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햇살 가득 빛나는 아침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0. 9. 13. 08:13

 

햇살 가득 빛나는 아침에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상쾌하고 쾌적한 아침이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아지트로 달려 갔다. 일곱 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부리나케 가서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다. 다만 오늘도 의무적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숙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간다. 혼자 쓰는 사무실은 자신만의 공간이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다. 주말이라고 하여 집에만 있지 않는다. 일단 사무실에 나와서 오전 일과를 보고 난 다음 집에 간다.

 

오늘 아침은 살 만하다. 어제는 비가 내리는 둥 마는 둥 잔뜩 찌뿌린 날씨였다. 대개 비 온 다음 날 아침은 맑고 쾌청하다. 오늘 아침이 그렇다. 찬란한 아침 햇살에 식물 잎이 빛난다.

 

 

아침밥은 삼각김밥으로 해결한다. 아침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이다. 아침을 준비하고 차리고 먹는데 한시간 보내면 손해보는 듯한 느낌이다.

 

일터에 도착하면 먼저 편의점으로 간다. 한 개 천원 하는 삼각김밥을 산다. 자주 사 먹다 보니 찾는 것만 찾게 된다. 이름하여 참치마요삼각김밥이다. 이것 하나 먹으면 점심 때까지 든든하다.

 

일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원두커피를 말한다. 나무로 된 작은 손절구로 만든다. 원두를 작은 절구에 넣고 나무 공이를 쳐서 가루를 내서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절구커피라 해야 할 것이다.

 

 

삼감김밥과 절구커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다음 일정은 당연히 글쓰기이다. 어제 생각해 놓았던 것, 오늘 아침 샤워하면서 떠 올랐던 것이 대상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사무실은 고요하다. 가끔 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명상공간에서 조용히 행선을 해 본다. 열보가량 되는 경행대이지만 발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잡념이 사라진다.

 

 

주로 6단계 행선을 한다. 발을 들어서 올리고, 올린 발을 밀어서 내린다. 내린 발은 바닥에 디디고 이어서 누른다. 이렇게 듦, 올림, 나감, 내림, 닿음, 누름이라는 6단계 행선할 때 명칭을 붙여서 하면 그 순간만큼은 번뇌에서 해방된다.

 

사무실은 일하는 공간과 명상하는 공간, 그리고 창고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칸막이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가운데 있는 명상공간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신성한 공간에 들어선 것 같다.

 

한발 한발 행선하다 보면 자신이 고귀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더구나 앉아서 좌선하면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다. 명상하는 그 순간만큼은 고귀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일까 명상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을 것이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떴다. 어제 구질구질 했던 날씨는 지나갔다. 하루 밤 자고 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 힘들다고 하여 절망할 필요 없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른다.

 

파도가 계속 몰아치지만 저 파도에 무엇이 실려 올지 모른다. 그것은 절망일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다. 힘들 땐 쉬어 가면 된다. 한숨 자고 나면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다. 햇살 가득한 빛나는 아침이다.

 

 

2020-09-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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