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단호박이 아니라 왜 밤호박이라고 하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6. 20. 07:42

단호박이 아니라 왜 밤호박이라고 하는가?


해남에 특산품이 있다. 그것은 밤호박과 꿀고구마이다. 이것만 있는 줄 알았다. 친구는 동배추도 있다고 했다. 서리 맞은 겨울배추룰 말한다. 동배추야말로 진정한 해남 특산품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밤호박철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밤호박을 맛볼 수 있다. 친구네 황토농장에도 밤호박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어제 6 18일 점심 때 친구네 집에 갔었다. 해남 산이면에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귀촌한 대학 동기를 말한다. 거의 십년 전에 고향에 정착해서 농사지으며 흙과 함께 살고 있다. 이번에 겸사겸사해서 해남까지 가게 되었다.

목포대교를 지나 해남 땅에 들어서면 독특한 자연풍광을 접하게 된다.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구릉지대가 펼쳐 지는 것이다. 구릉대여서일까 거의 대부분 밭이다. 그것도 시뻘건 황토밭이다.

 


저 멀리 아스라이 산이 보인다. 좌우로는 바다가 보인다. 대지는 탁 트여 있다. 산과 바다와 하늘과 구름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때로 이런 풍광이 황량해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다. 시속 60키로 이상 80키로 속도로 달려도 끝없이 구릉지대만 계속 된다. 산이면은 이국적 풍광이다.

마침내 친구네 집에 도착했다. 백색의 작은 집이다. 동화속 그림 같은 집이다. 친구 부부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지금은 밤호박철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시즌이 되었다. 집 뒤에 있는 밭으로 가 보았다. 밤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나에는 모두가 돈으로 보인다. 돈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 같았다. 농부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친구는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을 준비했다. 향토색 짙은 소박한 밥상이다. 김치, 고추, 명이, 깻잎, 나물 등 황토밭에서 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음식도 있다. 손님을 위해서 병어회를 준비한 것이다. 뼈 채로 먹기 때문에 씹는 맛이 난다. 디저트로 밤호박을 먹었다.

 


해남 특산품 밤호박은 어떤 맛일까? 우리말로 '파근파근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퍽퍽허지도 않고 물컹물컹하지도 않은, 약간 달짝지근한 맛도 있다. 그래서 밤호박이라고 한다.

밤호박은 밤처럼 파근파근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있다. 그래서 해남에서는 단호박이라 하지 않고 밤호박이라고 말한다. 박스에도 밤호박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밤호박철이 되면 홍보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알리는 것이다. 밤호박철이 되면 스스로 홍보 글을 쓴다. 친구 입장에서는 고마울 것이다. 그러나 글 쓰는 자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다.

지금은 밤호박철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홍보 글을 보지 않으면 제철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홍보 글이 나갔을 때 그제서야 밤호박철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홍보 글이 나가면 주문량이 는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밤호박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밤호박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전에 주문해서 맛을 보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홍보 글을 써야 한다.

 


한번이라도 황토농장의 밤호박 맛을 본 사람들이 또다시 주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독특한 밤호박 맛을 잊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너무 아껴 먹는 것 같다.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해 두고 먹는 것이다. 친구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제철 음식이기 때문에 곧바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귀하게 여겨 아껴 먹지 말라는 것이다.

친구는 밤호박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그것은 열매관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한주에 많은 열매가 열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밤호박 특유의 파근파근하고 달찍지근한 밤호박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맛은 마트에서 파는 단호박 맛하고 확실히 차별화 되는 것이다.

 


이제 밤호박 철이 되었다. 친구는 첫 수확품을 주었다. 귀하고 귀한 해남 특산품이다. 이맘 때 맛볼 수 있는 제철 웰빙 음식이다. 4키로 한박스 택배비 포함 3만원이다. 두박스는 5천원 할인 되어서 5 5천원이다. 진금선 황토농장 010-8269-7230으로 전화 걸면 서로서로 좋은 것이다.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농산물을 직거래 하면 농촌돕기가 된다. 마트에서 사면 상인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지만 직거래 하면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그러나 무엇보다 품질이다.

 


글을 쓸 때 날자와 함께 서명한다.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황토농장 특산품 역시 이름을 걸고 판매한다. 품질에 대한 무한책임이다. 그것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 마트에서는 단호박이라고 하지만 황토농장에서는 밤호박이라고 한다. 그래서 맛을 아는 자들이 또 찾는다. 밤호박철이 시작되었다.


2022-06-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