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살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아침이다. 눈을 뜨자 마자 집을 떠나야 한다.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김치국을 만들어 밥을 말아먹었다. 빠른 속도로 뚝딱 해치우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여섯 시 반이 조금 되지 않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일요일임에도 아지트로 나간다.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평화롭다. 벌써 내리 14년째이다. 그것도 같은 장소이다. 마치 산속의 암자처럼 고요한 곳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도심속의 은둔처라고 볼 수 있다. 절구커피를 만들었다. 원두를 20-30 알가량 넣고 절구질했다. 종이필터를 이용하여 내리면 세상에 가장 맛 좋은 커피가 된다. 마치 한약을 먹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일과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