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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량지 아침 물안개

세량지 아침 물안개  물안개를 보고자 했다. 아침 강이나 호수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를 말한다. 신비로울 것 같았다.물안개를 보기 위해서 강가 펜션에서 민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강 청평이 대표적이다. 화순에도 물안개 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한천자연휴양림에서 세량지로 차를 몰았다. 물안개를 보기 위해서는 가능한 일찍 출발해야 한다. 아침 일곱시 이전에 시동을 걸었다.물안개 피는 곳까지는 삼십분 걸린다. 오월 신록의 아침 햇살에 세상은 평화롭다. 큰길, 작은 길,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마침내 세량지 주차장에 도착했다.세량지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십분가량 걷자 제방이 나타났다. 평일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사람은 없다.    호수 저편에서 물안개를 보았다. 수증기처럼 안개가 피어 오른다. 뜨거운 물에..

국내여행 2024.05.16

증심사 천년철불의 미소

증심사 천년철불의 미소 들리는 것은 물소리 새소리뿐이다. 여기에 가느다란 염불소리. 눈으로는 천이백년된 철불의 신비한 미소. 증심사, 오보고 싶은 절이었다. 마침내 인연이 되었다. 어제 5월 13일 이박삼일 일정의 남도 순례길 첫날 방문했다. 무등의 능선이 경이롭다. 보면 볼수록 눈길 끈다. 평등해 보이는 능선이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평등능선에 높고 낮음의 차별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품이 넉넉한 산이다. 천리 먼 길 달려 비로전에 앉았다. 철불 상호의 자애로운 미소가 맞아 준다. 이 땅에 천년전에도 불교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어떤 불교를 믿고 있었을까? 조금 아는 자의 자만이 발동된다.     부처님오신날 특별가족기도, 플레카드에 쓰여진 글자가 거슬린다. 왜 기도라고..

왜 판단중지해야 하는가?

왜 판단중지해야 하는가?  매일 아침 글쓰기는 일상이다. 그런데 글 쓰기 전에 긴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글쓰기 18년 째이다. 거의 매일 아침 글을 쓴다. 이제 글은 일상이 되었고 생활이 되었다. 밥 먹는 것과 똑 같은 것이다. 그런데 하얀 여백을 대할 때마다 늘 긴장된다는 것이다.  가수가 무대에 오를 때 가수는 무대에 오를 때 긴장된다고 말한다. 같은 노래를 수천번 불렀어도 무대에 오르면 여전히 떨린다는 것이다. 아마 관객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그것은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매일 주제가 다르다. 글의 소재도 다르다. 똑 같은 글을 올려 놓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글은 창작..

종로는 외국인 이주민노동자들의 해방구, 2024년 우중의 연등축제

종로는 외국인 이주민노동자들의 해방구, 2024년 우중의 연등축제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다. 오월 신록의 공기는 싱그럽다. 살맛 나는 날씨이다. 늘 이런 축복받은 날씨만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일에 장애 업기 바라지 말라고 했다. 어제가 그랬다. 연등축제가 열리는 날에 비가 왔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늘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연등축제에 참관하기로 했다. 직접적인 동기는 법회모임의 거사가 참여하기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에 이미 참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연등축제에 참관한 것은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하고 나서부터의 일이다. 2005년 불교에 입문하고 나서 2007년부터 기록을 남겼다...

진흙속의연꽃 2024.05.12

폐기물 수거장에서 취득한 오단책장

폐기물 수거장에서 취득한 오단책장  요즘 유튜브를 보면 서재 화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뒷면에는 책장이 있다. 책장 안에는 수백권에 달하는 울긋불긋한 책이 채워져 있다. 줌모임 할 때도 볼 수 있다. 어느 번역가는 집에 책으로 가득하다. 서른 평 대의 아파트의 거실은 물론 서재, 작은 방에 이르기까지 책으로 가득했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 되었다. 서재에 책이 가득하면 무언가 ‘있어’ 보인다. 비록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어도 정신적으로는 부자처럼 보인다. 전집이 아니라 울긋불긋 단행본이라면 아마 읽어 보았을 것이다. 지식의 향연을 보는 것 같다. 백권당에도 책이 꽤 있다. 책장이 여섯 개 있다.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책이 너무 많아서 작년에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했다. 읽어 보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

진흙속의연꽃 2024.05.11

빈자일등(貧者一燈) 정신으로

빈자일등(貧者一燈) 정신으로  부처님오신날이 머지 않았다. 다음주 5월 15일은 사월초파일로 한국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이다. 그 다음주 5월 22일은 사월보름날로 테라와다불교의 ‘붓다데이’이다. 부처님오신날은 대승불교전통에 따른다. 오로지 탄생만을 기리는 것이다. 그러나 테라와다불교에서는 붓다데이라 하여 탄생뿐만아니라 성도와 열반, 이렇게 세 가지 사건도 함께 기린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공양을 했다. 부처님에게 올리는 공양이다. 이를 한자어로 ‘불공(佛供)’이라고 한다. 빠알리어로는 붓다뿌자(buddhapūjā)가 된다.  요즘 한국불자들은 기도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이는 절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능백일기도, 관음기도, 지장기도 등과 같이 기도가 따라 붙는다. 기도라는 말은..

진흙속의연꽃 2024.05.10

비산 안양천 물오리가족

비산 안양천 물오리가족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신록 우거진 초목만이 생명은 아니다. 유정중생에게도 생명의 계절이다.오늘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생태하천에서 물오리가족을 본 것이다. 귀가길 비산 안양천 징검다리에서 보았다. 물오리가족은 여덟이다. 이제 갓부화한 새끼는 일곱 마리이다. 징검다리를 건너 저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이다.저편은 잔잔한 호수와도 같다. 먹이가 더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새끼들은 징검다리의 거센물살을 건너지 못한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어떻게 도시의 하천에 물오리가 살게 되었을까? 때로 컬러풀한 청둥오리도 보인다. 흰색의 백로도 목격된다.   생태하천에는 갖가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어른 장딴지만한 물고기도 보인다. 이들 생명체는 어디서 왔을까?이 세상은 인간만이..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지금 시각 오전 7시 4분, 하얀 여백을 대하고 있다.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자판을 쳐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다. 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자판 치기에 달려 있다. 오늘 새벽 잠에서 깼을 때는 세 시대였다. 잠 자다가 자주 깨면 좋지 않다. 한번 잠이 깨면 잠들기 힘들다. 법정스님은 한번 깼으면 다시 잠들지 말라고 했다. 새벽에 밀린다팡하를 읽었다. 앞으로 한달 이내에 다 읽어야 한다. 교정본이다. 그럼에도 쓰기본능은 멈출 수 없다. 기억해 두고 싶은 문구를 새기고자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일등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일등이고 집에서 나오는 것도 일등이다. 백권당에 도착하는 것도 일등이다. 준비해 간..

담마의 거울 2024.05.09

126권 진흙속의연꽃 2021 II, 블로거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126권 진흙속의연꽃 2021 II, 블로거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얼마 만에 보는 햇살인가? 오늘 아침 햇살은 닷새 만인 것 같다. 지난주 토요일 이후 계속 비가 왔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찬란한 햇살이 도시를 비추고 있다. 햇살이 날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부지런한 주부, 현명한 주부는 빨래를 말리려 할 것이다. 나이든 노인들은 공원에서 햇볕을 쬐려 할 것이다. 햇살은 모두에게 활력을 제공한다. 비가 오고 나면 세상이 깨끗해진다. 햇살에 신록의 이파리가 빛날 때 살 맛 난다. 참고 견디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이다. 인생의 햇살은 없을까? 오늘도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글쓰기, 좌선하기, 경전읽기, 책만들기, 빠알리어공부하기, 이렇게 오대의무가 있다. 이 중에서 빠알리어공부가 가장 ..

책만들기 2024.05.08

우리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일까?

우리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일까?  흔히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고 한다. 마치 공공재를 공유하는 것처럼 업도 공유함을 말한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공업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긍정적인 것이 있고 또 하나는 부정적인 것이 있다. 환경문제와 책임문제를 들 수 있다.  환경론자들은 늘 지구의 위기를 말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럴 때 공업론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가 “한국의 불교가 이렇게 타락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고 말한다면 공업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화엄경 여래출현품에 업은 행위에 대한 것이다. 초기경전에서 업은 세 가지, 즉 신체적 행위, 언어적 행위, 정신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이는 모두 개인에 해당된 것이다. 그런데 공업론에 따르면 공..

담마의 거울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