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할 줄 아는 사람
오랜만에 반가운 이름을 접했다. “정말 그사람일까?’라며 들어가 보았다. 그사람이 맞다. 그사람이 오랜만에 공감해 주었다. 기분좋은 날이다.
‘좋아요’한방에 마음이 뿌듯하다. 언젠가부터 ‘좋아요’에 목을 매게 되었다. ‘좋아요’가 많으면 흥분된다. 어떤이는 하트로 표시해 주기도 한다. 그사람이 공감했을 때 더욱 힘 받는다. 인정받은 기분이다. 올린 글을 다시한번 읽어 본다. 혹시 오류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글은 자신의 얼굴과 같은 것이다. 또 글은 자신의 인격과 같은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는 글로서 소통하기 때문에 표현 하나에 따라 글쓴이의 모습이 드러난다. 오자나 탈자, 띄어쓰기 등 문법에 오류가 있다면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신용을 잃는 것이다. 그사람이 공감버튼을 눌렀을 때 “혹시 잘못된 것은 없을까?”라며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다.
글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어떤이들은 화풀이로 쓰는 것 같다. 커다란 글씨로 구호 외치듯이 쓴다. 어떤이들은 취중에 쓰는 것 같다.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마구 질러버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좋아요’추천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또 어떤이는 일상적인 개인사에 대하여 시시콜콜한 것까지 쓴다. 한번 보고 지나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추천을 기대하며 부지런히 눌러 준다. 조금이라도 공감하면 누르는데 인색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은 누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다. 글은 잘 쓰는데 한번도 ‘좋아요’ 추천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일까? 이기적인 사람일까? 뻔히 아는 사이임에도 한번쯤 눌러 줄 법한데 한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서운하다.
페이스북한지 삼사년 되었다. 이전에는 블로그만 했다. 페이스북에 들어오니 환경이 달랐다.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시장에 온 것 같았다. 시장에 가면 온갖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쇼핑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깊은 산속의 암자와 같은 블로그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것이다. 블로그가 단골손님이 찾는 곳이라면 페이스북은 시장이나 역전, 터미널에 있는 상점과 같다. 상품이 좋으면 팔리게 되어 있다.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는 불량품을 사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좋아요’추천으로 자주 보다 보니 대면하지 않았어도 이제 이름이나 얼굴만 보아도 친숙하다. 이를 ‘페친’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친구의 약자이다. 왜 페친이라고 했을까? 단지 아는 사이라면 지인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친구라 한 것은 가까움의 표시일 것이다. 성과 나이를 떠나서 사이버세상에서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친구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친구이다. 그 이외사람들은 단지 아는 사람에 지나지 않은 지인일 뿐이다.
지난 삼사년동안 열심히 누르다보니 수많은 페친이 생겼다. 지금도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해 계속 작업을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어떤이에게 댓글 하나를 받았다. 오천개가 꽉차서 들어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필요 없는 사람은 지우라고 했다. 친구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이 말에 자극받아 지우기작업 하고 있다. 공감하지 않은 사람이 대상이다. 속으로는 공감할지 몰라도 표현하는데 인색한 사람도 대상이 된다. 글은 번지르르 하지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친구라 볼 수 있을까?
여러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학교친구, 불교교양대학도반, 재가불교단체회원 등 현실공간 사람들 뿐만 아니라 페친, 블친, 카친 등 사이버공간에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모두가 친구라고 볼 수 없다.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친구이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친구이다.
2020-01-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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