 보이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번 촛불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 역시 대형교회 다니는 사람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기득권 수호에 종교간 구별은은 없습니다. 작은 재산도 지켜 내려 하고 쥐꼬리만한 권력도 향유하려 하듯이, 종교 성직자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조장 합니다. 강남에서 탄핵반대 맞불집회가 열렸는데 대부분 태극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강남집회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아마 강남 대형교회 신도들이 많이 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태극기 물결속에는 성조기도 눈에 띄었다는 사실입니다.
성조기를 들고 행진(연합뉴스 2017-01-07)
탄핵맞불집회시위에서 성조기가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도 흔든 것입니다. 중국보다 미국을 더 지지 함을 뜻합니다. 중국의 경제보복 보다 미국의 안전보장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기득권 수호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일요일 강남불자들을 대상으로한 일요법회에서 주지스님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법문을 했습니다. 소수의 특권층, 소수의 기득권층을 위한 법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교회 나오는 사람들 대다수가 중산층이라 합니다. 그들 입맛에 맞게 설교하기 때문이라 보여 집니다. 그래서일까 가난한 자나 소외된 자들이 점점 교회를 떠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불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부유한 노보살이 환대 받고 삶에 여유 있는 자들만 상대 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자는 소외 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어느 불자는 “저는 절에 가면 법당에 가서 참배만 하고 옵니다. 스님들은 밍크코트 입은 사람들만 상대하니까요” 라 말 했다고 합니다.
어느 법우님은 권위주의를 경계합니다. 민주주의 반대가 공산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라 합니다. 그런데 권위주의는 사실상 기득권에서 나옵니다. 재산이나 명예, 권력을 계속 유지코져 한다면 기득권자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자들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입니다. 또한 법과 질서, 또는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래서 변화와 개혁을 요구 하는 세력에 대하여 불온시합니다. 이런 현상은 종교계라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불교는 기득권자들의 종교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교회가 가진 자들을 위한 교회가 되었듯이, 한국의 사찰 역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취향에 맞는 설교를 하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법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진실로 구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종교시설의 문턱은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점집이 더 붐비는 것 같습니다. 점집이 비록 미신적이고 혹세무민하는 것이 있다고 할지라도 한가지 장점은 있습니다. 그것은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는 사실 입니다.
2017-01-1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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