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산행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은

산행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은 지금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다. 고래바위계곡이다.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있다. 관양계곡이라고도 한다. 관악산 비밀계곡이다. 오늘 비밀계곡, 관양계곡, 고래바위계곡을 찾았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무더위에 계곡보다 좋은 곳이 없다. 집에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것보다 천배만배 낫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집에서 5626번 버스를 타고 내비산 종점에서 내려 30분 올라가면 된다. 무더운 날씨이다. 더운 날씨에는 집에서 가만 있는 게 좋다. 그러면 병 날것 같다.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산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이끌고 산행에 나섰다. 고래바위계곡으로. 땀이 비오듯 하다. 얼굴에도 주룩주룩 흐르고 가슴에도 주룩주룩이다. 가야 할 길은 멀다. 이럴 때 앞을 쳐다..

수행기 2022.08.07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지금 시각 새벽 3시 54분이다. 이제 막 행선을 마치고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지상에서 가장 편한 나만의 자세이다. 머리를 벽에 기대고 누워 있는 자세를 말한다. 반쯤 상체는 세워져 있다. 그 상태에서 스마트폰 자판을 친다. 새벽 2시에 일어났다. 너무 이른 시간이다. 어떤 이는 잠들려 할 시간이다. 날씨가 후텁지근하다. 열대의 밤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안팍으로 시원하게 해야 한다. 에어컨을 가동했다. 에어컨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잠은 달아 났다. 습도가 있어서 불쾌한 느낌이다. 에어컨 바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샤워 하기로 했다. 샤워를 하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의 때가 있다. 어제 일로 인하여 불쾌한 감정에 지배 ..

수행기 2022.07.27

나는 언제나 욕망에서 해방되는 삶을

나는 언제나 욕망에서 해방되는 삶을 새벽시간을 사랑한다. 흙탕물이 정화된 것 같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는다. 일상을 살다보면 마음이 오염된다. 저녁에 어둠이 깔리면 혼탁한 마음이 된다. 보상심리가 발동되어 욕망을 충족하는 삶을 살게 된다. 악마의 영역안에 있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몸에 대한 새김을 닦고 익히지 않으면 악마가 그 기회를 얻고 악마가 그 대상을 얻는다."(M119) 맛지마니까야 '몸에 대한 새김의 경'(M119)에 실려 있는 말이다. 몸에 대한 새김은 몸관찰하는 것이다. 신, 수, 심, 법 사념처에서 신념처에 대한 것이다. 잠시라도 사띠하지 않으면 마음은 악하고 불건전한 대상에 가 있음을 말한다. 오후가 되면 나른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집중도 되지 않고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수면의..

수행기 2022.07.23

침을 침으로 닦으려 한다면

침을 침으로 닦으려 한다면 오랜만에 자리에 앉아 본다. 역시 잘 안된다. 10분 앉아 있기도 힘들다. 습관도 들이지 않은 것이고 집중도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온갖 망상이 일어난다.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사무실에 명상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바닥에 카페트를 깔고 그 위에 요가매트를 깔았다. 또 그 위에 두꺼운 방석을 놓았다. 준비는 잘 갖추어져 있다. 요즘은 앉아 있기 힘들다.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시간은 있다. 게을러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종종 앉아 본다. 현재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사람에 실망한 것이다. 신뢰가 깨졌다.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겉모습만 본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실망은 분노로 나타난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행기 2022.07.09

나는 언제나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새벽은 명경지수와 같다. 물이 잔잔하면 자신의 얼굴도 비칠뿐만아니라 바닥도 보인다.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없을까? 사람은 대상에 휘둘린다. 마음은 단속을 하지 않으면 늘 대상에 가 있다. 감각적 욕망의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시각의 대상, 청각의 대상 등 오욕락을 말한다. 대상에 휘들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대상을 거머쥐고자 한다. 탐욕이다. 대상을 밀쳐내고자 한다. 분노이다. 즐거운 느낌이 일어나면 거머쥐고자 하고 괴로운 느낌이 일어나면 밀쳐내고자 한다. 사람들은 탐욕과 성냄으로 살아간다. 욕망의 마음이 일어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마음은 대상에 가 있다. 대상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대상을 소유하고자 한다. 욕망을 채우고자 ..

수행기 2022.07.06

암송의 새로운 발견

암송의 새로운 발견 열대의 밤이다. 살기 힘든 계절이 되었다. 에어컨을 가동해 보지만 그때뿐이다. 숨이 턱턱 막히고 찐득찐득하고 불쾌한 열대의 밤에 잠을 못 이룬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앉았다.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것이다. 어제 저녁 늦게 부터 편두통이 왔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편두통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하던 것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편두통이 시작되면 타이레놀에 의지 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타이레놀에 의지하여 시간 보내다 보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쉬는 것이다. 눈을 ..

수행기 2022.07.05

앎(知)만 있고 봄(見)은 없는 지식인들

앎(知)만 있고 봄(見)은 없는 지식인들 오늘 새벽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밥만 먹고 살다가 갈순 없다고.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것이 무었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해탈과 열반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히루해가 짧다. 아침인가 싶으면 저녁이다. 하루가 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안가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인가? 갇혀 있는 사람이다. 아무 하는 일없이 밥만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밤은 길 것이다. "밤이 너무 길어." 이 말은 이번에 고향 내려 가서 들은 말이다. 부산에 사는 사촌 큰형님과 방에서 함께 잤는데 아침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나이가 거의 20년 차이가 난다. 백부의 장형이다. 작고한 어머니와 동갑이다. 큰형님은 왜 밤이 길다고 했을까? 자도 자도 어둡기만 할 때 ..

수행기 2022.06.23

암송하며 걷다 보면

암송하며 걷다 보면 요즘 날씨가 좋다. 오월의 날씨에는 걷기에도 좋다. 이른 아침 걸어서 일터로 향했다. 이십여분 걸린다.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도 있다. 주변도 둘러보고 잡생각도 하면서 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써 외운 경을 암송하기로 했다. 빠다나경을 암송하면서 걸었다. 암송하며 걷다 보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게송이 이십오개나 되고 천자가 훨씬 넘는 경을 머리속에서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뒷짐 지면서 나지막이 소리 내며 암송한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두 가지로 볼 것이다. 이상한 사람 아니면 무언가 있어 보이는 사람일 것이다. 어떻게 긴 경을 암송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외워 보면 알 수 있다. 게송 첫단어만 떠오르면 다음은 자동으로 달려 나온다. 수십번,..

수행기 2022.05.23

윤회에서 두려움을 본다면 누구나 수행승(bhikkhu)

윤회에서 두려움을 본다면 누구나 수행승(bhikkhu) 새벽 1시 반, 참으로 어중간한 시간이다. 잠에서 깨었는데 더 자기도 그렇고 무엇을 하기도 그렇다. 멍때리고 있기 쉬운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잠으로 보낼 수 없다. 잠은 꼭 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잠은 잠이 와야 자는 것이다. 일어나서 경행을 했다. 한발한발 떼며 움직임을 관찰했다. 행선은 정신과 물질, 그리고 원인과 결과를 관찰하기에 좋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벽 2시가 되었다. 잠은 달아났다. 무엇을 해야 할까? 잠을 청하기 위해 멍때리기할 필요 없다. 경전을 보고자 했다. 머리맡 맛지마니까야를 말한다. 머리맡에 있어서 틈만 나면 읽어 보는 경전이다. 맛지마니까야를 ..

수행기 2022.05.17

감각적 욕망에는 허물이 없다는데

감각적 욕망에는 허물이 없다는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잠시라도 사띠하지 않으면 마음은 대상에 가 있다. 악하고 불건전한 것이기 쉽다. 수행자라면 매순간 사띠해야 한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수행 중의 사띠와 일상에서 사띠가 있다. 전자는 사띠의 대상에 마음을 묶어 두는 것을 말한다. 몸관찰 하는 것이라면 호흡이라는 기둥에 마음을 묶어 둔다. 밧줄 길이만큼 범위가 한정될 것이다. 후자는 기억하는 것이다. 수행경험을 기억하거나 경전문구를 새기는 것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사띠가 생활화되어야 한다. 늘 가르침을 기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르침을 새겨야 할 것이다. 좋은 문구가 있으면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황에 맞는 가르침을..

수행기 202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