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2

세 번 맞는 도시의 보름달

세 번 맞는 도시의 보름달  마천루에 보름달이 떴다.도시의 보름달이다. 아파트 숲 불빛 보다 더 밝은 수퍼문이다.언제 보아도 가슴 설레게 한다.  여기는 비산동 쌍개울 휴게소, 탁자에 앉아 만월을 바라다 본다.나에게 소원은 없다. 보름달이 세 번 뜨면소원성취하리라 했다. 오늘은 우안거 해제날이다.재가불자가 스스로 안거에들었다고 해서 재가우안거이다.오늘 보름달이 세 번째로 떴다.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 왔던가. 뜨거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아 있었다. 앉아서 명색을 새기고자 했다.구십일을 하루같이 있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발을 떼고, 들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눌렀다.사미터 백권당 행선대를 얼마나 많이 왕래 했던가. 명색을 새겼을 때 더 이상 나는 없었다. 이 세상에 정신과 물질만 있었다. 백권..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현자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현자  안거가 끝났다고 해서 명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행선 이십분, 좌선 이십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삶은 계속 된다. 오늘 아침 행선하면서 하나 발견한 것이 있다. 서 있을 때 몸을 스캔(scan)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전에는 눈, 코, 입술, 배, 무릎, 발바닥, 이렇게 여섯 군데를 봤었다. 오늘 아침에는 코와 무릎을 생략하고 눈, 입술, 배, 발바닥, 이렇게 네 군데만 봤다. 서 있을 때 네 군데 본 것은 매우 효율적이다. 어쩌면 가장 강한 대상인지 모른다. 위빠사나 수행은 강한 대상이 주관찰대상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눈의 촉촉함, 입술의 맞닿음, 배의 부품과 꺼짐, 그리고 발바닥의 차가움과 딱딱함은 강한 관찰 대상이 된다. 한번 방법을 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