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소유하니 애착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9. 25. 15:21

소유하니 애착이

 

 

소유하니 애착이 생기는 것 같다. 이사한지 한달 약간 넘었다. 오랜 세월, 20년 가까이 남의 집에서 살다가 내집을 가지게 되니 애착이 생긴 것 같다.

 

엘리베이터 표시판이 불에 심하게 그을렸다. 해당 층에 있는 엘이디(LED) 표지판이 불에 그을려 파손된 것이다. 어떤 연유로 파손됐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는 것이다. 내것이 아니라면 흉한 모습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것이라고 생각되었을 때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비록 두 가구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늘 언짢은 상태에서 탑승할 것이다.

 

 

이사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관리사무소로 갔다. 담당자에게 현상을 이야기하고 조치해달라고 했다.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 간 것에 대한 효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이 무시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났다. 여전히 불에 그을린 자국은 언짢아 보였다. 그들은 과연 약속을 지킬까? 한달이 지나도 조치하지 않은 것을 보니 다시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서 점검해 볼 생각이었다.

 

남들은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이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탑승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그을린 자국이 보기 싫을 뿐이다.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 같았다. 괜히 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독촉해 보고자 했다. 그런데 마침 오늘, 놀랍게도 표지판이 깨끗이 교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 주민의 사소한 민원도 잊지 않고 해결해 준 것이다. 이는 아파트관리를 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를 생각해서라도 관리가 된 듯하다. 단지에 파손된 채로 방치된 곳은 보이지 않는다. 꼼꼼히 손길이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나니 더욱 애착이 생기는 것 같다.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줍기도 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반듯이 놓여 있기를 바란다. 아파트 주변에 파손된 곳이 있으면 내것이 파손된 것처럼 언짢아진다. 이것도 소유개념에 따른 집착일까?

 

엘리베이터 엘이디 표지판이 깨끗하게 교체되었다. 마음도 산뜻해지는 것 같다. 내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나설 수 있을까? 아마 언짢아도 그대로 살았을 것이다. 소유하고 나니 비로서 주인의식이 생긴 것이다. 주인의식이 있어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사소한 것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대충대충하거나, 건성건성 넘어 간다면 엉망이 될 것이다.

 

인의식이 있어야 사회가 발전한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경계해야 하지만 공동체에 대한 주인의식은 장려되어야 한다. 거리에 떨어져 있는 휴지는 먼저 본 사람이 주어야 한다.

 

 

2020-09-2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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