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십자가 목거리
공영방송 저녁 메인뉴스 시간에 본 것이다. 앵커는 디지털감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본다고 하며 모대 여교수를 초대했다.
순간 십자가 목거리를 떠올렸다. 이전에도 방송 출연할 때 십자가 목거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하고 있을까?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오늘따라 십자가 목걸이가 유난히 번들거렸다.
여교수는 디지털교도소에 대하여 전문가로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독 십자가 목거리만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왜 공영방송에 그것도 전국민이 시청하고 있는 아홉시 메인뉴스에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나왔을까?
십자가 목걸이를 보자 착잡했다. 종교적 신념을 꼭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것일까?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도하려는 것일까? 꼭 이렇게 티를 내야 하는 것일까? 기독교인이 보기에는 보기 좋을지 모르나 불교인이 보기에는 불편하다. 그것도 대단히 불편하다. 마치 무시당하는 것 같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방송에서 십자가 목걸이 한 것은 무례한 짓이다. 전국민이 보고 있는 아홉시 메인뉴스 시간에 버젓이 십자가 목걸이를 차고 나왔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평소 십자가 목걸이를 차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은 다르다 그럼에도 공중파 방송에서 나 보란듯이 차고 나왔다는 것은 “나는 너희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여교수의 십자가 목걸이는 자만의 상징이다. 우월적 자만을 말한다. 마치 뺏지 다는 것과 같다. 뺏지를 자아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과 같다. 또 완장차는 것과 같다. 완장차면 안하무인이 된다.
상식이 있고 예의가 있다면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 보란듯이 떡하니 십자가 목걸이 하고 나왔을 때 몰상식하고 몰염치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로 인하여 교회가 지탄받고 있다.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집단이 되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어떤 가게에서는 “교회 다닌 사람 출입금지”라는 팻말까지 붙었다. 언제 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다.
십자가는 교회의 상징이다. 그녀의 십자가 목걸이에서 교회를 보고 기독교를 본다. 그녀의 십자가 목걸이에서 자만을 보고, 몰상식을 보고, 몰염치를 보고, 무례를 보고, 독선을 보고, 배타를 본다. 그녀의 십자가 목걸이는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2020-09-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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