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그의 글은 내것이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9. 08:44

그의 글은 내것이다


그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단다. 관심의 표현이다. 그러나 응답이 없다. 비난하는 내용도 아니고 비판하는 내용도 아니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간단히 좋아요추천 한방으로 처리할 수도 있으나 굳이 글을 단 것은 관심있다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혹시 그는 나를 싫어 하는 것은 아닐까? 글 다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그 사람은 남의 페이스북에 흔적 남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댓글은 고사하고 그 편한 좋아요추천 한방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일까? 오로지 자기자신만을 생각하며 누가 보거나 말거나 일단 쓰고 보는 것일까? 은근히 부아가 난다.

 


의무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하루 한개가 원칙이지만 요즘 두 개, 세 개도 올린다. 반드시 의미와 형식을 갖춘 글을 올리고자 한다. 오래된 글쓰기 습관이기도 하지만 읽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허접한 글, 읽어도 남지 않는 글을 올린다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쓴 글도 있고 컴퓨터로 쓴 글도 있다. 스마트폰 자판을 치면 시험 보는 것 같다. 아무런 자료 참고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 검색을 해 보지만 한정적이다. 이에 반하여 컴퓨터 자판을 때리면 오픈북 시험을 보는 것 같다. 이것저것 찾아보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는 의자를 돌려 경전을 열어 보기도 하고 검색하여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특히 빠알리사전을 본다.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것이다.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된 경이 주루룩 나오는데 추적해 가다 보면 책상 가득 경전이 펼쳐져 있다. 이렇게 글쓰기 삼매에 빠져 오전일과가 훌렁 지나가 버린다. 마침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리면 일시적으로 강한 쾌감을 느낀다. 어떤 글은 열 페이지가 넘는다. 그런데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댓글을 달아 공감한다. ‘좋아요추천을 잊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댓글을 달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접하기 때문에 이름이 친숙하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40년지기 친구보다 더 정겹다. 한번도 본 적이 없음에도 이런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것을 보면 따로 만나서 점심 한끼라도 사 주고 싶다. 이런 사람이 진짜친구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라고 했을 것이다. 페친, 페이스북친구를 말한다.

글에 공감하면 모두 친구가 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글에 대해 공감했다면, 그 글은 그 사람 것이라는 것이다.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추천 한방으로 그 사람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처럼 손쉽게 공덕짖는 행위가 어디 있을까?

공덕을 지으면 회향해야 한다.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공덕은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는 것이 공덕이다. 재산을 나누면 나눌수록 줄어 들지만 공덕은 정반대이다. 왜 그럴까? 정신적 재산이기 때문이다.

사무량심에 무디따(mudita)가 있다. 이는 기쁨또는 더불어 기뻐함이라고 번역된다. 한자어로 표현하면 '수희찬탄(隨喜讚嘆)’이 될 것이다. 남의 성공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는 마음이다. 과연 모두 다 그럴까? 대부분 시기하고 질투하기 쉽다. 왜 그런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취온적 존재로서 인간은 탐, , 치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남의 성공에 기뻐하기 보다는 시기질투하게 된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면 그는 된 사람이다. 선천적으로 선한 마음이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수행자라고 볼 수 있다.

좋으면 좋아요라고 공감하고, 슬프면 슬퍼요라고 공감하고, 화나면 화나요라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사무량심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자애, 연민, 기쁨의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평정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사무량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글을 열심히 올린다. 그러나 그 사람이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물론 바빠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1 365일 바쁘지는 않을 것이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바쁘지는 않을 것이다. 남의 글을 읽어 줄 시간도 없을까? ‘좋아요추천 한방 치기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의 글을 열심히 읽어 준다. 또 댓글을 달고 공감도 표현해 준다. 이 모든 행위는 그가 지은 공덕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좋아요추천 한방으로 힘 들지 않게 그가 지은 공덕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가 공감에 인색하건 말건 그가 쓴 글에 좋아요추천한다. 그의 글은 내것이다.


2021-01-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