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385

포살일에 저녁을 굶어 보니

포살일 저녁을 굶어 보니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48분이다. 빠다나경을 암송하고 나서 스마트폰을 본 것이다. 정진의 경(빠다나경, Sn.3.2) 25게송을 암송하는데 30분가량 걸린다. 암송이 끝나면 빠알리 원문을 점검한다.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대략 새벽 3시에 일어난 것 같다. 새벽 3시대라면 선원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새벽 4시에 첫 좌선이 있기 때문이다. 한시간 좌선이 끝나면 새벽예불이 있다. 이때 팔계를 받아 지닌다. 선원에서 살기 위한 하루낮하루밤 계에 해당된다. 미얀마 선원과 한국 선원에서 체험한 것이다. 선원에서 하루일과는 수행승과 다를 것이 없다. 재가자가 새벽에 팔계를 받아 지녔다는 것은 오늘 하루만큼은 스님처럼 살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팔계에서 ..

수행기 2022.04.17

내면의 목욕과 내면의 제사

내면의 목욕과 내면의 제사 피곤한 심신, 더럽혀진 심신을 어떻게 하면 깨끗이 할 수 있을까? 음주를 하는 등 오계를 어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일차적인 방법은 샤워하는 것이다. 산행후에 땀에 절은 몸을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나면 산뜻한 가분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겉에 대한 것이다. 속도 씻어 내야 한다. 속이 불편할 때 그렇다. 뜨거운 물에 꿀을 타 먹으면 좋다. 어제는 꿀이 없어서 생강청을 마셨다. 갈증이 나서 머그잔으로 세 차례 마셨다.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속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몸을 안팍으로 세척했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하니 더 세척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정신에 대한 것이다. 오계를 어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세탁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게는 경을 암송하는..

수행기 2022.04.11

내가 성악설(性惡說)을 믿는 것은

내가 성악설(性惡說)을 믿는 것은 가만 있기가 힘들다. 마음은 늘 대상을 지향하기 때문에 어디에든지 가 있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마음에 대하여 "원하는 곳에는 어디든 내려앉는 제어하기 어렵고 경망한 마음"(Dhp.35)이라고 했다. 마음은 경망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마음이 불선한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마음은 제어의 대상이다. 어떤 깨끗한 마음이 있어서 더러워진 마음을 닦는 다기 보다는 제어하고 다스려야 할 대상이다. "원하는 곳에는 어디든 내려앉는 제어하기 어렵고 경망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훌륭하니 마음이 다스려지면, 안락을 가져온다. (Dhp.35) 마음은 대상을 지향한다. 대상은 형상이 될 수도 있고 소리가 될 수도 있다. 가만 있으면 정신(mano)에 지향된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흘러..

수행기 2022.04.10

본수행에 앞서 왜 예비수행을 해야 하는가?

본수행에 앞서 왜 예비수행을 해야 하는가? 어제는 하루종일 일에 몰두했다. 급하지 않은 고객은 없는 것 같다. 오늘 일감을 주고서 내일 내놓으라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급해진다. 그 결과 밤에 나가서 하기도 했다. 나이 들어서 일을 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남들은 은퇴하여 남은 여생을 즐기고 있을 때 아직도 현업에 메여 있는 모습이다. 그런 한편 다행스럽기도 하다. 정년이 지난 나이임에도 일감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 아닐까? 그것은 아마도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일이 있으면 긴장된다. 실수를 하지 않고 잘 해야 된다는 중압감이다. 그러다 보니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나라도 잘못하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진다. 이렇게 노심초사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 잠을 잘 자..

수행기 2022.03.30

손가락 튕기는 순간 무상을 지각할 수 있다면

손가락 튕기는 순간 무상을 지각할 수 있다면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경우에는 게송 외우기만한 것이 없다. 도중에 깼을 때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 때 최상이다.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번뇌가 많은 경우도 있지만 심리적인 이유도 있다. 오지 않는 잠에 대해 억지로 자려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럴 경우 차라리 일어나는 것이 낫다. 일어나서 경행하는 것이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도중에 깼을 때는 잠자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게송을 외운다. 네 구절로 되어 있는 사구게를 말한다. 사구게 외우기는 어렵지 않다. 한구절은 세 단어에서 다섯 단어로 되어 있고 글자 수는 길어야 열 개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새벽 외운 게송의 첫 구절을 보면 "빠갈헷떼나..

수행기 2022.03.22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자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자 빠다나경(Sn.3.2) 열 게송을 외웠다. 우리말이 아니다 보니 잘 외워지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열 번 찍어서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했다. 자주 외우다 보면 외워진다. 아무리 긴 길이의 경이라도 한번 외우기로 마음먹으면 외워진다. 아직도 외워야 할 것이 많다. 빠다나경 25게송 중에서 이제 10게송 외웠을 뿐이다. 빠알리어 음과 우리말 뜻을 새기며 외우다 보니 천천히 외울 수밖에 없다. 오늘 새벽 1번부터 10번게송까지 확인하는데 30분 걸렸다. 경을 외울 때는 이전 게송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확인없이 새로운 게송을 외우게 되면 앞 게송 외운 것은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게송을 외울 때마다 시간은 점차 늘어지게 되어 있다. 마지막 게송 ..

수행기 2022.03.04

매일 내면의 제사를

매일 내면의 제사를 하루 일과가 바쁘다. 정신적으로 바쁜 것이다. 어쩌면 일을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우선 경 외우기에 바쁘다. 빠다나경(Sn3.2)을 말한다. 현재 여섯 게송을 외웠다. 모두 이십 오게송이니 아득하다. 그러나 수십번 되뇌이면 외워진다. 그것도 밤낮으로 해야 한다. 새벽에는 외웠으나 점심 때는 생각나지 않는다. 점심 때 다시 한번 외운다. 저녁에 확인하면 그제야 다 외워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전에 외운 게송들을 확인해야 한다. 눈을 감고 첫 게송부터 암송한다. 눈을 감아야 로마자 알파벳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구게이므로 공간적 감각도 있어야 한다. 또한 스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 게송의 줄거리를 떠 올려야 한다. 경 외우기는 이해 차원이 아니다. 읽어서 이해하는 것 이상이다...

수행기 2022.02.15

시각이 나를 속일지라도

시각이 나를 속일지라도 행운목이 천정을 쳤다. 한번 커팅 했는데 그 자리에서 또 자라나 천정을 친 것이다. 행운목과 함께 또 다른 열대식물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각이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까?”라고. 사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식물도 역시 그 자리에 있다. 사물과 식물이 다른 점은 생명의 유무이다. 식물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지만 눈치 채지 못한다. 어느 날 바라보면 상당히 자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물은 그 자리에 있지 않다.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움직이고는 있지만 사라져 소멸되어 버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

수행기 2022.02.07

행선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이야

행선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이야 행선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 몰랐다. 오늘 새벽 행선에서 새삼 발견한 사실이다. 보통 6단계 행선을 하지만 3단계로 해 보았다. 발을 올리고 밀어서 놓는 동작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를 보고자 했다. 6단계 행선을 하면 보아야 할 것이 많다. 각 단계별로 기억과 알아차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 보지 못한다. 그런데 2단계나 3단계 행선을 하면 한가지를 집중공략할 수 있다. 오늘 새벽 시도해 본 것은 ‘의도’와 ‘찰라멸’에 대한 것이다. 2단계와 3단계 행선에서 의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것은 발을 뗄 때 보는 것이다. 발을 뗄 "발을 뗌"하는 의도와 함께 발이 떼진다. 이렇게 한발, 한발 옮기다 보면 의도가 보인다. 오로지 의도 하나만 보는 것이다. 초보자가 모..

수행기 2022.01.31

몸과 마음을 극적 반전시키려면

몸과 마음을 극적 반전시키려면 몸이 찌뿌둥 하다. 마음도 개운치 않다. 잠을 잘 못 잔 것이다. 새벽에 깨어 다시 잠을 청하지만 자는 둥 마는 둥이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유튜브 수면유도음악을 들어 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잠을 잘 자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잠을 깨려고 해야 한다. 잠은 잠이 와야 자는 것이지 억지로 청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잠을 욕망으로 잘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암송과 행선을 해보기로 했다. 몸도 마음도 찌뿌둥할 때 기분전환을 해야 한다. 현재의 상태를 확바꾸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십년환을 먹었다. 집안에 있는 상비약이다. 서산 보광당에서 산 것이다. 약국에서 팔지 않는 비밀의 약이다. 십년환은..

수행기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