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절반의 성공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5. 09:01

절반의 성공

 

 

자동차 스프레이 작업을 했다. 벼르고 벼르던 작업이다. 상처부위를 볼 때마다 늘 언짢았는데 휴일을 맞이하여 날 잡아 작업한 것이다.

 

상처가 깊게 패였다. 기둥에 긁힌 것이다. 타워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하여 핸들을 과도하게 꺽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한마디로 만용을 부린 것이다.

 

주차할 때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꺽고 다시 한번 왼쪽으로 꺽으면 한번에 주차장에 들어간다. 남이 하는 것 보고서 따라 해 본 것이다. 처음 성공하자 자주 시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둥을 피하여 과도하게 꺽었을 때 조금만 벗어나도 벽에 긁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능숙하게 꺽었다. 그러나 그날 따라 계산을 잘못했다. 좀 더 거리를 두고 꺽어야 했으나 가까이서 꺽는 바람에 기둥벽에 긁히고 만 것이다.

 

긁힌 자국을 보니 처참했다. 뒷문짝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특히 문 여는 부위가 심하게 긁혔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녹슬 것임에 틀림없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자동차 수리점에 문의해 보니 문짝을 갈고 덴트처리하는데 삼십만원 이상 들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점에서는 사오십만원 이야기했다. 이른바 야매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10개월 흘렀다. 그 사이에 상처 난 부위가 벌겋게 녹슬었다. 외관상 보기도 좋지 않았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했다. 2주전 우연히 대형마트 자동차용품 파는 곳에서 스프레이를 발견했다. 차종에 맞는 스프레이를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모닝(Morning) 차종의 색상은 크림베이지색이다.

 

인터넷으로 도료 스프레이와 투명 스프레이를 주문했다. 배송비 포함해서 2만원 이내이다. 마침내 휴일을 맞이하여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작업했다.

 

녹슨부위를 스프레이했다. 녹슨부위가 분사되는 페인트에 먹어 들어가자 통쾌했다. 뿌듯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것이 한방에 날아 간 듯하다.

 

 

색상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마치 얼룩진 것처럼 보인다. 같은 크림베이지색임에도 막상 스프레이 해 보니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녹슨 채로 내버려 두는 것보다 백번, 천번 낫다. 절반의 성공이다.

 

자만하면 사고가 난다. 자신만만 했을 때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반드시 손실로 이어진다. 우월의식이든, 동등의식이든, 열등의식이든 자만에 가득 찬 자는 사고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재주만 믿고 과도한 액션을 했을 때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그랬다. 운전실력을 믿고 과도한 액션을 취하다가 딱 걸린 것이다.

 

댓가는 컸다. 자동차의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자동차를 골동품 다루듯이 했어야 했다. 이후 조심운전하고 있다.

 

 

상처가 나면 치료해야 한다. 고장나면 고쳐야 한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 가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자동차 도색을 하고 펴는데 사오십만원 든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늘 화두처럼 어떻게 하면 자동차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했는데 오늘 해결한 것이다. 큰 돈 들이지 않았지만 처음 작업하다 보니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는 생각이 든다. 얼룩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낫다. 절반의 성공이다.

 

 

2020-10-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