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경전 보기를 방석보듯 하는 전직 승려

경전 보기를 방석보듯 하는 전직 승려 어느 전직 스님이 글을 올렸다. 자신이 스님이었을 때 이야기를 에스엔에스에 쓴 것이다. 경전에 대한 것이다. 어느날 작업을 하는데 경전을 깔고 앉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전에 대하여 단지 책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뗏목의 비유를 말했다. 신심있는 불교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뗏목의 비유를 말한다. 뗏목은 강을 건넜으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불살라 버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에서는 불살라 버려도 된다고 말한다. 전에 스님이었던 그 사람도 그렇게 말했다. 땔감이 없으면 연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선불교는 호방한 것 같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말한다. 이 정도가 되면 아버지도 죽일 수가 있고 어머니도 죽..

수행기 2021.12.26

사띠는 아무리 강조해도

사띠는 아무리 강조해도 글쓰기와 게송암송, 그리고 좌선은 일상이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허무가 엄습한다. 감각의 노예가 되기 쉽다.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글쓰기는 의무적이다. 매일 장문의 글을 쓴다. 요즘에는 편안한 자세로 엄지로 쓴다. 생각한 것을 엄지로 치다 보면 화면에 팍팍 꼽힌다. 두 시간가량 몰입하다 보면 A4로 세 쪽 분량의 글이 완성된다. 페이스북에 먼저 공유하고 동시에 블로그에도 올린다. 블로그는 나의 글 창고와도 같다. 어느 글이든지 한번 써 놓으면 버리지 않는다. 나의 삶의 역사가 담겨 있다. 나중에 글을 모아 엮으면 책이 된다. 현재 과거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일거리를 만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고 가치 있는 일거리이다.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은 ..

수행기 2021.11.12

나이 75세까지를 한계로 정해보지만

나이 75세까지를 한계로 정해보지만 유행가중에 좋아 하는 노래가 있다.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다. 멜로디가 좋아서 즐겨 듣기도 하지만 늘 기억에 남는 노래가사가 있다. 그것은 "이렇게 다시 후회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 속에 방황하지 않았을텐데"라는 말이다. 유행가는 사랑의 실연을 노래한 것이다. 노래가사에는 반드시 실연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절절히 담겨있다. 그것은 현재 방황으로 나타난다. 흔히 방황한다고 말한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 연상된다. 사전적 의미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wandering이다. 유행가는 방황을 노래하고 있다. 실연에 의한 방황이다. 실연이 시련이 되어서 고통받고 있는 자신..

수행기 2021.10.31

나에게도 깨달음의 기연(機緣)은 있을까?

나에게도 깨달음의 기연(機緣)은 있을까? 고요한 새벽이다. 아파트가 왕복 8차선 대로변에 위치해 있지만 새벽만큼은 조용하다. 새벽에 차가 적게 다니는 이유도 있지만 아파트 이중창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어지간한 소음은 차단 된다. 새벽에는 산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것은 고요때문이다. 주변도 고요하지만 육근도 청정하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아무것도 접한 것이 없을 때 안근청정 이근청정이라 해야 할 것이다. 육근이 청정할 때 행복을 느낀다. 이는 다름아닌 고요함이다. 새벽고요는 행복중의 행복이다. 이는 오온의 생멸이 그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상게에서 "에상 뷰빠사모 수코(esaṃ vūpasamo sukho)"라고 했을 것이다. 한자어로 '적멸위락(寂滅爲樂)'이다. 오온의 생멸이 그치는 것에 대..

수행기 2021.10.28

흔들릴 때마다 앉아야

흔들릴 때마다 앉아야 조용한 일요일 아침이다. 북동향 창 밖에서 햇살이 비친다. 이제 추분이 지났으므로 잠깐 비치고 말 것이다. 아지트 불을 껐다. 사무실을 아지트라고 부른다. 암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암자처럼 고요하기 때문이다. 일인 아지트에는 나홀로 앉아 있다. 아지트에는 온갖 식물로 가득하다. 화분이 이십 개가 넘는다. 물만 주어도 잘 자라는 열대식물이 대부분이다. 북동향 창문에는 아침햇살로 가득하다. 아침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부터 뉴스를 볼 수 없다. 유튜브 시사 영상을 보는 순간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격정에 사로 잡히게 된다. 아침에는 가능하면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일터에 나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미우이 음악을 트는 것이다. 라따나숫따, 자야망갈라가타, 멧따숫따 등을 메들리..

수행기 2021.09.26

나는 매일매일 종(鐘)친다

나는 매일매일 종(鐘)친다 요즘 자꾸 유튜브만 찾는다. 마음은 늘 유튜브에 가 있다. 윤석열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진행됨에 따라 관련된 영상을 추적한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마음을 잡아야 한다. 유튜브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제공되는 영상을 쫓아 가다 보면 몸도 마음도 피곤해진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유튜브 시청을 중단하고 자리에 앉아야 한다. 사무실 불을 껐다. 약간 어두침침하다. 창이 북동향이기 때문에 그렇다. 명상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형광등을 켜 놓아서 대낮처럼 밝게 해 놓는 것보다는 자연채광이 더 좋다. 명상공간에서 행선을 했다. 바로 앉기 보다는 행선을 하다 앉으면 더 효과적이다. 이는 경전에도 있는 말이다. 경전에서는 “경행이 목표로 하는 집중을 오래 유지시킨다. ..

수행기 2021.09.15

안양의 진산(鎭山) 수리산 관모봉에서

안양의 진산(鎭山) 수리산 관모봉에서 일요일 정오 전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다리 운동을 하기로 했다. 등산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산길을 너댓시간 빡세게 걸으면 최고의 운동이 된다. 비산사거리에서 11-2번 버스를 타고 만안구청 정류소에서 내렸다. 늘 다니는 길이다. 집에서 사무실 갈 때 이렇게 간다. 수리산은 안양의 진산(鎭山)이다. 예로부터 진산은 도읍이나 성시의 뒤에 있는 큰산을 일컫는 말이다. 주산이라고도 한다. 진산은 오늘날 랜드마크와도 같다. 사방 어디서든지 보이기 때문이다. 진산은 일종의 수호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진산에서 고을의 안녕을 위해 제사지냈다고 한다. 안양은 서쪽으로는 수리산이 있고 북쪽으로는 관악산, 동쪽으로는 청계산, 남쪽으로는 모락산이 있다. 이 중에서 안양과 가장 가..

수행기 2021.09.12

찰나찰나 사무치도록

찰나찰나 사무치도록 요가 매트에 앉는다. 엉덩이에는 자동차 시트용 매트를 받친다. 다리는 평좌를 한다. 보통 오른쪽 다리를 바깥으로 하지만 요즘은 반대로 왼쪽다리를 바깥으로 한다. 오른쪽 다리를 바깥으로 했을 때 통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통증 하나 극복하지 못한 초보수행자이다. 아직까지 한시간 앉아 있기도 힘들다. 이런 것을 수행기라 하여 글로 써서 올렸더니 약점이 되었다. 어느 스님은 글을 비난할 때 “한시간도 못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수행기를 올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어느 스님은 수행기를 올리지 말라고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에스앤에스(SNS)에서 스님들의 이야기를 보면 수행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일상에서 일어나는 ..

수행기 2021.08.31

내가 잠 못이루는 것은

내가 잠 못이루는 것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오늘도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새벽에 깨어 잠이 오지 않을 때 스마트폰 자판을 치다 보면 아침 6시가 되기 일쑤이다. 이렇게 하고 나면 하루가 피곤하다. 낮에 비몽사몽간에 보낼 수 있다. 가능하면 새벽글쓰기는 지양한다. 잠은 잠이 와야 잠을 자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청한다고 잠이 오는 것은 아니다. 믿음도 그렇다. 믿겨야 믿는 것이다. 믿기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 믿음이 가면 믿지 말라고 해도 믿는다. 깨달음도 그렇지 않을까? 명상 할 때 잘 하려고 하면 잘 안된다.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을 놓아 버렸을 때 잘 된다. 이를 포기의 마음이라 해야 할까? 잠자는 것도 그렇다. 잠자기를 포기했을 때 잠이 올 수 있다. 어떤 마음인가? "잠이 ..

수행기 2021.08.31

마음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면

마음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면 마음은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울었다가 웃는 것처럼 마치 어린 아이 마음같다. 변화무쌍한 마음에 마음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테라가타에 이런 게송이 있다. “원숭이여, 멈춰라. 달리지 말라. 예전처럼 그것은 그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대는 지혜로 제어되었으니 여기서 결코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Thag.126) 발리야 장로가 읊은 게송이다. 장로는 마음을 원숭이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왜 그런가? 마음은 잠시도 가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유기에 원숭이 손오공이 나온다. 온갖 도술을 부리지만 자기파멸적이다. 천상계까지 휘젓고 다니다가 결국 부처님에게 갇히게 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재주는 있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을 때 파멸됨을 말한다. 원숭..

수행기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