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2795

망해암 낙조바위

망해암 낙조바위 싱그러운 오월의 아침이다. 일터로 가는 길에 상큼한 향내를 느꼈다. 어떤 냄새일까? 이마트 안양점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다. 냄새에 약하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날 때 한참 후에 알아본다. 후각능력이 덜 발달한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비산사거리에서 향내가 코를 자극했다. 깊게 흡입 했다. 후각을 의도적으로 알아차리고자 한 것이다. 그때 대로 건너편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 흰 목걸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것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아카시아꽃이다!”라고 알아차렸다. 향기는 바람을 타고 간다. 또한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리지 못한다. 아마 강하게 바람이 분 것 같다. 후각능력이 떨어진 자의 코에도 아카시아 상큼한 냄새가 다가왔다. 하나의 사물을 보면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비산사거리에 ..

진흙속의연꽃 2024.05.03

오토바이 폭탄음

오토바이 폭탄음  요즘 귀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오토바이 폭탄음이다. 마치 따발총을 쏘는 것처럼 쏜살같이 달린다. 마치 폭탄을 터뜨리는 것처럼 소리가 요란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라는 말이 있다. 폭탄음을 내며 내빼는 오토바이를 쳐다 본다. 이럴 때 나도 모르게 “나쁜놈!”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또한 “망할놈!”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오토바이 폭탄음을 내는 자는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만족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악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살고자 한다. 이는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삶은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는 눈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폭탄음을 ..

진흙속의연꽃 2024.04.30

저 강아지들을 어이할꼬?

저 강아지들을 어이할꼬?  자유, 가슴 설레이게 하는 말이다. 나는 자유가 있는가? 학교 다닐 때 무척 답답했었다. 특히 고등학교 다닐 때 수업 받는 것이 답답했다.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용기가 없었다. 시간 지나면 벗어날 것이기 때문에 참고 견디었다. 군대 있을 때 답답했다. 병영에 갇혀 사는 것이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감옥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파출소 한번 가보지 않았다. 지금 나는 자유로운가? 학교에서도 벗어났고 군대에서도 벗어났으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가족이라는 새로운 족쇄가 채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출가수행자들은 자유롭다. 가족의 족쇄에서 벗어난 것이 무엇보다 자유로울 것이라고 본다...

진흙속의연꽃 2024.04.29

보시전용통장을 만들고

보시전용통장을 만들고 어떤 학회가 있다. 학회는 회비로 유지된다. 회원은 회비를 내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가 논문 쓴 것을 회비로 인정해달라고 말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어느 불자가수가 있다. 가수는 절 창립 행사 때 무보수로 노래 불렀다. 이른바 재능기부한 것이다. 이런 것도 보시라고 해야 할까? 글을 잘 쓰는 것도 재능이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재능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재능이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재능이다. 재능이 있어서 먹고 산다. 그런데 돈을 받지 않았을 때 흔히 재능기부라고 말한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있다. 재능 없는 사람은 재능이 없기 때문에 재능기부를 할 수 없다. 몸으로 때우거나 돈으로 보시할 수밖에 없다. 재능 있는 자는 재능을 보여준다. 재능도 ..

진흙속의연꽃 2024.04.23

명학공원과 쌍개울 봄마중

명학공원과 쌍개울 봄마중 어떤 이는 글 쓸 때 반드시 날씨를 말한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날씨 얘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사람이 표현한 그 지역 그 날의 날씨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치 허사(虛辭)처럼 보인다. 오늘 날씨는 우중충하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를 보는 것 같다. 하루는 맑고 하루는 흐리고 하루는 비가 오는 봄 날씨를 말한다. 이런 날씨 소식을 전하는 것도 읽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었다. 그 동안 봄의 징조는 있었다. 가장 앞선 것으로 동지를 들 수 있다. 어둠이 절정에 달한 것을 봄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다음으로 입춘이고, 그 다음으로 3월 개학일이다. 그러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사월이나 되어서야 봄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지가 개..

진흙속의연꽃 2024.04.20

개처럼 살지 않고자

개처럼 살지 않고자 햇살 가득한 백권당의 아침이다. 아침 햇살에 백권의 책이 빛난다. 책장 가득 백권의 책을 보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인 것이다.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부와 명예와 권력,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바라 보면 요즘 속된 말로 ‘자뻑’이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흔적을 남겨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손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고교시절 어떤 학생은 “저는 기필코, 기필코 아버지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 것을 일생일대에 있어서 가장 잘한 일로 보는 것이다. 정말 그는 아버지가 되었을까? 아마 틀림 없이 아버지가 되었으리라고 본다. 요즘 공원에 애완견..

진흙속의연꽃 2024.04.14

진실선언으로 장애와 고난에서 벗어나기

진실선언으로 장애와 고난에서 벗어나기 하루하루가 위태하다. 이 부실한 몸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곳 저곳에서 터질 것 같다.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는 것 같다. 이 몸이 무너졌을 때 후회는 없을까?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잘 살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일까?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기도한다. 울부짖으며 신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차분히 앉아서 명상에 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요즘 한국불교에서는 기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절의 플레카드를 보면 갖가지 기도가 난무한다. 대체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일까? 한국불교에 불공(佛供)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부터 써 오던 말이다.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는 말이다. 이렇게 좋은 말이 있음에도 기도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

진흙속의연꽃 2024.04.09

“차 맛 어때?”라는 말이 절로,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차 맛 어때?”라는 말이 절로,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해마다 연중행사가 있다. 일년에 한번 있는 것이다. 불교박람회도 그 중에 하나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것에는 혜택이 있다. 각종 행사가 열렸을 때 가보는 것이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렸다. 2024년 올해 박람회는 4월4일(목)부터 4월7일(일)까지 학여울역에 있는 세텍(SETEC)에서 열린다. 그 첫째 날에 가보았다. 목적지는 순탄하지 않다. 전철과 지하철을 세 번 갈아 타야 한다. 금정역에서 한번 갈아타고, 사당역에서 두 번 갈아타고, 교대역에서 세 번 갈아탄다. 네 개의 노선에 세 번 환승하는 것이다. 그래도 넉넉히 한 시간 반 잡아야 한다. 불교박람회..

진흙속의연꽃 2024.04.05

화사한 벚꽃에서 찬란한 슬픔을

화사한 벚꽃에서 찬란한 슬픔을 봄바람이 부드럽다. 백권당 가는 아침에 일부로 빙 돌아 갔다. 예전에 살았던 미륭아파트로 해서 학의천으로 갔다. 벚꽃구경 하기 위한 것이다. 해마다 사월이 오면 벚꽃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마치 예식장에서 백색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 같은 모습이다. 벚꽃 아래를 사뿐사뿐 걸어 갈 때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비산사거리 미륭아파트 벚꽃은 미륭아파트 벚꽃은 여전하다. 수령이 사십년이 넘는다. 아파트는 78년에 세워졌다. 그때 벚꽃나무도 식재했을 것이다. 안양에 온 것은 1995년 여름이다. 직장 따라 온 것이다. 그 다음해부터 벚꽃 잔치가 시작되었다. 해마다 사월이 오면 화사한 벚꽃은 어김 없이 피었다. 이런 세월이 삼십년 가까이 되었다. 벚꽃은 칠일천하에 지나지 않는다..

진흙속의연꽃 2024.04.04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아야죠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아야죠 매일 아침 부활한다. 아침이 되면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이 된다. 흙탕물이 가라앉은 듯 하다. 길을 갈 때 배낭을 맨다. 목적지까지 1.3-1.5키로 정도 걸린다. 약 20여분 천천히 걸어간다. 이런 저런 생각하며 걷는다.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걷다가 갑자기 비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질 때 난감하다. 비가 더 심해지면 멈추어야 한다. 이럴 때 우산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우산 걱정하지 않는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우산이 있어야 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빈 배낭에 접이식 우산 하나 넣어야겠다. 준비 된 자는 당황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펼치면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인생을 산다면 어떻..

진흙속의연꽃 2024.04.03