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이익 되게 했을 때
발단은 전화 한통화를 받고서 시작되었다. 업체 담당자는 기판이 이상하다고 했다. CPU부분의 연결상태가 회로도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제까지 경험으로 보았을 때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거의 들어 맞았다. 이 말을 듣고 즉시 확인해 보았다.
불행의 씨앗
정말 잘못되어 있었다. 64핀 CPU IC 핀번호를 보니 잘못 매겨져 있었다. 순간 맥이 빠졌다.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따져 보니 굴러다니는 라이브러리를 적용한 것이 잘못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것을 적용했을 때 이미 불행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자도 행운을 누린다.
악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악인은 죄악을 받는다.”(Dhp.119)
악한 자가 잘 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예전의 선한행위에 대한 과보이다. 그러나 선과보가 나타날 때 까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불선업을 지었다면 미래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업이 익어서 과보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 불선업을 저지르면 악의 씨앗을 심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 시기에 가면 반드시 과보로서 나타난다. 그때 까지는 희희낙낙(嬉嬉樂樂)하며 산다. 이번에 기판설계한 것도 그렇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즉시 들어주어야 한다. 고객과 싸워서는 안된다. 어리석은 자가 고객과 싸운다. 사업을 처음 했을 때 고객과 다투었다. 잘잘못을 따진 것이다.
전에 회사 다녔을 때 늘 갑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하고 나서 부터는 을의 입장이 되었다. 을의 입장을 망각하고 고객과 다투었을 때 결과는 처참했다.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이다.
더 이상 주문이 오지 않았을 때 후회한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런 실패 사례가 있어서 고객과 싸우지 않는다. 고객의 요구라면 다 들어준다. 가장 좋은 것은 두 말하지 않고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치루어야 할 대가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한시라도 미적거릴 수 없다. 가장 빠르게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설계가 잘못된 것은 바로잡으면 된다. 문제는 이미 부착된 세 개의 IC를 떼서 새 기판에 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립전문업체를 찾아가서 가능성을 물어보아야 한다.
속도전(速度戰)하며
9월 8일 우실라사야도를 만난날은 무척 바빴다. 공양청을 올린 사람들과 함께 서울 연희동에서 점심공양을 함께 하고 곧바로 군포로 내려갔다. 조립업체에 물어 보니 핀간 간격이 0.4미리인것도 손으로 납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군포에 있는 조립업체는 십년이상 거래했다. 주문을 주기 때문에 갑의 입장이지만 일인사업자라서 직접 들고 가서 조립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조립업체는 ‘여인천하’이다. 여자 사장 아래 여자 직원만 있는 곳이다. 남자라고는 여사장 남편 한명 뿐이다. 모두 숙련작업자들이다. 십년 거래하다 보니 얼굴이 모두 다 익숙하다. 어려운 부탁도 두 말 하지 않고 들어준다.
문제는 시간이다. 밤 아홉시까지는 수정작업을 끝내서 기판발주를 해야 한다. 군포를 다녀온 후 곧바로 속도전(速度戰)에 들어갔다.
저녁식사도 거른 체 작업을 완료했다. 기판발주를 하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새기판이 나오면 세 개의 IC를 부착해서 업체에 전달해 주기만 하면 된다.
금요일 오후 마침내 모든 것이 완료되었다. 월요일 충격적인 전화를 받은 이래 속도전하며 일사천리로 진행한 결과 납기를 마칠 수 있었다. 구로 디지털3단지에 있는 업체 담당자에게 전달해 주었다.
다음 번에 오더 주겠다고
업체담당자는 감격했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이에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잘못되었을 때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먼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화살을 맞았을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따지는 것 보다 먼저 뽑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다.
한번 실수하면 고객은 다시 찾지 않는다. 이렇게 끊어진 고객이 많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간다는 말이 있듯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번 케이스가 그렇다.
일은 벌어졌다. 신용도 추락되고 이미지도 떨어졌다. 아마도 이번 일로 인하여 다시는 오더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개발자는 자신의 제품에는 무한책임진다.”라는 말이 있다. 설령 업체가 떨어져 나간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설계한 것은 책임져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다.
품질사고가 발생하면 그대로 손실이 난다. 그럼에도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은 설계자로서 무한책임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고객이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물건을 만들어서 기일 내에 납품했을 때 만족 이상이었다. 그리고 다음 오더를 주겠다고 했다.
하는 일 마다 실패하는 사람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사업을 잘 하는 비결은 다름 아닌 ‘고객감동’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처님은 사업에 관한 가르침도 펼쳤다. 앙굿따라니까야에 실려 있는 ‘사업의 경(vaṇijjāsutta)’(A4.79)이 그것이다.
사리뿟따존자가 부처님에게 물었다. 사리뿟따존자는 “세존이시여, 세상에 어떤 사람은 사업을 하는데 그만큼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하는데, 거기에는 어떠한 원인, 어떠한 조건이 있습니까?”라며 물어보았다.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 세속에서 삶의 목적은 돈 버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것이 세상에서 잘 사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돈 버는 선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돈 버는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돈 버는 재주는 없어도 나름대로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다. 문화, 예술, 학술 등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돈 버는 것에 가치를 둔다.
돈은 생각대로 벌려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노력한다고 벌려지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싸리뿟따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을 찾아 가서 ‘존자여,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가 약속한 것을 보시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거기서 죽어서 이 세상에 왔다고 한다면, 그가 어떠한 사업을 하든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실패한다.”(A4.79)
하는 일 마다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신용이 없는 사람이다. 왜 신용을 잃었을까?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점심약속도 약속이다.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약속지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약속시간에 오분전에 도착하는 것은 기본예의에 해당된다. 약속시간 잘 지키는 것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납기는 지켜야 한다. 밤을 세워서라도 납기 내에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한다. 그래야 다음 오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약속 어기를 밥먹듯이 하고, 납기를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는 전화 오지 않을 것이다.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기꾼 소리 듣기 쉽다. 제때 결재 하지 않으면 사기꾼이 된다. 그런데 사기꾼들은 대답은 번지르하게 잘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재일이 되면 지키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하는 일 마다 실패를 거듭할 것이다.
하는 일 마다 성공하는 사람
사업을 하여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사리뿟따존자는 “세존이시여, 세상에 어떤 사람은 사업을 하는데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의도한 것 이상으로 성공하는데, 거기에는 어떠한 원인, 어떠한 조건이 있습니까?”라며 물어보았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답했다.
“싸리뿟따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을 찾아 가서 ‘존자여,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만큼 보시한다. 만약 그가 거기서 죽어서 이 세상에 왔다고 한다면, 그가 어떠한 사업을 하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A4.79)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서 감동한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납기 약속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약속을 잘 지켰을 때 계속 주문할 것이다. 이렇게 약속만 하나만 잘 지켜도 성공적 삶을 살게 된다. 다만 하나 더 조건을 붙인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하는 일마다 성공할 것이다.
고객감동시키려면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 크게 성공한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싸리뿟따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을 찾아 가서 ‘존자여,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시한다. 만약 그가 거기서 죽어서 이 세상에 왔다고 한다면, 그가 어떠한 사업을 하든 열심히 노력하면 의도한 것 이상으로 성공한다.”(A4.79)
사업을 하여 크게 성공하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그리고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시한다.(So yena pavāreti taṃ parādhippāyaṃ deti.)”라는 문구이다. 의도한 것을 보시하면 성공하지만, 의도한 것 이상을 보시하면 의도한 것 이상의 성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다름 아닌 ‘고객감동’이다.
사람이 감동받을 때가 있다. 만족을 넘어서 흡족해질 때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 만족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많이 받았을 때 흡족할 것이다. 그래서 감동이 일어난다. 이를 ‘parādhippāya’라고 했다. 의도한 것 이상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그 사람에게 이익 되게 했을 때
조금 주어서는 감동하지 않는다. 의도한 것 이상을 주어야 한다. 고객감동 시키려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주어야 한다. 그 사람에게 이익 되게 했을 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다 노력까지 더한다면 감동할 것이다.
이번 품질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했다. 바닥에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 이상의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납기를 지켜 주었다. 발로 뛴 것이다. 물건을 받아 든 담당자는 흡족해 했다.
2020-09-1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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