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자연의 일부가 되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26. 07:49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날씨가 쌀쌀하기는 하지만 이런 날이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이다.

 

토요일 정오가 되기 전에 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늘 그렇듯이 고래바위계곡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관양계곡이라고 한다. 수도군단사령부 입구에 있는 내비산산림욕장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된다.

 

먹을 것을 준비했다. 밥 조금 남아 있는 것과 김치를 준비했다. 도중에 김밥을 샀다. 치즈말이 김밥으로 3,500원이다. 또 하나 산 것은 돈까스이다. 산림욕장 입구에 있는 산마을주막에서 산 것이다. 하나에 8,000원 짜리이다.

 

 

산마을주막은 식당이다. 흔히 등산로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있는 주점을 말한다. 내비산동에 있는 것으로 본채와 별채가 있다. 이곳은 별채이다. 이곳을 알게 된 것은 20년도 넘는다.

 

별채 내부를 보면 식혜를 떠 마실 수 있게 해 놓았다. 작은 페트병에 담았다. 바로 옆 항아리를 보니 동동주를 떠 마실 수 있게 해 놓았다. 순간 강한 음주충동을 느꼈다.

 

 

한잔 정도는 마실 수도 있다. 떠 갈 수도 있다. 한병 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일 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산행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방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 두었다.

 

소량이라도 음주를 하게 되면 불음주계를 어기는 것이 된다. 이런 경우 계를 파한 것이 되기 때문에 다시 받아 지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청정한 자연속에서 취기가 있는 상태로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세속에서의 때를 산에 \까지 가져 갈 수 없는 것이다.

 

산림욕장 입구에서 떡과 도토리묵을 샀다. 가판대에서 할머니가 파는 것이다. 이 가판대는 칠팔년 된 것 같다. 매주 주말이면 볼 수 있다. 쑥떡을 샀다. 흔히 말하는 개떡이다.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도토리묵도 직접 만든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도토리묵을 먹을 수 있겠다.

 

일주일에 한번은 산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산행하면 격한 운동이 된다. 일주일 못했던 운동을 한꺼번에 하는 것 같다. 숨을 헐떡이며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날씨가 쌀쌀하다. 음지보다 양지가 좋은 계절이 되었다. 계곡에는 서서히 단풍이 들고 있다. 계곡 남사면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먹을 것을 펼쳐 놓았다. 재벌밥상 부럽지 않다. 무엇보다 김치가 그렇다. 명품김치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도 김치를 담근 적이 없다. 늘 가져다 먹었다. 팔팔년 이후 지금까지 처가에서 가져다 먹은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김치에는 독특한 맛이 있다. 남도김치는 짜고 매운 것이 특징이지만 장모님표 김치는 독특한 젖갈냄새가 난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등 온갖 김치를 사시사철 가져다 먹는다. 모두 무상이다. 김치를 만들어 자식들에게 주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김치에는 온갖양념이 들어가 있다. 배를 갈아서 양념으로 한 것도 있다. 이것을 포천김치라 해야 할까? 이제까지 먹어 본 김치 중에 이만한 맛이 없는 것 같다. 가히 명품김치라 할 만하다.

 

바람이 분다. 은폐와 엄폐가 되는 바위 사이에 자리 잡았다. 바람이 비껴 가는 곳이다. 햇살이 따사롭다. 이대로 잠시 멈추어 보고자 한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소나무 잎파리가 햇살에 빛난다.

 

 

2020-10-2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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